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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헨리’가 아닌 ‘노먼’으로
2. 치료비 대신 채소와 과일을 받다 3. 사람의 생명과 꿈을 구하는 칼 4.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란 5. 영광스런 우유 배달 6.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전쟁터로 떠나다 7. 또 다른 도전이 될 중국으로 8. 지칠 줄 모르는 사나이 9. 돌격! 우리 뒤에는 백구은이 있다 10. 한쪽 귀는 적에게, 다른 한쪽 귀는 동지들에게 11. 단 한 명의 부상병까지도 12. 영원히 동지들 곁에 남다 글쓴이의 말 역사인물 돋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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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누군가가 병원 문을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베쑨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가 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옷차림의 사내가 어둠 속에서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습니다. 사내가 베쑨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선생님! 제 아내가 지금 아이를 낳으려고 합니다. 제발 부탁이니 저와 같이 가셔서 아이를 받아 주십시오.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 의사들을 찾아가 사정사정했지만 모두들 안 된다고만 합니다.” 베쑨은 다른 의사들이 왜 사내의 부탁을 거절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내에게서는 치료비를 받을 수 없을 게 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잠깐 기다리시오. 내 얼른 가방을 가져올 테니.” --- p.19 “베쑨 선생,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스페인 민주주의 원호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선생을 찾아온 이유는, 우리 위원회가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모금한 기금으로 마드리드에 의료 봉사단을 보내려 하는데 그 의료 봉사단을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베쑨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새 생명을 얻은 이후, 그는 지금껏 결핵을 치료하는 일에만 전념해 왔습니다. 그 시간이 자그마치 9년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의료 활동을 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 p.38-39 오후가 되자 임시 수술실의 앞마당은 수술을 기다리는 부상병들로 가득 찼습니다. “부상병들을 더 보내도 되겠습니까?” 왕 장군의 부하가 황급히 뛰어와 물었습니다. 베쑨이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수술을 하며 말했습니다. “모두 보내시오. 부상병들이 아무리 많아도 다 수술을 해 줄 테니.” --- p.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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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세계의 가장 정확한 병명, ‘빈곤’과 ‘전쟁’에 메스로 맞서다
‘난세에 영웅 난다.’라는 말이 있다. 끊이지 않는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로 인해 혼란한 시대가 되면 어김없이 세상을 바로잡을 힘을 가진 비범한 인물이 나타난다는 뜻의 속담이다. 수많은 문명과 나라가 흥망을 반복하는 동안 무수한 영웅들이 난세 속에서 출현하였고 이름을 떨쳤다. 고조선을 시작으로 삼국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제각기 모습을 달리해 온 우리나라 역시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끊임없이 회자하고 기억해 왔다. 하지만 시대적인 사건들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록되는 역사의 특성상, 난세에 돌연 출몰하여 인류 평화에 크게 기여한 진정한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세월 속으로 가라앉는 이름이 있게 마련이다. 폐결핵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하였으나 부유한 생활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스페인과 중국에 종군의사로 참전하여 세계의 자유를 위해 힘쓴 노먼 베쑨은 이념에 따라 적과 동지를 가르던 근대 우리나라의 분위기 속에서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이름이다. 베쑨은 일찌감치 인류가 고통 없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원인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빈곤까지 타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빈민이라고 해서 결코 치료를 거부하지 않았던 그는 파시즘과의 전쟁이 한창이 스페인에 홀몸으로 뛰어들어,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을 직접 찾아가 부상병들에게 수혈을 해 주는 이동 수혈대를 조직했다. 자신을 시작으로 스페인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세계 전역에서 이어지자 베쑨은 중일 전쟁이 한창인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륙 침략에 혈안이 된 일본에 맞서 총 대신 메스를 들어 싸운 것이다. 그는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어 아무런 연고 없는 머나먼 이국에서 물질적인 보상 한 번 바라지 않고 포악한 거대 세력에 의해 자유을 잃은 사람들을 지키려 투쟁했다. 비록 수술을 집도하던 중 감염된 파상풍으로 인해 마흔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의 소명을 잊지 않고 부상병들을 아들처럼 살뜰히 보살핀 베쑨의 숭고한 삶과 죽음은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바꾼 인물들] 시리즈 제8권 『노먼 베쑨, 병든 사회를 치료한 의사』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전쟁과 빈곤에 찌든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애썼던 노먼 베쑨의 뜨거운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은 일상에 얼마나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또한 노먼 베쑨과 관련된 의학 상식들과 더불어 그의 얼과 숨결을 기리고 있는 해외 명소를 담은 권말 부록 ‘역사인물 돋보기’는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온몸으로 인류애를 실현한 휴머니스트 의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하고,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생각의 폭을 넓히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