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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산그늘 속의 사계
시간의 풍경 봄의 서경 : 유치환의 「춘신」 여름 산길 꽃무릇 먼지 무료하고 쓸쓸한 날 겨울의 길목에서 성스러운 접속사 ‘and’ 제2부 풍경의 안과 밖 자연을 보기 석굴암 가는 길의 산수국 하버드 교정의 도라지꽃 카하누 열대식물원 동행의 즐거움 : 초가을의 지리산 산행 고향 상실 시대의 귀향 사과나무 낙원의 꿈 산처럼 생각하기 단풍 한 잎의 기적 은행나무 유감 제3부 심미안 속의 풍경 바람의 제국 : 김영갑의 사진 마음의 눈 : 밀레이의 「눈먼 소녀」 종달새인가, 자고새인가 피쿼드 호의 목수 세 가지의 새로움 : 『월든』을 다시 읽으며 모기 말기의 눈 문학의 창에 비친 기후변화 허클베리 핀의 결단과 인류의 미래 제4부 풍경과 마음 우보천리 아들에게 주는 편지 어느 봄날의 회상 : 덕수궁의 금아 선생님 소음의 왕국 말빚 국어사랑, 나라사랑 시간과 기억 : 켈수스 도서관에서의 단상 학과 바느질 마음의 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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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가 남기고 간 빈자리에는 또 다른 새가 날아올 것이다. 그 빈 공간의 여운은 그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그것은 그리움의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만남과 사라짐 그리고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인 것이다.---18p 봄의 서경: 유치환의 「춘신」
나는 자연이야말로 눈으로 듣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옛 사람들은 늘 산과 물을 함께 말했다. 자연은 산 따로 물 따로가 아니라 산수(山水)요, 강산(江山)이다. 그들은 산을 보면서 물소리를 들었고 물줄기를 보면 산을 떠올렸다.---62p 자연을 보기 역지사지는 모든 윤리적 태도의 출발점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개인 윤리이든 인간과 사회를 규정하는 사회 윤리이든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두가 공생공존하는 조화로운 삶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106p 산처럼 생각하기 그의 사진을 허다한 판박이 풍경사진과 변별시키는 이 내적 깊이, 다시 말해 무한경으로의 열림은 공간적이면서 동시에 시간적이다. 그의 사진은 하나의 풍경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광활한 질서를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영원성의 아우라에 감싸여 있다.---129p 바람의 제국: 김영갑의 사진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목수의 예술혼은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결국 이스마엘을 구원하는 한 송이 생명의 꽃으로 피었다. 멜빌 역시 마찬가지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직 진실의 부름을 좇아 자신의 언어 세계를 고집스레 구축해나갔기에 그는 오랜 망각 끝에 세상을 계도하는 위대한 작가로 부활할 수 있었다. ---153p 피쿼드 호의 목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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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눈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풍경을 마주하다
멋진 풍광 앞에서야 저절로 감탄이 새어나오게 마련이지만 별반 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도 문득 낯선 감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신문수 교수는 이런 순간들을 붙잡아 글로 차분히 엮어냈다. “어떤 풍경에 특별히 매혹되는 경우 대개는 그것이 기억 속의 어떤 정경과 조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풍경은 아름답거나 멋진 경치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어서 사무실에 묻어온 단풍잎, 수없이 떠다니는 먼지도 때론 마음의 풍경을 그리곤 한다고... 이런 사소한 물상들도 한순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많은 가지와 뿌리를 내뻗으며 생각의 나무를 키워간다. 이렇듯 작은 깨달음의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려면 예지와 경험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하게 마련이니 이 대목에서 그의 남다른 식견과 통찰이 빛을 발한다. 다시 그리는 문학과 예술 작품 속의 풍경 신문수 교수의 단상들은 종종 국내외의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가지를 뻗는다.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자』, 허만 멜빌의 『모비딕』,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등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이 등장한다. 『모비딕』에서는 피쿼드 호의 이름도 부여되지 않은 노 목수가 고단하고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바다에 빠진 선원을 살리기 위해 묵묵히 관을 개조해 구명부표를 만들어낸 것은 오로지 그의 장인 정신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물이나 장면을 줌인하여 해석할 때면 섬세하면서도 자상한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회화에도 조예가 깊은 신 교수는 당시의 사회상, 자연환경, 기후 등을 종합하여 작품을 해석하고 있어 그림 이면에 숨어 있는 더 큰 의미를 흥미롭게 던져준다. 반 고흐의 「종달새가 있는 밀밭」으로 알려진 작품에 종달새는 없고 자고새가 날고 있다. 조류학자에 의해 이 사실이 밝혀져 「자고새가 있는 밀밭」으로 제목이 바뀌었다며 생태맹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밀레이, 컨스터블, 호베마 등의 명화들을 책 속에서 함께 만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생태문화 전문가로서 이야기하는 조화와 통섭 오랜 세월 생태 문화연구에도 힘써온 터라 신문수 교수의 자연을 향한 애정 또한 각별하다. 그러니 산길에 핀 산수국도, 집안에 날아든 모기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았던 듯하다. 과하거나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특히 인간 중심의 ‘종 이기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인간사회를 바라볼 때도 다르지 않다. 생태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깨달음 위에 배려하고 이해하는 조화로운 삶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인문학자로서 학문에 있어서도 분해와 해체보다는 이른바 ‘통섭’에, 교육이나 개발에 있어서는 ‘생태윤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유려하고 간결한 문장 곳곳에 날카로운 지적들이 배어 있다. 은사인 금아 피천득 선생과 덕수궁을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었던 날의 회상은 봄 햇살처럼 따사롭다. 단아한 선비의 풍모로 기억되는 금아 선생을 그리는 한편, 그때 선생의 나이에 가까워진 이제는 제자들을 보며 그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언젠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각박한 세사에 치여 번잡스럽게 흘러가는 일상이라 차 한 잔 음미하는 일조차 호사가 되어버렸지만 그야말로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돌아보라고 다독인다. 자연, 예술, 그리고 인간과 공감하며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