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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BYONG HEON,閔丙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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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생인 민병헌은 지금 구본창과 함께 한국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이 책, 민병헌 사진집 「잡초」는 작가 민병헌의 대표작인 <잡초> 연작을 망라하여 수록한 것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책이다. 모두 47점의 작품이 들어 있다.
90년대 초반 새벽 이른 시간에 서울 근교의 농촌을 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친, 비닐하우스 틈새에서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풀들에서, 더러는 마른 풀들의 가녀린 흔적들에서 민병헌은 일순 자신의 온 촉각을 일깨우는 자연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였다. 그 뒤로 몇 해 동안 그는, 있는 그대로의 풀들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직관의 심미안으로 건져올리기에 골몰하였다. 그리하여 1996년에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잡초> 연작은 민병헌을 한국의 중요한 사진작가로서 이름을 떨치게 했다. 국내, 국외의 화랑이 서로 그의 전시를 초치하기 위해 애쓰고, 세계의 미술관들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 가장 많이 팔리며 일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작품이기도 하다. 민병헌의 <잡초> 연작은 아름답고 예민한 이미지로 이어진다. 무척 회화적인 이미지를 지녔거니와 수묵화와도 같은 이 사진들에서, 버리고 비우기를 거듭한 끝에 획득한 선禪적인 달관이 감지된다. 시인 이문재는, 민병헌의 <잡초> 연작이, 그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사진의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물녘 땅끝마을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것은 "찍는 것이 아니고, 안 찍은 것"의, 온전히 주관적인 "표현의 미학"을 민병헌의 사진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병헌의 그 미학은,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자본주의의 동물성(육식성), 그 크고 빠르게 돌아가는 주류 세계, 그리고 관습적인 시선과 서양 미학에 대한 무의식적인 강한 거부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작가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땅끝에서 돌아서면, 바로 거기가 땅의 시작"이듯이, "민병헌의 사진은 빛의 끝, 문명의 끝이다. 그러므로 여기가 시작이다. 우리가 기어이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절망의 끝이다. 꿈의 시작이다"라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 뒤늦게 사진을 하기 시작한 민병헌은, 한때 홍순태 선생 작업실에서 암실에 파묻혀 지내던 것을 빼고는 오로지 독학으로 외롭게 사진 작업을 해왔다. 암중모색하듯 혼자만의 사진 세계를 닦던 무명 시절에, 비슷한 연배의 젊은 작가들은 사진계에서 이미 이름을 내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7년 <별거 아닌 풍경> 연작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작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발밑의 땅바닥에서 자잘한 돌멩이, 흙이나 모래, 아무렇게나 나 있는 바퀴 자국이며 발자국 같은 그 하찮고 미세한 것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들이었고, 이 연작은 그 뒤로 그의 작업의 뿌리를 이룬다.) 그 뒤 1996년 이후 <잡초> 연작으로 한국의 대표 사진작가로서 명성과 입지를 굳히기까지, 또 잇달아 계속해서 <하늘>, <안개>, <몸>, <숲>, 그리고 최근의 <스노우랜드> 연작을 발표하기까지도, 민병헌은 여전히 외롭게 자기 길을 걸어오고 있다. 세상의 사진이 다양한 스타일과 기교와 표현 방법으로 화려하게 변주해 가는 동안 민병헌은 그런 것에 눈길을 흩뿌릴 줄 모른 채, 한길로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수해 오고 있다. 사진을 시작한 지 서른 해가 되도록, 재료나 기법의 가감 없이 오직 정통적인 사진 작업 방법을 고집하며 자기의 모든 작품을 제 손으로 직접 인화해 오고 있는 그가 의지하는 것은 오직 자기의 직관이며, 눈이며, 손이다. 사진의 대상도 무슨 특별한 것이 아니다. 늘 마주하고 지나치는 익숙한 풍경들이다. 그는 그 하찮아 보이기도 하는 익숙한 것들을 자신의 직관과 심미안으로 새롭게 보고 사진에 담는다. 왜냐면, 평론가 박영택이 옮기고 있듯이, "그는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욱 중요한 사진의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기 식으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시선의 힘이 사진을 사진이게 한다"는 것이다. 민병헌은 그저 우리 주변의 사물을 찬찬히, 자기 자신만의 눈으로 헤아리고 들여다볼 뿐이다. 그리하여 태어난 말 없고 무심한 듯한 그의 작품들은 밋밋한 중간 톤으로 일관한, 보일 듯 말 듯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그런데 그 보일 듯 말 듯한 회색의 이미지가 더할 수 없이 촉각적이어서 만져 보고 싶고 가까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발휘하거니와, 그 극도로 섬세한 색조의 변화는 들여다볼수록 풍요로운 느낌이 일렁이게 하다가 어느 순간 보는 이도 함께 무심의 경지에 빠지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