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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_김유정이 이상보다 먼저 죽은 까닭은?
*오감도인가, 조감도인가 *구본웅의"우인의 초상"*스토커 김유정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2부_카프의 몰락과 임화의 선택 *임화의 제자 김해경 *박영희, 김기진의 내용형식 논쟁 *이귀례의 붉은 사랑 *최승희와 안막의 결혼 *최정희와 지하련의 첫사랑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3부_백석의 나타샤는 누구인가 *백석의"고향"과 테세우스의"미궁" *자야와 최정희의 진실 게임 *통영 명정골 객주집 딸과의 인연 *농사꾼이 된 백석 인터뷰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4부_이태준의 성북동 시대 *이태준의 수연산방 *김용준의 노시산방 *박태원의 실연기 *김환기의 수향산방 *변동림과 김향안의 인생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5부_1930년대 모던 걸의 자유연애 *빠사 대회장의 세 여자 *사슴의 시인, 노천명의 사랑 *시몬을 향한 모윤숙의 사랑 *최정희의 두 번째 사랑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6부_해방과 분단 시대의 소영웅주의 *모든 조선의 글루미 이맨시페이션 *이태준의 소비에트 여행기 *임화와 카프계 동지들의 활동 *김순남과 함세덕의 월북 *여간첩 김수임 사건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7부_한국전쟁과 모던 시대의 최후 *임화의 남로당계 몰락 *설정식과 김순남의 최후 *한설야는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 *이태준과 박태원의 운명 *붉은 완장을 찬 노천명 *이중섭의 잃어버린 소 *김수영의 서랍 속에 있는 불온시의 정체 각주로 읽는 팩트와 픽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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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가을 어느 날, 마산 남성동 임화의 신혼 살림집. 지금으로 따지자면 남성동 대신증권 터가 그 당시 임화의 보금자리였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호시절에 임화와 새색시 지하련이 신혼 단칸방을 이리저리 뒹굴거리면서 유유자적하고 있다. 임화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낙화유수"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지하련은 독서삼매경이다.
"임자, 뭐 보고 있네"? "시야요. 정희가 보내준 거야요. 임자도 한번 보시겠수"? "엥? 경상도 계집애는 어디가고 목소리가 와 그러네"? "호호호, 경성 가 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지요. 안 그렇수"? 임화가 지하련이 보던 시를 들여다본다. 이상의 「오감도」 제3호.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다다이즘이로군. 이상이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낯설지가 않네. 당대 조선 최고라고 자부하는 임화가 모르는 다다이즘 시인이 다 있다니, 어불성설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임화의 입가로 묘한 미소가 번진다. 그럼 그렇지, 김해경이었군. 카프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촉망받으며 동경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연락도 없이 불쑥 김해경이 찾아왔다. 따져 보니 벌써 4년 전 일이다"어이, 이게 누구야? 보성 뺀질이가 여긴 웬 일이네"? "일본서 돌아 오셨다기에 막 달려왔어요. 그 동안 자자한 명성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 "야야, 동기끼리 존대가 다 뭐네. 말 놓으라우." 해경이 주뼛주뼛 망설이다가 뭔가를 임화에게 들이민다. 『조선과 건축』이란 왜색 잡지와 낡은 노트다. 잡지를 들춰보니 접힌 부분이 눈에 띈다. 일어로 씌여진 「오감도」란 시다. "오감도가 뭐야"? "어, 그건 오탈자야. 조감도가 잘못 인쇄된 거야." 이번엔 노트를 건성으로 들춰본다. 깨알같이 적힌 「건축유한육면각체」란 시가 눈에 띈다. 그리고 별 것 없다는 듯 노트를 탁, 접는다. 임화의 행동거지를 긴장하며 지켜보던 해경은 탁, 소리에 놀라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쪽 팔려서 고개를 조아린다. "요즘도 술만 처먹으면 이불에다 오줌 싸니"? "아, 아니…." "그럼 요즘 뭐하고 사니"? "학교 졸업하고 총독부에서 건축 기수로 일하고 있어." "그림만 그리는 줄 알았더니, 시도 쓰는구나. 근데, 다다이즘이 뭔지 아니"? "조-금…." --- p.36~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