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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디의 경제사상은 이상론인가?
2.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3. 진정한 권리 4. 산업화, 기술 그리고 생산규모 5. 불평등의 해소는 불가능한가? 6. 보관인 정신, 내 것이란 내가 잠시 맡아둔 것일 뿐이다 7. 이상적 교육체제 실현을 위하여 8. 추가로 검토해볼 문제들 9. 간디가 남긴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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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혜숙 ruru100@yes24.com
'간디가 생각한 경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무소유, 비폭력으로 상징되는 간디의 사상을 경제학적으로 재조명한 책이다.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 아지트 다스굽타가 90여 권에 달하는 『간디 전집』을 토대로 분석한 이 책은 그 동안 이상주의적 사상가로 인식되어온 간디를 '도덕적 경제학자'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조용히 앉아 물레를 잣고 있는 성자의 모습, 남루한 옷차림에 구도자적 모습이 먼저 연상되는 간디는 언뜻 경제학자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고 노동을 경제적 가치의 기본으로 본 시각 등, 간디가 내세운 경제이론은 현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경제학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의 핵심은 단연 간디이다. 평생을 인도 경제 및 간디 사상 연구에 바쳐온 저자는 간디의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 연구결과를 선보이며 새로운 영감의 단서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간디에 관한 책들이 주로 그의 생애나 종교, 철학에 대한 관점을 다루었다면, 『무소유의 경제학』은 간디 사상을 주제로 삼아 오늘날의 경제이론과 사회철학의 중요한 문제들을 짚어 나간다는 차이를 보인다. 간디는 종교 또한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었고, 경제나 윤리 사이에 어떤 괴리나 차별도 두지 않았다. 경제와 윤리의 관계는 양방통행로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경제적 개념에는 윤리적 의미들이 부각되어야 하고 윤리 역시 고상한 곳에서 내려와 '좋은(善) 경제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디가 생각하는 윤리학이란 고도의 논리적 기지를 단련하는 철학자들의 유용한 훈련 수단이 아니다. 일상적 삶의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곤란한 문제들에 처했을 때 지침이 될 만한, 본질적으로 세속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윤리적으로 선한 것을 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무익한 것이며, 건강한 걸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행위는 잘못 발휘된 자비심이라고 비난한다. 저자는 기계적 생산구조를 반대하고 대량생산 방식의 산업화를 거부한 간디의 사상을 비합리적이고 이상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가벼운 이해라고 밝힌다. 간디가 이루어 낸 사상은 당시 인도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산업문명에 의해 생명의 질서와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는 시대를 미리 내다본 놀라운 식견이라고 주장한다. 이상적인 윤리 경제를 추구했지만 냉혹한 현실의 갈등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현실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이론을 통해 경제와 윤리 사이의 괴리가 가져온 모순과 가난을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개인을 경제와 사회활동의 주체로 보면서도, 모든 이의 평등과 존엄을 위해 개인의 무절제한 욕망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 간디의 이론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기보다는 다소 즉흥적이고 가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뇌하는 사상가가 아니라 실천적으로 행동하는 지도자의 삶을 택한 간디의 일생을 이해한다면 그의 사상이 당시 인도의 현실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실한 종교적 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간디는 이성과 도덕적 가치에 위배되는 종교는 진정한 종교로 인정하지 않는다. 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리는 요소를 포함하는 종교라면 그것은 하나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디의 사상은 당시 인도인의 삶을 구원하기 위해 앞장선 강인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주며, 윤리적 고려가 경제행위자의 행동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하는 점에서 후생경제학과 연결된다. 또한 개인을 경제주체로 보았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사상으로도 볼 수 있다. 『무소유의 경제학』은 간디 사상의 새롭고 현대적인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발전과 개발에 의해 잃어버린 인간존엄의 가치를 복원해야 하는 오늘날의 절실한 과제 앞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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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궁극적으로는 개인이다. 개인들의 중요한 목표는 자아실현에 있다. 종교는 윤리로 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또한 윤리는 자원결핍으로 인해 제한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번거로운 작업에서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선택에 있어서 기존의 권위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양심과 경험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 p.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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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보관인 정신론 the theory of trusteeship'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인도에서 대두하기 시작한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간디의 저술에는 두 단어가 거의 같이 쓰인다. - 이론들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간디는 이들 이념은 富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깨우쳐주었다고 적고 있다. (CW 69: 219) 그는 사회주의 이론이 본질적으로는 왕족과 부자들 그리고 거대 자본가들 및 귀족들의 재산 몰수를 수반하며, 그들로 하여금 생계를 위한 육체노동에 종사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간디는 여기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간디는 그 대신에 합법적으로 부를 획득한 모든 사람은 자신이 그 재산을 '잠시 보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기존의 경제적 소유나 경영권은 인정하면서도, 부유층들이 공익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게 되려면 그들이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선에서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와 함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부여된 봉사의 성격과 범위에 부합하는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관인 정신'의 이상은 바람직한 사회 경제적 질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간디 사상에 있어서 중심적 이치를 차지했다. 그는 이 개념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이름과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의 '보관인 정신론'은 일시적 미봉책이나 위장전술은 아니다. 나는 이것이 다른 모든 이론들을 제치고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CW 71:28) --- pp.208-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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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간디인가?
마하트라 간디라 하면 '비폭력주의'로 반식민주의 투쟁에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 그리고 '위대한 영혼'이라는 호칭과 더불어 반 기계화ㆍ산업화론자로서 탁발승 같은 외모와 '물레잣기'하는 일상의 모습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이는 일견 구도자적인 모습으로, 특히 오늘의 경제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간디는 전기로나 접할 과거의 역사적 인물일 뿐인가? 그 당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 정신주의적인 몽상가 내지 이상론자에 불과한가? 그러나 서구식 경제의 거대주의와 물질주의 문명에 반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하는 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프리츠 슈마허의 논지에서는 물론, 근자에 국내에서 경제성장 논리를 비판하고 '대안'을 추구하는 이들에게서도 이미 간디의 사상은 '현대적'의미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기술ㆍ산업문명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 그로 인한 인간 생존의 자연적, 생물학적 기초가 파괴되고 있는 오늘날, 일찍이 간디가 제시한 경고와 예언적 발언 -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 무절제한 욕망의 제한, 모든 이의 평등과 존엄성, 경제의 기초로서 이해해야 할 '인간' 노동, 중앙집중적인 거대산업 반대, 자립적인 마을 공동체 구상, 자급자족을 위한 교육 - 은 여전히 거듭 숙고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더욱이 이런 발언들이 단지 철학적 사유의 산물이 아니라 당시 인도의 정치ㆍ경제적 현실에서 나온 아주 구체적인 대안 혹은 정책안으로 제시되 것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