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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ith Vanistend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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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가 머물 곳은 어디인가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끝없이 바다 위를 헤맨 것은 신들의 분노라는 외부적 힘 때문이다.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의 페넬로페는 자의에 의해 집을 떠났으나 끝없이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청에 시달린다. 요행히 가정적인 남편이 집을 지키고 딸아이를 키우지만 늘상 집을 떠나 있는 페넬로페에게는 예의 불편하고 까칠한 시선이 따라붙는다. 아이는 누가 키우느냐는 질문은 남자 동료들은 결코 받지 않을 종류의 것이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원망과 안타까움이 섞인 잔소리도 예사로 쏟아진다. 왜 집에 머물러 있지 않느냐는 질문은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압박이며, 인류애에 이바지하는 외과의사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벨기에 집으로 돌아온 페넬로페는 결코 편하지 않다. 한번 쓰고 버려질 플라스틱 장식품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장과 어둡고 축축한 시리아 소녀의 환영, 부재중인 엄마에 대한 유형무형의 비난이 뒤죽박죽인 크리스마스 파티란 따뜻하고 안락한 삶의 자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페넬로페를 딱하게 바라보는 언니는 자신의 삶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강한 모성이라기보다 아이들을 위해 바람 피는 남편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텅 빈 존재다. 엄마의 삶이란, 여자의 삶이란 어떻게든 위태로울 수밖에 없으며,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페넬로페의 불안과 슬픔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는 겉으로 보기에 성공한 외과의사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페넬로페가 겪는 혼란을 펼쳐놓음으로써 현대 여성이 겪는 다양한 방면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페넬로페의 짦은 휴가 기간을 통해 이러한 고통이 페넬로페 한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는 것, 문제가 한없이 복잡한 만큼 손쉬운 해결책 역시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선을 문제로부터 거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이야기의 마지막에 페넬로페는 다시 여행가방을 싼다. 시리아 소녀와 함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폭탄이 쏟아지고 피 흘리는 소녀들이 있는 그곳으로. 아무래도 페넬로페가 머물 곳은 집이 아닌 것이다. 유디트 바니스텐달은 벨기에의 만화작가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그의 첫 작품 『소녀와 흑인 소년』이 정치망명 난민인 아프리카 토고의 청년과 벨기에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데서 알 수 있듯이, 국제분쟁과 인종차별, 난민 문제 등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수혜자로서 유럽인이 가져야 할 책임의식에 대해, 개발도상국 시민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국은 보다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작가다. 유디트의 작품들은 유연한 그림과 장면 전환, 내레이션과 인물 간 대화가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감상할 수 있다. 이 진중한 작가는 유럽문학의 무거운 주제를 컷 분할된 만화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이 묵직한 주제에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최근 벨기에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래픽노블 작가라 할 만하다. 그래픽노블은 텍스트로 가득한 소설보다 금세,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은 다음 다시 앞으로 펼쳐보았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페넬로페:전쟁터에서 돌아온 여자』는 여러 번 읽을수록 행간에 놓은 다양한 메시지와 질문들이 반짝거리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