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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암살이라는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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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시작하며

1부 이야기의 균열

1장 병과 피

1. 스테레오타입 / 2. 위생론과 후쿠자와 유키치 / 3. 세균과 기타자토 시바사부로 / 4. 신체와 경계 / 5. 미래의 위험
2장 여자들
1. 황후 / 2. 창기 / 3. 여학생 / 4. 여성론과 광고 미디어 / 5. 혈도 / 6. 화장ㆍ피부ㆍ자궁
3장 식민지
1. 홋카이도 / 2. 아이누ㆍ병ㆍ여자 / 3. 멸망과 가엾음 / 4. 혼혈

2부 암살이라는 스캔들

4장 왕비와 조선

1. 민비라는 여자 / 2. 김옥균의 암살 / 3. 왕비의 사체 / 4. 미디어의 살의 / 5. 황후의 국장
5장 죽은 자들
1. 왕비가 없는 조선 / 2. 황제의 추문 / 3. 대한제국의 황태자 / 4.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 / 5. 오해 받은 안중근 / 6. 두 왕비의 병과 서사의 갱신
6장 천황과 암살
1. 대한제국의 병합 / 2. 천황제와 섹슈얼리티 / 3. 무정부주의라는 병 / 4. 왕비의 기억과 간노 스가코 / 5. 천황의 병사

맺음말 / 후기 / 옮긴이 후기
부록 (연표 / 참고문헌 / 미주 /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나이토치즈코
1973년에 태어났다.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오츠마여대 일본문학과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근현대 일본어 소설과 미디어의 젠더 편성과 차별 구조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현대 소설에 나타난 여성 표상과 그 계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저로는 『소설의 연애감촉(小の愛感)』(2010), 『문화 속의 텍스트(文化のなかのテクスト)』(공저, 2005), 『표상의 현대(表象の現代)』(공저, 2008), 「물에 잠긴 금붕어(水に沈む錦魚)―하야시 후미코의 『굴』과 부(負)의 이동」(2010. 3), 「대역사건과 백년 후의 소설」(2011. 3) 등이 있다.
역자 : 고영란, 김경원, 손지연
대표역자 고영란: 전남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니혼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니혼대학 문리학부 국문학과 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저로는 『「戰後」というイデオロギ-―歷史/記憶/文化』, 『ディスク-ルの帝國―明治30年代の文化硏究』(공저), 「제국 일본의 출판시장 재편과 미디어 이벤트」, 「「物語―歷史」から「私」を奪還せよ!」, 「國家の顔という陷穽」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30쪽 | 602g | 148*210*30mm
ISBN13
9788976964199

출판사 리뷰

조선의왕비가일본낭인의칼에죽임을당했다!
다음날아침일본인들은어떤뉴스를접했을까?


“왕비가 의견을 내 훈련대를 해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분노한 제2연대 소속 1개 대대가 오늘 아침 5시 대원군을 앞세워 왕성을 향했고, 5시 50분에 성 안으로 돌입했다. 지금 현재 대원군은 왕성 안에 있다.
대군주 폐하 및 왕세자 저하는 무사함.
왕비는 행방불명인데 아마도 살해당한 것 같다.” -「조선 경성의 대변란」, 『요미우리신문』 1895. 10. 9.

“왕비가 궁녀 두 명과 함께 살해당한 뒤 그 사체는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는 점이 명백해진 바, 왕비의 서거가 발표되었다. 하수인 가운데는 양복을 입고 일본도를 찬 자들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왕비의 서거를 발표하다」, 『요미우리신문』 1895. 10. 15.

“대군주 폐하 및 왕세자 저하는 무사함. 왕비는 행방불명인데 아마도 살해당한 것 같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 제국 일본의 신문은 숨가쁜 조선의 혼란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었다.
『암살이라는 스캔들』은 일반적인 근현대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본이 아시아 제패의 욕망으로 가깝게는 아이누, 에조(홋카이도)부터 멀게는 조선과 만주까지 식민지화했던 메이지시대의 신문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세련된 문학작품과는 달리, 신문은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만한 큰 사건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텍스트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그 텍스트에 담긴 암묵적 전제와 결론들은 결코 독자=미디어 공동체의 은밀한 욕망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특정한 시대, 특정한 국가의 주요 신문기사들은 그 시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당대의 미디어 공동체(여기서는 일본제국의 국민들)가 어떤 소식을 듣기를 원했는지 알려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일본제국’의 황국신민들은 그 시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 시대의 큰 흐름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소비했을까? 그들이 읽고자 했던 ‘이야기’ 속에서 민비(명성황후)는, 김옥균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는 어떤 배역을 부여받고 뻔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일까?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지지신보, 요로즈초호 등 수많은 신문들이 앞다퉈 뱉어낸 속보와 특종, 호외들 속에서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본다. 이것은 현대를 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매우 낯설고 충격적이면서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암살이라는스캔들이소환한역사적인물들

“강한 질투심은 왕비(민비)의 타고난 성품인지라, 장내인에 대한 국왕의 총애가 날로 깊어지고 그녀가 여러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자 왕비의 마음은 점점 아수라 불꽃으로 타들어갔다. “장내인은 미모가 특출하고 게다가 국왕과 동갑이므로 나보다 젊다. 전하의 각별한 총애를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이런 천한 계집을 이대로 놓아두면 결국 내가 버림을 받을지도 몰라. 빨리 그것을 제거해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왕대비에게는 장내인의 험담을 하고, 궁궐에서 일하는 자 중에 장내인을 따르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질책해서 궁 밖으로 내쫓았다. 그러니 모두들 겁을 먹고 누구 한 사람 장내인을 비호하는 사람이 없었다.” -후쿠지 겐이치로, 『장빈―조선 궁중 이야기』, 1894, 17~18쪽.

한인들이 아무리 오해로 가득 찼다고는 하지만, 안중근처럼 오해로 똘똘 뭉친 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안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심히 애석하다. 그를 살려두고 그가 어떻게 정치적 오해를 풀어갈지 보고 싶다. 안의 강한 의지는 검찰관도 인정하는 바이다. 필경 의지가 강한 사내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로 똘똘 뭉친 나머지 흉악한 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가 태도를 바꿔 오해를 푸는 데 몰두한다면 그 힘으로 다른 사람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 등의 공판」, 『도쿄아사히신문』 1910. 2. 15.

질투심과권력욕의화신민비의최후 천황 옆에 나란히 서서 자애로운 현모양처의 아이콘이 되었던 하루코 황후와 대조적으로, 민비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비합리성과 후진성, 그러므로 여성성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악후 역할을 맡고 있었다. 백주대낮에 타국의 왕궁에 쳐들어가 왕비를 죽인 것이 일본인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민비는 죽은 이후에도 희대의 악후로서 망령처럼 끊임없이 소환되었다.
기개있는남아안중근과실망스런이토의비영웅적죽음 식민지에 대하여 일본을 대표했던 정치적 거물이 조선인의 총탄에 맥없이 스러졌다. 일본인들은 이토의 치적을 한껏 칭송하며 제국의 자존심을 추스르려 했지만, 암살자 안중근의 뚜렷한 확신을 남아의 기개로 은밀하게 선망하면서 식민통치의 온건노선을 주장했던 이토의 허망하고 비영웅적인 죽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팜므파탈로그려진사회주의여자간노스가코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진 12명의 사회주의자들 가운데, 간노 스가코는 유일한 홍일점이었다. 남편을 버리고 유부남인 고토쿠 슈스이와 연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과정 내내 그녀는 성적인 시선과 비난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당한 천황의 이야기 「용태서」라는 이름으로 천황의 병세는 시시각각 호외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이 이상한 미디어의 열기야말로 ‘대역죄’이자 ‘천황 (신성의) 암살’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나이토 치즈코는 정형화된 제국의 신성한 천황의 서사가 병과 피를 둘러싼 선정적인 스캔들의 서사에 의해 잠식되면서 비틀어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분석해냈다.

젠더의시선으로파헤친메이지시대일본의욕망과두려움

“이 책은 일본제국의 메이지시대에 태어난 ‘이야기’라는 양식 자체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근대 일본이 체험한 역사적 과정에서 제국의 인간들이 소화한 이야기란, 한마디로 식민지 소유에 대한 욕망을 긍정하고 정당화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논리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욕망을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문학뿐 아니라 온갖 담론양식을 통해 되풀이해 상연해야 했던 까닭은, 그런 논리를 직시할 때 떳떳지 못함이나 괴로움, 불안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순으로 가득차고 파탄을 일으키면서도 끝까지 파괴당하는 일 없는 ‘이야기’의생명력, ‘이야기’의 양의성,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이야기는 제국의 논리를 재현하기 위한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어판서문」 중에서

저자 나이토 치즈코는 신문기사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이야기’의 정형이 어떤 식으로 주인공들을 타자로 만들고, 주어진 틀에 가두어 멋대로 재단하는지 거침없이 폭로한다. 미디어 속에서 서구열강의 선진문명을 한발 앞서 받아들인 대일본제국은 빠르게 문명=남성=합리=위생의 지위를 쟁취했고, 아이누·에조·조선은 야만=여성=불합리=병과 피의 이미지로 부풀려졌다. 이 스테레오타입은 문명화된 일본이 야만인들을 보살피고 구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황국신민들은 이를 통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주권을 빼앗은 장본인이라는 떳떳지 못한 느낌을 뇌리에서 지워버릴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과 폭로는 『암살이라는 스캔들』 전체를 관통하는 ‘젠더’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다. 스캔들의 스테레오타입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남성중심적인 미디어 공동체는 ‘병들어 있고 충동적이며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들에 대한 살의와 호기심을 은밀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식민지에 어떻게 겹쳐지는지 확인할 때, 독자들은 신선한 지적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지금당장,이야기를암살하지않으면안된다!

“미디어는 이야기의 정형에 맞추어 사건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를 작동시킨다. 독자도 유통되는 이야기로부터 입수한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 파악하고 인식하게 된다. 때문에 개별적인 사건의 세부는 유통 과정에서 소비되어 언젠가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반면, 이야기의 틀은 남아서 또 다른 사건에 응용되거나 반복된다. 이야기라는 시스템은 그런 폭력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암살이라는 스캔들』이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당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이다. 대중이 욕망하는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인 ‘암살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그 이야기의 정형화된 틀에 의해 감춰지고 침묵당한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과정은 곧 ‘이야기의 암살’을 기도하는 ‘대역모의’가 될 것이다. 천황 암살모의의 주모자로 처형당한 고토쿠 슈스이는 신격화된 천황의 인간적인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암살을 기도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그 발언을 상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역사건의 ‘역도들’이 암살이라는 행위를 통해 제국의 제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했듯이, 암살에 관련된 이야기를 분석함으로써 이야기의 시스템을 가시화하고 낯설게 하는 것. 제목에 들어 있는 ‘암살’이라는 말에는 암살사건을 고찰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제도나 시스템으로서의 이야기를 낯설게 보고자 하는 의도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암살하라’는 비유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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