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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시작하며_『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 간행에 즈음하여 (장용경)
제1부 새로운 주체, 새로운 테마 매인 몸, 식민지 여성 신체의 종속과 탈주 (장원아) 머리말 / 종속의 구조화와 차단된 선택지 / 종속 상황의 인식과 개선의 모색 / 맺음말 1980년 광주항쟁과 도시 빈민-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정선) 머리말 / 1960~70년대 도시 빈민 집단 거주지의 형성 / 도시 빈민의 광주항쟁 참여 양상 / 항쟁 이후, 사라진 사람들 / 맺음말 지역 민주주의 운동 과제로서의 환경문제-도쿄 인근의 고가네이지역을 사례로 (나카지마 히사토) 머리말 /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민주주의 운동·경제성장·환경문제 / 1960~70년대 일본의 사회변동 / ‘산타마 문제 조사연구회’의 노가와 환경 보전 운동 / 맺음말 제2부 민주주의와 소수자 정치 ‘재외동포’와 ‘민족자결’을 통해 본 민주주의의 범위와 주체-패전 직후의 오키나와를 사례로 (우에치 사토코) 머리말 / 오키나와와 ‘민주주의’: 선행연구로부터 / 근대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동 / ‘민족자결’과 주체의 문제 / 맺음말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나리타공항문제의 역사에서 얻는 교훈 (아이카와 요이치) 머리말 / 연구대상의 정의 /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은 나리타공항 반대운동을 어떻게 파악해 왔는가-국내외 주요 선행연구 / 산리즈카 투쟁의 전사(前史) / 지역 개황 / 각의결정 직후의 지역 동향 / 진정·청원형 저항에서 실력저지로(1967년 10월~1971년 9월) / 대립의 격화와 장기화(1971년 10월~1990년) / 대립의 역사적 근원을 찾는 대화의 시도 / 맺음말 마이너리티의 민주주의 경험-재일대한기독교회(KCCJ)의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정계향) 머리말 / 해방 후 재일조선인 교회의 재건과 에큐메니칼 운동 / 선교 방향의 변화와 북미시찰 / 1970년대 이후 KCCJ의 사회운동 / 맺음말 제3부 민주주의 경험과 기억의 민주주의 민주적인 대동세상을 향하여-홍성담과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를 중심으로 (이나바 마이) 머리말 / 광주민중항쟁 전야-광자협 결성 / 광주민중항쟁과 문화선전대 / 판화운동과 광주시민미술학교 / 광주의 작가-목격자들 / 광자협에서 시각매체연구소로 / 오월 판화집 『새벽』 / 맺음말-민주주의에 대한 메시지 오키나와의 역사 경험과 민주주의 정치문화 (다카에스 마사야) 머리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 개요 / 선행연구 정리 / 선거로부터 오키나와 정치를 생각한다 / 맺음말 해방이후 민주화 운동과 동학농민전쟁-포섭과 저항의 이중주 (홍동현) 머리말 / 해방직후 민주국가 건설운동과 민주혁명으로서 ‘동학혁명’-저항 기억의 소생 / 1960~70년대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와 ‘동학혁명’-저항 기억의 포섭 /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민중 주체로서의 ‘동학농민혁명’-저항 기억의 회생 / 맺음말: 100주년 이후 국가에 위탁해 버린 저항 기억 책을 마치며_민주주의를 생각하는 한일 민중사 연구의 길 (김아람) 민중사의 지평 / 민주주의, 민중사로 어떻게 볼 것인가? / 민중사의 지평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민주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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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는 한·일 민중사 연구자들(한국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일본 아시아민중사연구회)의 두 번째 공동 연구 성과이다. (...) 주제 이름 〈역사적 민주주의〉에서 짐작하듯, 그 취지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민중사적 지평에서 상대화·역사화하여 민주주의 내실화 방도를 강구하자는 것이었다. (장용경)
--- p.1 제한된 역사적 자원으로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닿을 수 없다고 전제한다면 그들의 입장은 신비화되고 접근 불가능한 것이 되며, 다른 이들은 도저히 그 경험을 알 수 없다는 무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분성을 지닌 주체들의 복수의 맥락 간의 연결에 주목하고, 이들이 처한 세계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우리와 그들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연관성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제국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조건이 모두 얽힌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서, 성산업 종사 여성이 처했던 종속은 간단히 ‘해방’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한 조건에 대한 자각과 대응이 역사적으로 연속된 것을 더욱 직면할 필요가 있다. (장원아) --- p.54 광주청문회를 본 경주자활근로대 정학구는 1989년 신문에 투고하여 “억울하고 약하게만 살아온 그들”의 희생에 “아무도 관심 돌리지 않고 생사조차 확인할 길 없는 무정한 현실에 비통함”을 토로했다. 힘 있는 집단의 희생이 새로 밝혀졌다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높을 것인데, 연고자 없는 넝마주이의 희생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비판이었다. 같은 도시 빈민의 일원으로서 정학구는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 너머에 있는 빈민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직감적으로 짚은 것이다. 1989년 6월에는 광주항쟁 이후 사망한 부상자 가운데, 병원 치료가 빨랐으면 치료 가능했을 부상자도 “갱생원 등을 전전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많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어쩌면 사회적 무관심이 도시 빈민의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실마리일지도 모른다. (이정선) --- pp.88~89 환경문제가 세계사적 과제로 대두된 1960~70년대에 이미 기존의 민주주의 운동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역사학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 이 문제를 고찰하는 의의는 단순히 민주주의의 역사적 재검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 전체의 존속을 위해 민주주의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실천하는 운동의 의의를 재확인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것, 이것이 이 글의 과제이다. (나카지마 히사토) --- pp.100~101 야자마 히데지로는 환경문제에 주목하게 된 계기에 대해, (...) “생각해보면 이 강 아래쪽에는 강물을 생명수로 삼고 살아가는 몇 백만의 시민들이 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이것이 다마가와(多摩川)를 오염시키고 도쿄만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생각하니 한 점에 지나지 않는 노가와의 원천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 어떤 의미로는 감성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보다 큰 세계를 구상해 나가는 상상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물을 매개로 보다 큰 세계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조사연구회에서는 ‘물길의 사상’이라 규정했다. 여기에 학생운동 등이 강조하던 ‘자본주의’, ‘제국주의’ 등의 개념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나카지마 히사토) --- p.118 지금까지의 연구에 ‘민주주의’를 접목시켜보면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공간과 실천하는 주체에 대해 고찰해볼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 미군 점령 하 오키나와라는 공간 밖에 있던 오키나와 출신자-‘재외동포’ 및 ‘해외동포’-가 일본 ‘복귀’ 지지를 표명하거나 오키나와 현지 언론매체에 투고하는 등의 행동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서로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오키나와인’이라는 일체성을 서로 확인하던 그들은 오키나와라는 공간에 거주하지 않는 ‘외야(外野)’였으니 그들의 의사 표명 또한 어디까지나 외야의 퍼포먼스로 치부해버려야 할까. (...)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오키나와인이라는 집합체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그 애매한 정치적 입장에서 연구 관심이 야기된다. (...) 독립하여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민족자결’을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하나의 사례로 본다면, 일본으로 병합된 이후 일본 ‘국민’이라는 법적 지위를 가지면서도 일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차별받은 오키나와 내부에서 패전 후 수년 만에 일본 ‘복귀’를 다시 희망하고 주장하기 시작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에치 사토코) --- pp.140~142 왜 산리즈카 투쟁은 국지적 주민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폭넓은 지원자들을 확보하며 반세기 이상이나 계속되었을까. 산리즈카 투쟁과 동시대에 발생한 여러 사회운동은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학생운동을 비롯한 신좌익운동은 산리즈카 투쟁과 어떻게 연대 또는 대립했을까. 산리즈카 투쟁이 국내외 사회운동이나 공공사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일본 국내에서 산리즈카 투쟁이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물음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지금도 유효하다. 한 사람의 연구자 인생을 모두 바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물음에 모두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구자 개인의 생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연구는 세대를 넘어 계승된다. (아이카와 요이치) --- pp.205~206 KCCJ(재일대한기독교회)는 재일조선인의 차별 상황 개선에만 집중하지 않고, 일본 사회 내의 소수자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였다. 나아가서는 전 세계의 마이너리티와의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재일한국인·피차별부락의 사람들, 아이누족 등 일본에서 억압받고 있는 마이너리티의 싸움은 자신의 해방운동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의 곳곳에서 억압받고 있는 다른 마이너리티의 운동을 자극·격려하고, 억압하는 지배자들의 인간해방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 KCCJ는 재일조선인만이 아니라 일본과 전세계의 마이너리티를 함께 언급하면서 마이너리티 해방 운동의 세계적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동시에 마이너리티 운동을 자신들의 ‘역사적 사명’으로 호명했다. (...) KCCJ는 당사자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항상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확장시켰다. (정계향) --- p.265 광자협(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은 광주민중항쟁의 진상규명을 시작으로 판화운동, 시민미술학교, 더 나아가 현장미술을 실천하면서 민중과 민중, 민중과 미술가의 만남의 장을 창출했으며 민주화운동을 진행한 다양한 조직에서 예술을 통한 수평적인 연대를 가능케 했다. 그들의 시도는 소집단 운동의 역동적인 가능성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 특히 사회변혁을 위한 미술, 미술의 사회환원은 현재 표현의 자유가 위기 상태에 있는 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 아니 전세계적으로 지금도 유효한 명제일 것이다. (이나바 마이) --- p.310 오키나와에서는 헤노코 기지 건설에 대해 반대하는 민의가 강하다고 서술했으나 지역을 조금 한정시키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기지 건설의 핵심지역인 나고시의 헤노코 지구 내에서는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건설을 용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나고시에서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는 건설 용인파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반대파가 시장이 되었다. 그러다 2018년 선거에서는 용인파 후보가 반대파 현직 시장을 물리쳤다. 용인파가 혐오시설(기지)을 받아들이려 한 배경에는 기지 건설을 통해 사회자본을 정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고뇌의 결단’을 내린 측면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섣불리 ‘정의’라는 이름으로 비판만 할 수는 없다. (...) 큰 목소리에 작은 목소리가 묻혀버리기도 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약한 처지 쪽에 모순이 집중되는 측면도 있다. 압제보다 민주주의가 희망을 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바라지만, 민주주의는 운용하기 어렵고 게다가 그 맛이 쓰기도 하다. 여기서 그 ‘쓴 맛’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다카에스 마사야) --- p.323 해방이후 동학농민전쟁은 ‘민주주의’라는 현실문제와 끊임없이 결합되어 저항성이라는 민중적 의미가 유지될 수 있었다. 때론 국가권력에 의해 그 의미가 포섭되어 저항성이 거세된 채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역설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포섭되었을 때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기념 및 기념시설 조성 등은 오히려 활성화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1980년대 민주화운동 세력이 목표로 삼았던 ‘민주적 대업’은 실현되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으며, 환경 및 젠더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다면화 사회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동현) --- p.375 현재의 민중사 연구는 과거의 민중사를 오히려 치열하게 성찰하고,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역사를 서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민중사의 시각에서 역사 연구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현재의 과제를 의식하며 역사의 주체와 사회를 풍부하게 해석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던 데에는 중요한 시대 변화가 있었다. 그 첫째는 역사 연구에서 주체를 다각도에서 복원할 수 있는 문제의식과 자료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시대적 과제의 도구로써 역사를 활용하거나 혹은 발전론적 역사관에 입각한 역사 연구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었고, 구체적인 삶의 양상을 볼 수 있는 자료를 발굴하는 방법론적 노력이 이루어졌다. 둘째는 1980년대 이후 (더욱 복잡해진)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역사 연구의 의미와 실천성을 계속해서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 민중사가 최근의 달라진 현실에 대한 사유를 방해한다거나 민중사 연구자가 여전히 계급 중심 사고에 갇혀 있다는 등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그간 현실 변화 속에서 실천적으로 전개된 민중사 논의와 그 결과로 구체화된 역사 연구의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 채 개념의 사적(史的) 배경에 집중한 결과일 수 있다. (...) 최근 5년 동안의 (한일 민중사 연구자들의) 논의는 한일 양국의 보수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차별의 심화 등 현실의 위기를 맞닥뜨리며 민주주의를 다시 보려고 한 실천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민중사 연구의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재인식하고자 한 시도는, 역으로 민주주의 문제로 민중과 민중사를 새롭게 쓰도록 환류되었다. (김아람) --- pp.378~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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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요한 인식 관심의 하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넘어 새로운 주체 및 테마로 그 경계를 확장해야 할 때라는 인식이었다. 최소한 이것들이 문제로서 대두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소수자 정치의 구체적 양상에 대한 인식이었다. 앞서 새로운 주체 · 테마가 제도적 민주주의의 확장에 시선을 두었다면, 소수자 정치는 소수자의 자기 결정권과 그것의 다수자와의 관계성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 마지막 인식 관심은 과거의 경험 재현과 관련된 민주주의 문제이다. 과거에 대한 모든 기억이 민주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과거에 대한 기억이 정치화되어 있는 지금이야말로 과거에 대한 민주주의적 재현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한 · 일 양국 연구자들 모두 각자의 민주주의 문제 상황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그 난점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흔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 · 일 민중사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 성과 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역사화하고 확장할 것인가? ‘민중사’의 지평에서 한 · 일 양국의 연구자들이 교류하고 연대하며 역사를 인식한다면 어떤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과 일본 아시아민중사연구회는 20여년 넘게 매년 공동워크숍을 개최하며 교류를 지속해왔다. 2010년대 후반, 두 모임은 공동연구 주제로 〈역사적 민주주의〉를 설정했다. 한 · 일 양국의 보수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차별의 심화 등 현실의 위기를 맞닥뜨리며 민주주의를 다시 보자는 취지였다. 4년에 걸쳐 연구 발표를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주체, 새로운 테마’, ‘민주주의와 소수자 정치’, ‘민주주의 경험과 기억의 민주주의’라는 3개의 부를 만들고 9편의 글을 선정해 책으로 묶었다. 다양한 주체와 가치가 얽히고설킨 현재의 시대에, 국경을 넘으려 애쓴 공동연구 성과와 민중사의 지평을 제시하고 〈역사적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과 나누려 한다. 민주주의의 경계에 문제제기하고 소수자 정치와 역사 기억 · 재현의 가능성을 묻는다 1부 ‘새로운 주체, 새로운 테마’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도적 · 절차적 차원을 넘어 새로운 주체 및 테마로 경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관련 역사와 그 인식을 점검한다. 과거에 ‘민중’을 발견해왔던 인식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성산업 종사 여성이 지닌 복합적 정체성(장원아) ·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에서의 빈민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폭력(이정선) 등 주체의 문제, 개발의 역사에서 부차적인 것처럼 생각된 환경 문제(나카지마 히사토)가 민중사에서 엄연히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민주주의 문제를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2부 ‘민주주의와 소수자 정치’는 기존의 한 · 일 민중사 공동 연구(『민중 경험과 마이너리티』, 경인문화사, 2017)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소수자 정치가 민주주의와 결부된 구체적 양상을 통해 소수자의 자기결정권 및 다수자와의 관계성을 짚는다. 특히 민족국가적 층위와 소수자 문제는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살펴야 할 중요할 쟁점이다. 아시아태평양전쟁 후 오키나와인들의 중층적 정체성(우에치 사토코), 재일조선인 사회운동사와 교회의 연결(정계향), 나리타공항 부지를 둘러싼 50년 이상의 운동으로 현재진행형인 산리즈카 투쟁의 역사(아이카와 요이치)를 통해 민주주의의 범주와 작동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3부 ‘민주주의 경험과 기억의 민주주의’에서 다루는 쟁점은 기억의 전승과 공유이다. 민중 경험은 현실의 요구와 조응하며 역사로 구성되어 왔다. 3부로 묶인 글은 광주민중항쟁을 경험한 미술가들의 운동과 경계의 확장(이나바 마이),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표출되는 모순적 · 복합적인 민의(다카에스 마사야), 동학농민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권력의 포섭 및 활용(홍동현)을 다룬다. 이는 민중사가 어떤 의미로 현재에 위치하는지 물으며, 민중 운동의 기억을 문제시하고 현재와 연루된 과거의 의미에 대한 자각을 촉구한다. “지금, 여기의 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 역사 연구의 시각과 방법은 현실 사회의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민중 개념은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 과정 속의 시대적 산물로 등장했고, 역사 연구에서 지배에 저항하는 민중사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20년대 현재의 민중사 연구는 과거의 민중사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역사를 서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는 변화했고, 문제의식은 다각화되었으며, 자료 범위는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달라진 현실 속에서 기존의 민중상 및 역사쓰기에 대한 비판과 고민이 계승되고 구체화되어 왔다. 민주주의를 다시 보려는 민중사의 문제의식은 민주주의에 관한 전제를 정치체제로부터 탈피시키고, 사회적 문제와 일상의 삶을 포착하는 데 있다. 또한 소수자 혹은 마이너리티의 존재를 어떻게 포착할 것인지에서 나아가 역사에서 주체가 누구인지 전복적으로 사고하려는 데에 이르고 있다. 민중사의 시각에서는 민주주의를 고정적이거나 완성된 체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 또한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폭력을 시야에 두면, 민주주의는 민족 · 국가만을 주어나 배경으로 두고 설명할 수 없다. 민중사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권력 차원에서의 억압과 폭력을 더욱 치밀하게 연구하면서도 그에 동조하거나 방관했던 사회의 폭력을 함께 시야에 두고자 했다. 현실의 문제를 정치적 구조나 제도적 민주화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민중사의 주체들에게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정치 · 사회적 폭력과 불평등까지 사방이 종속적인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며 때로 주체적으로 상황과 조건을 바꾸고자 애쓰기도 하고, 스스로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며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혹은 고뇌하고 갈등하며 현실을 살아간 장면들을 민중사에서 발견한다. 이러한 복합적 · 모순적인 삶의 양태와 다양한 행보를 드러낼수록 민주주의의 실현이 결과가 아닌 끊임없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민중사 연구는 민중이나 민중사의 범주나 의미를 단순한 이분법이나 위계로 설명하지 않는다. 민중의 운동을 성공과 실패로 단순히 구분하지도 않고, 고정적인 민주주의의 경험이나 상징으로만 분석하지 않는다. 현실의 요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운동은 조정되기도 하고, 예상치 않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복잡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위치와 의식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하여 이 책은 민주주의는 일국사적 경계 속 사건으로서의 운동이나 선거로 이룰 수 있는 목적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과 민중의 삶 속에서 계속 나타나고 경합했던 가치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