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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모른다
여성 · 여성성 · 여성문학
김승희 저
마음산책 200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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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엮고 쓰면서

최승자 일찌기 나는
여성에 관하여
강은교 비리데기의 여행노래3
김혜순 딸을 낳던 날의 기억
또 하나의 타이타닉 호
실비아 플라스 아빠
생일을 위한 시6
고정희 땅의 사람들
사임당이 허난설헌에게―정실부인론을 곡함

앤 섹스턴 가정주부
죽음의 아이
김정란 집을 뜯어먹는 짐승
황인숙 칼로 사과를 먹다
최영미 어떤 족보
Personal Computer
이상희 해골의 표정
석영희 심판
미란에 대하여
엄승화 은여우
이연주 흰 백합꽃
양선희 노상에서의 휴일
준 조단 어떤 사람들
여자 그리고 남자의 침묵

신현림 립스틱과 매니큐어
박서원 어떤 황홀 2
난간 위의 고양이
김선우 양변기 위에서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
얼레지
허혜정 푸른 밤
에밀리 디킨슨 나의 생명은 ―장전된 한 자루의 총―
이경림 나0, 무너진

노혜경 레이스마을 이야기―할머니의 앞치마
애드리안 리치 성폭행
여자들
김소연 幻身의 고백
마야 안젤로우 새장에 갇힌 새
김상미 드라큘라 백작의 녹음 테이프
아줌마
정끝별 우리집에 온 곰
김언희 트렁크
최정례 햇빛 속에 호랑이
김승희 사랑 5
한국식 실종자

저자 소개

저자 : 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그림 속의 물』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태양미사』외 5권의 시집과 여러 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1991년 제5회 <소월시 문학상> 수상하였고, 현재는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4쪽 | 35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351115

예스24 리뷰

김정희(candy@yes24.com)
저자에 따르면 여성 문학은 소수 문학이다. 여성 문학은 아버지의 이름에 구멍을 내는 문학이며 구멍을 내면서도 또 그것을 꿰매기도 하는 이중적 문학이다. 여성 문학은 가부장제 사회가 내미는 거울을 수납하지 않는 문학이며, 그 거울을 깨뜨릴 뿐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 질서가 여성에게 부여한 젠더를 해부하고 뒤집고 그것을 전유하여 전복시키기를 꿈꾸는 푸른 힘의 문학이다. “이제 여성 문학은 희생과 고통의 시학만을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시인 김승희는 여성 주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 주는 1970년대 후의 여성 시인들 작품 44편을 골라 시선집을 만들었다. 각 텍스트에는 여성 중심주의 비평의 이슈에다가 저자의 평과 느낌이 덧붙여져 한층 풍부한 시 감상의 촉매가 된다.

첫번째 시는 최승자의 「일찍이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 이 시를 두고 저자는 한국 여성 시사에서 `여성 자서전'인 인식의 창세기가 될 만한 작품, 호명되는 주체로의 거절, 즉 여성적 타자에서 여성주의적 주체로의 전환적 인식을 선포한 선언적 작품이라 평가한다. 「땅의 사람들8」에서 `하나님-아버지'가 아닌 `하나님-어머니'를 생각한 시인 고정희는 한국 여성주의 시의 야성적 개척자이자 대모적 존재이자 모든 여성 현실을 담론화하려고 온몸을 던져 치열한 노력을 바친 안티고네이자 아마조네스이다.

저자는 “노을이 내릴 무렵 밥솥을 들고 쌀을 씻는 여성들에게 밥솥의 무게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맞먹는 무게”가 되리라고 상상한 김혜순의 「또 하나의 타이타닉 호」에서는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초현실의 놀라운 발굴'을 집어 낸다. 스스로 집에 불을 질러 생을 마감한 석영희 시인의 「심판」을 읽으면서는 그녀의 죽음을 좇아 삶을 마감한 이연주 시인의 비극을 기억해 낸다. 아울러 1963년 실비아 플라스가 자살하고 그후 실비아 플라스의 친구이자 정신적 자매였던 시인 앤 섹스틴이 자살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동서양을 불문하고 여성시에는 왜 이렇게 광기와 타나토스가 많은 것일까?”한숨지으며 중얼거린다.

책은 외국 여성 시인의 시까지 망라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아빠」라는 시에서 “아빠, 아빠, 이 개자식, 이젠 끝났어”라고 외친다. 저자는 폭력적 아버지에의 증오를 표현한 이 구절이 중심의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기류와 합쳐져 한국 여성시의 의식과 표현에 큰 변화를 미쳤다고 평가한다.

시를 읽고 감상하는 저자의 사유는 개인적 체험으로까지 확산된다. 애드리안 리치의 「여자들」의 “처음이다, 이런 햇빛 아래, 나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볼 수 있다.”에서 저자는 “햇빛 속에서 보면 어딘가 촌스럽고 집안에서는 잘 안 보이는 아픔이 불현듯 예리하게 다가와 갑자기 초라하게 쪼그라드는, 그런 부담스러운 존재”인 가족을 생각한다. 저자가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가르치던 시절, 엄마와 여동생이 미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서울로 돌아가는 날, 토마토 케첩, 버터, 잼, 스팸, 아몬드 같은 흔하디 흔한 `미제'로 가방을 꽉 채웠다가 무게 초과에 걸려 여동생과 함께 허둥지둥 짐을 나누던 저자는 광분하여 케첩 병을 공항 바닥에 내동이치며 윽박질렀다. 저 아래에서부터 치받쳐 올라오는, 무언가 “우리 전체가 억울한 느낌.” 그런 존재들인 자매.

자신이 시인이기도 한 김승희가 고른 44편의 시에는 모두 어떤 더 큰 `절대 주체', `아버지의 이름', `권력'때문에 자신이 타자로서 귀속되었고 `영토화'되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권력에서 탈주하려는 욕망을 한다. 이러한 시들의 해석과 감상에도 시에 깃든 것과 같은 고통과 욕망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시선집『남자들은 모른다』는 그 자체가 저자 김승희가 말하는 또 하나의 `여성 문학'이 되었다.

책 속으로

아줌마들은 너무 오래 부엌에만 갇혀 있었다
행복한 식탁에 사슬로 매달려 있는 수저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
그 속에서 개성을 잃었다
마음은 마음이 제집인데
아줌마들의 마음은 가족이란 밀집체 속에 너무 깊이 스며 있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얼굴이
아줌마들에겐 없다
- 아줌마 - 중에서

--- p.155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안다 : 그녀의 얼굴을 산산이 부순 거대한 주먹을.
그 위, 하늘은 달의 슬픔을 감추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흔적들을 등지고 창문들은 불을 켜고
문들은 닫힌다. 그녀는 여성 파멸의 폭력 안으로 쓰러진다.

그의 성욕의 돌진에 항거하여 어떻게 그녀가 일어나야만 했을까?
그녀는 이빨을 토해낸다.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들을 찢어 버렸다.
그의 분노의 털난 토르소는 그녀의 믿음의 마지막 보루를 파괴했다.
그는 그녀의 가슴을 찢었다. 그녀 가슴을 할퀴고 짓이겼다.

그녀는 수련들과 백조가 있는 습지 연못 안으로 가라앉는다.
그녀는 나무들에서 나오는 음악의 오후 위로 표류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밟고 걸어가는 피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다시 나타난다 : 이성이 잡을 수 없는 한 마리의 미친 암케 :
강물과 곡식들을 마르게 하는 고열 :
그녀의 잔인한/고열로 빛나는 에너지로 보호받는 사랑스러운 소녀.

--- pp.98-99

출판사 리뷰

왜 지금 '여성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출연한 방송을 보고 프로그램의 여성 진행자보다 더 아름답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은 이제 이 사회가 성 혹은 성차(性差)에 대해 어떤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예감케 된다.

미셸 푸코는『성의 역사』에서 성은 권력이 통괄하려는 일종의 자연적 현상이라거나 지식이 언젠가 벗겨내고야 말 모호한 영역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면서 성은 '하나의 역사적 구성물에 부여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지적하였다. 성은 자연적 현상이기는커녕 우리들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온 인식이다. 이제 우리는 '성'이라는 이 오래된 의복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캐보아야 할 시점에 섰다. 여성성 혹은 여성됨은 혹시 어떤 사람들에게는 천형이 아니었을까?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다른 소수의 집단과 마찬가지로 소수, 혹은 소외된 집단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는 여성 시인들은 어떤 시로 자신들의 여성성과 여성문학을 직시하고 있을까? <남자들은 모른다> 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김승희 시인이 고른 국내외 여성 시인들의 44편의 시와 함께 여성중심주의 비평의 이슈, 그리고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고통스럽지만 생생하게 담겨 있다.

'비너스의 언덕과 자궁이 여성 운명의 전부인가?'라는 물음 앞에 저자는 혹은 이 책에 실린 여성 시인들과 그 시들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 문학은 우리 사회의 문화질서가 여성에게 부여한 젠더를 해부하고 뒤집고 그것을 전유하여 전복시키기를 꿈꾸는 푸른 힘의 문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객체에서 주체로 거울을 깨고 나오는 여성들

저자는 '여성적 주체에서 여성주의적 주체로의 인식의 전환'을 여성시의 출발로 보고 있다. 즉 가부장사회가 제공하는 여성 정체성과 환상이라는 거울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허구성을 꿰뚫어보며 세계와 나의 틈새를 인식하고 객체에서 주체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노력이 새로운 여성 탄생의 시작인 것이다.

저자는 '도도한 남성중심주의 문학사에서 절대 주체가 열지 말라고 명했던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사람'으로 여성 시인을 명명한다. 금기에 맞서 주체성을 되찾은 여성 시인들은 그 때문에 가부장사회 속에서 혼돈과 분열된 주체로서의 운명을 부여받는다.

이 분열적인 주체들은 애인 되기, 어머니 되기, 자기 어머니 발견, 광기, 불모, 추방, 변두리화, 제도로서의 결혼, 성 경험, 일부일처제, 허구적 여성신화, 출산, 성폭력, 자기비하, 죽음충동 등, 여성으로서 겪는 다양한 체험들을 시로 분출한다. 비록 소수의 목소리지만 그 시들이 갖는 울림은 풍성하다.

여성을 호명하는 여성의 목소리

저자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최승자 시인의「일찌기 나는」을 시작으로 '비리데기'에서 소외된 타자를 발견하고, 프로이트에 의해서 왜곡되었던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유쾌하게 전복시키는 시들 속에서 세상을 폭넓게 끌어안으며, 무질서하고 무의식적이고 분열적인 시어를 의도적으로 구사한 시들을 통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사회 정치적 제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주체로써 동시대의 여성 시인들과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이 책에는 국내 시인들뿐만 아니라 미국 여성 시인의 시 10편도 수록되어 있다.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 실비아 플라스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솔직하고 당당한 목소리로 여성과 여성성과 여성문학을 말하고 있는 시인들(애드리안 리치, 준 조단, 앤 섹스턴, 마야 안젤로우)이 저자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어 그들의 삶과 더불어 소개되어 있다.

남자들은 모른다

<남자들은 모른다>, 다소 배타적으로 읽힐 수 있는 제목이지만 그 속에는 평등에 대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남성중심주의와 그 문화 흔들기, 대항담론 만들기가 여성문학의 궁극의 목표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여성과 남성 둘 다 자유로워지는 인간해방을 여성 문학의 최종 기착지라고 보았을 때. 이제까지 비행의 걸림돌로 작용한 한쪽 날개의 무거움을 걷어내고, 기울어 있던 무게중심을 바로잡아보자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리뷰 총점 7.8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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