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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설계한 사회
감염병과 사회, 서로를 만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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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ː 질병은 어떻게 사회를 설계하는가

1부 인류의 탄생과 감염병

1장. 인간은 언제부터 병에 걸리기 시작했는가
2장. 정착과 도시화 ː 급성 전염병의 탄생

2부 문명을 뒤흔든 전염병

3장. 흑사병 ː 유럽을 재편한 팬데믹
4장. 두창 ː 제국을 무너뜨린 바이러스

3부 근대 세계를 만든 전염병

5장. 콜레라 ː 도시의 재건과 공중보건의 탄생
6장. 매독 ː 절망 속에 몸부림친 인간
7장. 발진티푸스와 장티푸스 ː 전쟁과 밀집의 질병
8장. 황열 ː 제국의 운명을 바꾼 질병

4부 과학의 등장, 인류의 성공과 좌절

9장. 결핵 ː 산업화가 키운 인류의 오랜 동반자
10장. 손 씻기와 소독 ː 과학보다 앞선 행동
11장. 백신 ː 질병보다 앞선 준비
12장. 항생제와 살충제 ː 인간은 승리를 확신했다
13장. 소아마비(폴리오) ː 인류가 함께 맞선 질병
14장. 인간의 오만과 미생물의 반격

5부 끝나지 않은 싸움

15장. 인플루엔자 ː 반복되는 팬데믹
16장. 말라리아 ː 인간과 기생충의 공존
17장. 에이즈 ː 연대와 과학, 그러나 갈 길은 멀다

6부 인간 너머의 전염병

18장. 감자마름병 ː 대기근과 민족 대이동
19장. 우역 ː 문명을 뒤흔든 가축의 질병

7부 경계가 사라진 시대

20장. 코로나19 ː 일상을 바꾼 질병
21장. 신종 감염병과 원헬스 ː 연결된 세계의 새로운 대응

에필로그 ː 질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감사의 글
참고문헌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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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장철훈은 부산대 교수로,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다. 결핵 관련 연구로 100여 편의 논문을발표하였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개발단장을 지냈다. 현재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 및 의학한림원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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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150*210*30mm
ISBN13
9791188899234

책 속으로

당시 인간 집단은 보통 친족 중심의 작은 무리였다. 한 집단의 규모는 수십 명 정도에 불과했고, 여러 집단이 서로 접촉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지금처럼 수십만 명이 한 도시에 모여 사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병원체가 지속적으로 전파되기 어려웠다. 감염된 사람이 생기더라도 전파될 수 있는 대상이 금세 바닥났기 때문이다. 한 집단을 휩쓴 뒤 살아남은 사람들이 면역을 얻으면 병원체는 더 이상 옮겨갈 숙주를 찾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홍역처럼 한 번 감염된 뒤 오래 지속되는 면역을 남기는 급성 감염병이 계속 순환하려면, 면역이 없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는 훨씬 큰 인구 집단이 필요하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그런 조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집단의 규모가 작고 여러 집단이 넓은 지역에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한 무리에서 시작된 감염이 다른 무리로 이어질 기회도 제한적이었다. 사람들의 이동과 집단 간 접촉을 통해 병원체가 전파될 수는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연속적인 전파망이 형성되기는 어려웠다. 대규모 유행성 감염병이 등장하려면 더 많은 사람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더 큰 사회가 필요했다.
--- p.19~20

흑사병은 이런 사회에 들어왔다. 흑사병은 건강한 사회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이미 균열이 생긴 사회를 결정적으로 붕괴시켰다. 또 하나, 유럽에 흑사병이 도래할 당시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각 지역이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몽골 제국은 유라시아 전역을 하나의 교역망으로 묶었고, 동서 간 사람과 물자, 정보가 끊임없이 이동했다. 그 흐름 속에는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가 함께하고 있었다. 질병은 사람과 물자를 따라 이동한다. 특히 곡물은 흑사병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곡물은 쥐를 끌어들였고, 쥐는 벼룩을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그 벼룩이 페스트균을 사람에게 전파했다. 흑사병의 확산은 인간이 촘촘하게 엮어낸 경제와 교역 구조의 필연적 결과로, 연결된 세계가 치러야 했던 뼈아픈 대가였다.
---p.36

두창에 걸린 다음 회복되어 살아남는다 해도 결코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얼굴과 몸에는 깊은 흉터가 남았다. 많은 경우 시력을 잃기도 했다. 두창은 생존자의 나머지 삶을 바꾸는 질병이었다. 두창이 특별한 감염병인 이유는 면역이 없는 집단에서 사회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노동력, 가족 구조, 정치 권력,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붕괴된다. 이 점에서 두창은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질병이었다. 또한 두창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병원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냉전 시기에는 두창이 생물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공기 전파가 가능하고, 치사율이 높고, 면역이 없는 집단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두창은 한때 ‘인류를 가장 빠르게 붕괴시킬 수 있는 질병’으로까지 언급되었다.
---p.71

한편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콜레라는 과거와는 좀 다르다. 역사적으로 대유행을 일으켰던 고전형 콜레라균과 이후 확산된 엘토르형 콜레라균 사이에는 역학적·생물학적 차이가 있다. 고전형 콜레라균은 강한 독소를 분비하여 심한 탈수를 유발하고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에서의 생존력이 낮았고, 주로 사람 사이의 대변-물-사람으로 이어지는 전파 고리에 의존했다. 반면 20세기 중반 이후 확산된 엘토르형 콜레라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병을 퍼뜨린다. 전통적인 엘토르형은 고전형보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서 중요한 감염원이 되고 있고, 경증 감염의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세균이 강과 해안 같은 수생 환경에서도 오래 살아남는다. 다만 오늘날에는 고전형의 독소 특성을 받아들인 변이 엘토르형도 유행하고 있어, 일부 환자는 고전형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과 같은 중증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제 콜레라는 한 번 퍼지고 난 후 사라지는 질병이 아니라, 환경에 남아 있으면서 언제든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 p.95~96

고대 아테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역병은 장티푸스가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펠로폰네소스전쟁 중 아테네에서는 정체불명의 질병이 퍼졌고, 이 역병으로 75,000명에서 100,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시 아테네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유행은 2년에 걸쳐 지속되었다. 아테네 역병은 그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법은 무너졌고, 도덕은 흔들렸으며, 종교적 권위는 힘을 잃었다. 이 역병은 도시를 지탱하던 질서를 무너뜨렸다. 이 질병이 남긴 상흔은 아테네, 나아가 고대 그리스 세계의 장기적인 몰락이었다. 아테네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상실하면서 결국 스파르타에 패권을 내주었고, 그 두 세력 사이에 지속된 전쟁은 그리스 폴리스 체제 전반에도 분열과 약화를 초래했다. 찬란했던 도시 국가들이 침체에 머물러 있던 사이, 북방의 마케도니아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그리스 문명은 주도권을 잃고 역사 속으로 서서히 저물어갔다.
--- p.143~144

백신이 개인을 보호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왜 어떤 사람은 백신을 극구 거부할까? 백신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예방, 즉 미래에 걸릴지도 모르는 감염병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을 맞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백신은 특별한 접종 금기가 없는 한, 현재 질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미리 접종한다. 이것이 논쟁의 출발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병원체를, 혹은 동물에서 나온 무언가를 일부러 주입하는 것을 꺼렸다. 종교적 이유도 있었고, 국가가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특히 의무접종 정책은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쟁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안전 사이의 갈등이었다.
---p.212

말라리아는 오랜 세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인간 집단의 유전자 구성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살아남았다. 수천 년 동안 이러한 선택압이 이어지면서 생존에 유리한 변이는 말라리아 유행지역의 주민에게 높은 빈도로 남게 되었다. 말라리아가 오랫동안 유행한 지역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겸상적혈구 변이가 그 흔적이다. 적혈구가 둥근 원반 모양이 아닌 낫처럼 휘어지는 이 변이는 양쪽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으면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이 된다. 하지만 부모 중 한 명에게서만 유전자를 물려받은 보인자는 다르다. 이들은 평소에는 일상생활에 대체로 문제가 없으면서도, 열대열말라리아에 감염되었을 때 감염된 적혈구에서 원충의 증식이 억제되고, 감염된 적혈구가 비장에서 더 빨리 제거되는 등 여러 기전이 함께 작용하여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을 크게 낮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약 8%,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30%에 육박하는 인구가 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 p.26~277

코로나19 팬데믹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개인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거대한 실험의 장이었다. 격리와 이동 제한, 마스크 착용, 접촉자 추적과 개인정보 활용까지. 감염병을 막기 위한 조치는 개인의 자유와 반복해서 충돌했다. 영업 제한과 집합 금지는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염병은 오랫동안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코로나19는 그 오래된 질문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동시에 던져 놓았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적 강제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정부가 판단의 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며, 현장에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했다. 정책이 충분한 설명 없이 자주 바뀌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민과 현장 인력의 협조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p.350

인간의 건강은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신종 감염병은 동물에서 시작되고, 그 배경에는 환경의 변화가 있다. 인간, 동물, 환경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 공동체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원헬스One Health이다. 원헬스는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함께 이해하고 대응하는 접근이다.
---p.374

출판사 리뷰

질병은 역사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제국의 몰락부터 도시의 탄생, 과학의 발전까지

1347년, 지중해의 항구 도시 메시나에 몇 척의 배가 도착했다. 배에 실려 온 것은 상품만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체도 함께 유럽으로 들어왔고, 이후 대륙 전역으로 확산된 흑사병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그 여파는 인구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살아남은 농민과 노동자의 협상력이 높아졌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경제적·사회적 관계에도 균열이 생겼다. 흑사병이 봉건제를 단번에 무너뜨린 것은 아니지만, 중세 유럽의 질서가 변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흑사병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전쟁의 승패나 권력의 교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의 이면에 감염병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진티푸스는 전쟁의 향방에 영향을 미쳤고, 황열은 열대 지역으로 세력을 넓히려던 제국의 발걸음을 제약했다. 병원체의 특성이 인간의 이동과 생활환경,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역사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질병이 설계한 사회』는 이러한 사건들을 단순한 의학적 기록으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질병이 어떤 경로로 확산되었는지 설명하는 동시에, 당시 사람들은 그 위협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질병 자체의 영향만이 아니다. 같은 위협 앞에서도 사회가 어떤 지식과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대응 방식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기는 공중보건 제도와 위생 관념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 잡았다. 질병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과 새로운 과학적 발견, 기존의 관습을 바꾸려는 노력은 때로 충돌하면서도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런 점에서 의학의 역사는 치료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이 위험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을 찾아온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감염병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다시 읽으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사건들 사이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관계가 드러난다. 질병의 역사는 역사책의 한쪽에 덧붙여진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다.

우리는 질병을 정복한 것일까, 질병이 번성할 세상을 만든 것일까
감염병과 사회가 서로를 만든 역사,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질문

이 책은 여기서 질문을 한 번 더 확장한다. 인류는 감염병의 위협에 대응하며 과학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 낸 사회는 과연 새로운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인간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감염병의 양상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을 병원체의 이동이 오늘날에는 훨씬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감염병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그 확산의 규모와 속도, 사회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문명의 발전을 감염병의 역사와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의학의 성취 역시 이러한 관계 속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류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었지만, 그 성공이 모든 위험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필요한 것은 치료법을 찾는 일만이 아니다. 위협을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지도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감염병의 충격은 의료체계를 넘어 학교와 일터, 경제활동과 일상적인 관계까지 이어졌다. 모두가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그 부담은 균등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했고, 누군가는 돌봄과 생계의 어려움을 더 크게 겪었다. 팬데믹이 드러낸 것은 병원체의 위력뿐만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의 역량과 그 안에 존재하는 격차였다.

이러한 경험은 감염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위험을 키우는 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이해하고 미리 대응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인간의 건강을 다른 생명체와 생태환경의 건강에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이 제시하는 원헬스의 관점은 감염병을 의료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고 더 넓은 관계 속에서 이해하도록 이끈다.

『질병이 설계한 사회』는 과거의 질병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문명과 진보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사건을 새롭게 해석하는 즐거움을, 의학과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질병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시야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과 공중보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더욱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의 역사는 결국 인간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 왔는지 보여 주는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읽는 일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지 생각하는 출발점이 된다.

추천사

이 책은 의학과 사회의 경계에서 질병을 바라본다. 병원체가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생물학적 특성이 도시의 구조와 인간의 이동, 빈곤과 차별, 국가의 정책과 만나 어떤 역사적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질병이 사회를 바꾸는 한편, 사회가 만든 환경과 인간의 선택이 또 다른 질병의 유행을 일으키는 양방향의 관계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또한 세계 감염병사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의 경험을 함께 놓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과거에 인류가 겪었던 감염병에 더해서, 코로나19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과 원헬스까지 시야를 넓힌다. 과거의 질병을 이야기하지만, 그 역사를 통해 오늘의 위험을 이해하고 미래의 위기를 바라보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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