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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1 과학은 단체경기? 2 아, 엄격한 수학이여! 3 신성한 오류여, 진리의 원천이여 4 공부하는 즐거움! 5 과학도 역사와 함께하면 좋아! 6 개의 관념은 짖지 않아 7 해리 포터보다 더 잘해! 8 이성적인 무리수 9 원자에서 외계 생명체까지 10 무지막지한 말들이 감추고 있는 것 11 이 모든 과학이 있는 이유 12 객관성과 엄정함은 불가능하다? 13 기술에서 과학으로, 처음으로 돌아가기 15 연구의 자유와 이익 사이 16 과학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해제 위대한 과학의 발견과 훌륭한 해설자의 만남- 김희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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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아이는 과학을 어떻게 공부할까
― 자유롭고 열린 방식으로 과학에 첫걸음을 내딛다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학기술도 매우 발달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과학기술 중심지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과학기술과 인연이 있는데,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프랑스의 아리안로켓에 실려 쏘아진 것을 비롯해, 잘 알려진 KTX의 원천 기술, 울진원자력발전소의 원천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런 프랑스 과학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그들은 ‘알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가르친다. 과학적 개념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경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개념을 이해하게 하고 더 나아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다. 일흔이 넘은 물리학자 할아버지 장마르크 레비르블롱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 문화의 안내자’로 통한다. 청소년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과학 지식을 발견하고 적용하는 일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 다시 잘 배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과학 문화의 안내자답게 열두 손주들과 과학 이야기 하는 것을 즐겼다. 그들 눈높이에 맞춘 사례들로 어렵고 까다로운 과학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이해시키며 대화를 끌어나간다. 서로 정답게 질문을 주고받으며 과학이 충분히 노력하고 애쓸 가치가 있는 활동이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 책은 그 수많은 과학 수다의 한 대목이다. 과학은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두고 열정을 쏟을 만한 인간의 활동들 가운데 어렵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스포츠와 음악과 글쓰기를 하면서 얻게 되는 충족감은 우리가 쏟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과학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연히 해야 할 어려운 과정을 감출 것이 아니라, 그런 과정이 애써 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수고의 대상이 수학이든 우주이든 물질이든 생명체이든 배우고 익히는 데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2. 물리학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과학과 세상 이야기 ―과학도 역사와 문학과 철학이 함께하면 좋아! 할아버지 과학자는 ‘역사와 문학과 철학이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과학의 정의, 과학의 존재 이유, 과학의 역사와 미래, 과학의 현주소 등)를 손녀 클라라에게 풀어놓는다. 과학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중학생이든 성인 독자든 관심을 두는 주제들인데, ‘과학적으로만’ 접근하면 어려워 금세 포기하기 쉽다. 저자는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도 역사적 설명이나, 문학과 철학과 연계하여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과학자답게 ‘객관성과 엄정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견해도 자유롭게 밝히고 있다. 할아버지와 정답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과학의 학습과 과학의 실제 사이에 있는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프랑스 청소년을 위해 쓴 책이지만 통합(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이 책은 한국의 청소년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열여섯 살 클라라의 고민은 한국의 중·고등학생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인문계인지 이공계인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그것의 구분은 의미 없는 일이며, 어떤 다른 방향의 일을 선택하더라도 폭넓은 시각을 가질 것, 과학에 대한 모든 것을 잊지 않을 것을 주문한다. 또한 과학교육에 대한 방식과 시각도 뚜렷이 보여준다. 가령, 과학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을 강조한 점이나, 과학에서 ‘오류’는 떼려야 뗄 수 없으며, 오히려 ‘옳은 길을 추구하는 방황’이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에서 이 책이 지향하는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클라라 : 저는 과학적 방식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할아버지 :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말하는 게 있어. 나도 그들과 똑같이 실수하지만 내겐 아주 큰 장점이 있다는 거야. 내가 오류를 범할 거라는 걸 미리 안다는 거지. 또 내가 범하는 많은 오류를 찾아내고 바로잡게 하는 검증과 교정의 도구가 있다는 거야. 물론 그렇다 해도 오류를 다 잡아내지는 못해. 과학적 방식을 꼭 정의해야 한다면, 아마 철저한 자기비판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거야. - ‘신성한 오류여, 진리의 원천이여’ 중에서 3. 위대한 과학의 발견과 훌륭한 과학 해설의 만남 ―과학에도 훌륭한 해설자가 꼭 필요하다 음악에는 위대한 작곡가가 있는가 하면 훌륭한 연주가도 있어서 작곡가가 창조한 곡을 재창조하고 해석한다. 대부분의 문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작품은 위대한 연주자와 연기자 들을 만나 완벽해진다. 모차르트와 베르디를 접하려면 발터와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가 있어야 하고, 브레히트와 셰익스피어를 받아들이려면 빌라르와 셰로 같은 연출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과학에서도 위대한 과학자의 발견을 학생들이나 일반인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좋은 해설자가 필요하다. 위대한 곡이 훌륭한 연주가를 만나 새 생명을 얻듯이 위대한 과학의 발견도 훌륭한 해설자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과학자를 꿈꾸는 후세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런 저자의 생각에 화답하듯 한국의 김희준 교수가 해제 글을 써서 이 책의 글맛을 한층 높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두 할아버지 과학자들의 글은 과학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끌어낸다. 김희준 교수는 좋은 과학 해설을 하는 방법으로 과학의 내용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질문을 유도하는 것, 과학의 내용이 알려진 과정을 시대의 흐름과 관련해 이해시키는 것, 과학을 역사, 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와 연결해 해설하는 것 등을 꼽았다. 과학 교과서에는 주로 빠져 있지만, 어떤 원리가 알려진 배경과 그것의 과정을 찾아가는 여정이 동반되어야 마침내 과학이라는 너른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한 과학 해설의 본보기가 되는 이 책을 통해 과학에 첫걸음을 내디디고 과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할아버지 : 인공수정, 장기이식, 화학 오염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거야. 더 매력적인 것도 있어. 외계 행성의 발견, 대형 유인원 연구……. 아무튼 과학이 연구하는 많은 현상이 해리 포터의 마법 능력보다 더 신기하고 흥미롭지! 클라라 : 어쩌면요. 하지만 그 현상들은 해리 포터처럼 재능 있는 작가가 이야기해 줘야 할 거예요. 해리 포터 소설을 영화한 것처럼 탁월한 솜씨로 보여주면 더 좋고요. 할아버지 : 그래, 네 말이 맞다. 20세기의 걸출한 물리학자이자 뛰어난 교양인이던 바이스코프가 떠오르는구나. 그의 말에 따르면, 문화 영역 대부분에서 우리는 당연히 위대한 창작인?시인?극작가?작곡가 등을 좋아해. 그리고 그들 작품의 위대한 연주자와 연기자 들도 높이 평가해. 연기자와 연주자 없이 어떻게 작품을 접할 수 있겠니? 결국 작가만이 아니라 작품의 해설가도 문화를 가공하고 전달해. 그런데 왠지 과학 분야에서는 위대한 해설가의 위상이 제대로 인정받거나 평가받지 못했지. 클라라 : 할아버지 말씀처럼 과학 분야에 ‘위대한 해설가들’이 있기는 한가요? 할아버지 : 있고말고! 20세기 초에 상대성이론을 주창한 아인슈타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한 랑주뱅을 예로 들 수 있어. 20세기 말에 진화론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한 굴드도 있지. 중요한 재능이 있었는데도 평가받지 못한 과학자들이 발견보다는 해설 쪽에 많아. 해설 작업도 꼭 필요하거든. - ‘해리 포터보다 더 잘해!’ 중에서 추천사 과학에서도 위대한 과학자의 발견을 학생이나 일반인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좋은 해설자가 필요하다.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정답게 서로 묻고 답하다 보면, 과학자들이 연구 과정에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뿐만 아니라, 좋은 질문을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 김희준(서울대 화학부 명예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