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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여자
Chapter 2. 맨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어서 Chapter 3. 천재를 찾습니다 Chapter 4. 이상한 사람들 Chapter 5. 의외의 제안 Chapter 6. 사람들의 편견 Chapter 7. 왠지 모를 질투심 Chapter 8. 비밀의 비밀 Chapter 9. 진실과 타이밍의 상관관계 Chapter 10. 근본적인 문제 Chapter 11. 휘둘린 이유 Chapter 12. 쪽팔림을 견뎌야 성장한다 Chapter 13. 두려움이 삶에 미치는 영향 Chapter 14. 런던 바보들 Chapter 15.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Chapter 16. 나를 사랑하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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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복시는 대물림된 병이었다. 아빠와 언니 그리고 한별까지 모두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대략 0.025일 때 최상의 컨디션에 이르면서 네 개로 겹쳐 보이던 사물이 하나로 또렷해지고, 그로 인한 만성적인 눈의 피로와 두통이 사라져 본래의 집중력이 살아났다.
평소에는 술 취한 사람처럼 눈이 풀려 있다가도 술을 먹으면 눈이 초롱초롱 빛났고, 게다가 피부에 생기도 돌았다. 술을 먹어야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그들은 반듯해졌다. 정식 병명은 없었다. 의사들도 증상은 있으나 붙일 만한 이름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치료 방법 및 약 또한 전혀 없다고. 하지만 한별이네 가족은 4대째 이 기묘한 병과 함께 살아왔다. 병명이 없다고 해서 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그들은 직접 이름을 붙였다. 알코올 복시. --- p.16 “맨정신으로 살면 세상이 넷으로 겹쳐 보이고, 술을 먹으면 알코올의존증에 대한 편견으로 기피 대상이 되니, 한별은 자신의 인생이 참으로 유별나다고 느꼈다.” --- p.17 “소주가 힙합이라면 별난주는 R&B였다.” - --- p.34 한별은 원재에게 자신의 비밀을 밝히기가 더 두려워졌다. 다른 무엇보다 신뢰를 잃게 될까 봐. 하지만 동시에 거짓말쟁이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 또한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별은 결심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 p.157 시야가 흐려지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흐려진다.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게 되니까.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고통을 과연 그 사람은 알기나 할까. 한별도 술을 먹기 싫었다. 술이 얼마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았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기는커녕 색안경을 끼고 알코올의존증이라며 손가락질을 할 뿐이었다.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한별은 가끔 생각했다. 과연 눈이 멀쩡했다면 어땠을까.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가장 서러운 건 자신조차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 p.185 “사랑은 퍼 줄 자신이 있을 때 하는 거거든요. 나는 받기만 할 테니 니가 나한테 사랑을 줘, 라는 건 너무 잘못된 거 아닌가요?” --- p.194 “한별 씨, 알코올 복시 그거 절대 흠 아니에요. 한별 씨는 콧구멍이 세 개여도 사랑스러울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세요.” - 약 --- p.196 브라운의 물음에 한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건 약점이 아니라 무기예요!” 한별은 놀란 얼굴로 브라운을 쳐다보았다. “면접 볼 때 지금 말한 그대로 얘기하세요.” “그랬다가 떨어졌었는데….” 한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러자 브라운이 고개를 저었다. “반대로 생각해요. 이 얘기를 듣고도, 한별 씨 포트폴리오를 보고도 떨어뜨리는 회사라면 거기서 일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한별은 그제야 그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 p.225 “대체 알코올 복시가 뭐길래 우리 딸이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 이게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유별난 특징일 뿐인 건데.”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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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에 세상이 또렷해지고,
한 장 넘기면 마음이 풀리는 별난주 같은 이야기 3년째 마스크를 쓰고 회사에 출근하는 디자이너 오한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벗지 못한다. 마스크 속에 감춰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한별의 집안은 4대째 ‘알코올 복시’를 앓고 있다. 맨정신에는 사물이 네 겹으로 겹쳐 보이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25쯤 되어야 세상이 하나로 또렷해진다. 병원에서도 이름을 붙이지 못한 증상에 가족들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한별은 텀블러에 몰래 술을 담아 다녔지만, 마스크라는 방패가 사라지자 더는 회사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심지어 사직서를 쓴 날, 남자 친구 이도진에게 이별 통보까지 받는다. 집안에서 대대로 운영하는 ‘별난 해장국집’으로 귀가한 한별은 심란한 마음에 가문 특제 막걸리 ‘별난주’를 마시다 그만 낯선 남자의 셔츠에 술을 쏟는다. 뜻밖에 회사에서 재회하게 된 그 남자는 런던에서 막 돌아온 새 팀장 서원재! 설상가상으로 산업스파이 누명까지 쓴 한별은 퇴근길에 매달리는 전 남자 친구를 가방으로 두들겨 패다 원재와 다시 마주친다. 원재가 즉석에서 연인 행세를 해 준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거래를 한다. 한별은 누명의 내막을 알아봐 주면 팀에 합류하겠다고 제안하고, 원재는 ‘무스킨십·무애정 6개월 연애’ 계약서를 내민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의 비밀을 점점 더 알게 되면서 계약서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남들과 조금 다르면 어때서? 별난 사람들의 별난 하루가 건네는 다정한 위로 세상에는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사정이 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을 나에게는 유난히 어렵게 만드는 것,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나에게는 큰 고민이 되는 것. 한별에게는 알코올 복시가 그렇다. 다행히 이 소설의 인물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딸들을 위해 별난주를 빚는 아빠, 국자를 휘두르면서도 가족을 챙기는 언니, 언제든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주는 별난 해장국집. 한별의 곁에는 남과 다른 ‘유별남’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안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좀 유별난 특징일 뿐인 건데.” 아빠의 말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반드시 고쳐야 할 결함은 아니니까.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한별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모습을 나만은 감추고 싶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주었다가 이해받지 못할까 봐 망설일 때가 있다. 소설은 이런 마음을 무겁게 설명하는 대신, 술 냄새를 감추려는 여자와 별난주에 홀딱 빠진 남자, 그리고 각자의 사정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쾌한 소동 속에 담아낸다. 웃음 뒤에 남는 것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조금 이상해도, 남들과 다르게 살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날, 뜨끈한 국물 한 그릇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맨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어서』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숨겨 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