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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묻지마라 을해생
해방 전후 광주 이야기
최이산 저
푸른역사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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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1_변언유치弁言有恥의 장章
02_창씨개명創氏改名의 장章
03_시몽하몽是夢何夢의 장章
04_근로동원勤勞動員의 장章
05_해방전야解放前夜의 장章
06_골육상잔骨肉相殘의 장章
07_가상세계假想世界의 장章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15g | 140*205*20mm
ISBN13
9791156121060

출판사 리뷰

척박한 자서전 풍토에서 역사의 갈피에 묻힌 보통사람의 구술사口述史

역사의 주역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이다. 역사가들은 대체로 이들이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과거를 구성해낸다. 과거를 온전히 복원해낼 수 없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사正史는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기는 하지만 성글다. 보통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다. 실제 당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어찌 살았는지는 잊힌다. 이른바 역사의 여백이다.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서전이다. 하지만 우리의 자서전 풍토는 척박하다. 자기 삶을 털어놓는 사람들은 이른바 명사들이며 그것도 소수에 그친다. 그나마 그 내용은 자신의 무용담이거나 변명에 그치기 일쑤다. 치적과 사건 중심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일상의 삶은 드러내지 않는다.
이 책은 다르다. 높은 벼슬을 하거나 빛나는 업적을 쌓은 이가 아니다. 언론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필명을 드날린 적도 없다. 대신 담담하고 진솔하게 어릴 적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칠십이 되도록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 기억 속에 앙금으로 가라앉은 내 나름의 사념과 사연들, 아내나 친구들에게도 내비치지 않았던 객쩍고 자질구레한 넋두리를” “헝겊 조각들을 맞춰 어엿한 조각보를 이뤄 내듯이.”
그러기에 책은 꾸미지 않아 흥미롭고, 쉬 만날 수 없어 값지다.

파스텔 톤으로 그려낸 광주, 그 시절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1940년대 광주 풍경은 파스텔화처럼 어슴푸레하지만 아련하다.
“우리 집에서 두어 마장쯤 떨어진 곳에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옆에 돌미륵 한 쌍이 가슴께까지 흙 속에 묻혀 있는 반달 모양의 빈터가 있었네. …… 어느 여름날 아침에 등교하면서 그 고샅길을 지나다가 보니, 나팔꽃 덩굴이 그 두 쇠줄을 휘어감고 전봇대 꼭대기까지 뻗어 있었고 더 올라갈 데가 없자 하늘을 향해 흔들흔들 고갯짓을 하고 있었네.”
그런가 하면 싱가포르 함락에서 유래한 ‘예스까 노까’ 놀이를 비롯해 그 시절 광주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내기도 한다.
“나는 종이로 만든 작은 일장기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갓다소 닛뽄 단지데 갓다소’를 되풀이하여 부르면서, 행렬의 뒤꽁무니에 붙어 명치정 거리 역전 거리를 돌고 돌아 광주천 건너편의 귀정龜町 시장 앞길까지 행진했네.”
한편으로는 여느 역사책에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소노다 선생은 3학년 때 담임선생인 요꼬다니와는 달리 얼굴이 끼끗하고 성품도 너그러웠네. 그는 조선 사람을 동정이라도 하듯 우리에게 “너희는 식민지 소년이어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니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여 절대로 일본 소년에게 져서는 안 된다.” 그는 ‘져서는 안 된다’는 일본말인 ‘마께데와 나라나이’를 힘 줘 거듭 말했네.”
이러니 책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 광주 지역사 연구 자료로도 한몫을 할만하다.

방정하고 그윽한 문체의 미학

문체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은이의 글은 만나기 힘든 한자어와 우리말을 적절히 섞어 글의 품격을 보여준다. 미문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접하기 힘든 글의 향취를 풍기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예컨대 이런 구절이 그렇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해찰하는 사이에 저절로 가 버린 날들을 뒤돌아보고 후회함은 대수로울 것도 없는 내 인생에 어쭙잖은 핑계를 대려는 마음의 뻔한 색책塞責거리 만들기가 아닐는지.”
이런 단정한 문체에 담긴 성찰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나는 다만 조국의 현실을 관조觀照했던 자일까. 좌우의 싸움을 벽상관壁上觀했던 자일까. …… 부끄럽게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네. 나는 왜 내가 옳다고 여기는 쪽을 위해 행동하지 못했던가. 용기가 없고 겁이 많아서 그랬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 확신을 갖지 못한 회색주의자였기에. 그러나 ‘모든 사상은 회색이다’라는 누군가의 주장을 수긍한다면 나의 그런 주의쯤은 용혹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네.”
이 같은 구절들이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하기에 다만 ‘글’을 보기 위해서라도 펼쳐들 만한 책이다.

지은이가 말하는 집필 배경

“잘잘못이야 뉘게나 분명한 것 아닌가. 또 저지른 잘못은 남에게 들킬세라 부끄럽게 여기며 얼른 고치고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 어차피 자네들에겐 윗세대의 유산을, 그것이 좋든 나쁘든 이어 받아 자네들 나름으로 다듬고 거른 뒤에 아래 세대에 물려줄 짐이 지워져 있네. 그것은 싫다고 벗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그러니 따분하고 성에 차지 않더라도 참고 읽어 봐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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