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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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제2부 / 제3부 / 제4부 / 옮긴이의 말: 꿈의 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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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신 감각을 믿지만 메리벨 규모의 도시에서 이상적인 서점이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에요. 오로지 좋은 소설만을 판매하는 완벽한 서점은 런던이나 파리처럼 문화적 전통이 강한 대도시가 아니면 버티지 못할걸요. 그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우리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 해도 5,000명에서 1만 명은 될 거예요. 서점에 책이 많아도 정작 원하는 걸작은 찾을 수 없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소설 애호가들이 잠재 고객이 되겠지요.”
방은 이 말에 크게 마음이 움직여 맞장구를 쳤다. “저도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난 그 서점의 이름까지 생각해놓았어요. 오 봉 로망(좋은 소설이 있는 곳). 그 서점을 여는 데 필요한 돈은 내가 댈 수 있어요. 책 팔 사람만 있으면 돼요.” --- p.97 프란체스카는 대답 대신 신문 꾸러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방은 바로 알아차렸다. 일간지 광고란에서 오 봉 로망의 개점 광고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면에는 그들이 고심했던 수많은 카피 중에서 가장 단순한 카피가 함께 실려 있었다. “오 봉 로망에는 좋은 소설들이 있습니다.” 그 밑에 설명이 단 세 줄 달렸다(위대한 문학, 오직 그뿐. 월요일. 파리 뒤퓌트랑 가街. 하지만 번지수도, 영업 시간도 나와 있지 않았다). 배경으로는 빅토르 위고가 손수 그렸다는 근사한 담채화-벼랑 위에 우뚝 솟은 전설의 성-가 깔려 있었다. 방은 괜히 놀란 척했다. “축포는 월요일에 쏘아 올릴 줄 알았는데요.” 프란체스카는 의기양양했다. “당신을 좀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 오 봉 로망의 개점이 이미 한 번 봤던 영화 같은 인상을 남겨선 안 되잖아요? 그 얘기는 이골이 나도록 했죠. 카피에 대해서는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를 열 가지나 냈기 때문에 하나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릴 수 없겠더라고요.” “무슨 뜻이에요? ” “두고 보면 알 거예요.” 방은 짐작이 갔다. 과연, 토요일에 두 번째 축포와 함께 두 번째 카피가 등장했다. 모든 일간지에 전면 광고가 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책들’이라는 카피가 한눈에도 유화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왕정복고 시대 그림을 배경으로 실렸다. 로마의 들판을 힘차게 달리는 2인용 마차. 글줄깨나 읽었다는 사람은 그 마차 차창으로 보이는 옆얼굴이 스탕달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서점 전면에 거대한 패널로 가림막을 세웠다. 금요일에는 신문 광고에 실렸던 빅토르 위고 그림이, 토요일에는 스탕달 그림이 가림막에 등장했다. 서점의 문은 가려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간판도 아직 달지 않았다. 간판은 일요일 밤이 지나고 월요일이 밝을 때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p.251~252 좋은 소설 애호가들은 광고를 볼 줄 알았고 개점 시각인 10시부터 들이닥쳤다. 11시가 되자 매장이 제법 북적거렸고 저녁때까지도 손님은 줄지 않았다. 대부분은 어디 한 번 보자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오 봉 로망 같은 서점을 꿈꾸어왔다. 모두들 비슷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기는 소설책밖에 읽지 않는다고, 집에도 소설책은 넘쳐난다고, 대기 중인 책들이 쌓여 있다고 했다. 침대 밑에도, 머리맡에도, 사무실 책상 속에도, 거실 소파에도 소설책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점에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나. 서점에 갔다가 괜히 울적한 기분에 빠져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올 때도 많았단다. 왠지 숨쉬기가 답답하고 심기가 편치 않든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책벌레들이 서점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니 얼마나 희한한 일인가. 퇴근 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이나 실컷 읽는 낙으로 살아가는 그들, 발목에 골절을 입어 두 달간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던 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는 그들, 소설에서 모든 위안을 얻는 그들이 정작 서점에는 정을 못 붙였다니! “나도 그랬어요. 우리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서점을 연 겁니다.” --- p.259~260) “서점의 개점 광고는 더없이 명시적이었다. [……] 모두들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러한 기획은 전체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신원을 철저히 숨긴 소수의 개인이 타인들의 선택을 대신하는 월권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훌륭한 소설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결정한다는 점은 더욱더 나쁘다.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훨씬 더 많은 책들이 배척당하고 있다. [……] ‘좋은 소설’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나치 수용소의 간수들처럼 감히 책에 품질 인증 딱지를 붙이고 말고를 결정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어디다 대고 그런 수작을 하는가? 자기들이 뭔데? ” 칼럼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도서 목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뻔하다. 다음 단계는 숙청이 될 것이다. 추방당한 책들의 화형이 멀지 않았다.” 방은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거리와 영화관과 회백색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보였고 어느새 빨라진 자신의 맥박을 감지했다. [……] 그는 부록을 접고 오 봉 로망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음속으로 표정 관리를 했다. 서점에 들어가 손님들이 많은 시간 특유의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자 한순간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공격은 여전히 그곳에, 그의 팔 아래, 프랑스 정통 언론으로 통하는 흑백 인쇄지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이 이상적 서점이 꿈이 아닐까 싶었다. --- p.289~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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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은 진짜 소설이다!”_〈마담 피가로〉
“미움, 질투, 상처받기 쉬운 마음. 읽고 쓰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이 자연스러운 감정을 로랑스 코세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_〈르 피가로〉 “애서가들이 군침 흘릴 이야기들로 가득한 작품이다.”_〈오주르디 엉 프랑스〉 시골 마을에 살던 거구의 남자가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는다. 그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다른 마을에서는 운전에 도가 튼 가정주부가 목격자도 없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며칠 뒤 한 바닷가 산책로에서는 중년의 소설가가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협박을 당한다.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지만 그 중심에는 파리 한적한 거리에서 영업 중인 한 서점이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을 비롯하여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프랑스 문단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은 로랑스 코세의 장편소설 《오 봉 로망》(예담, 2015)은 미스터리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시작한다. 작가 로랑스 코세에게 문학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안겨준 이 작품은 소설 전문 서점 오 봉 로망(Au Bon Roman: 좋은 소설이 있는 곳)과 이 서점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채 오직 소설에서만 위안을 얻는 프란체스카는 휴양지 작은 서점에서 이방을 만난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서점 직원이 된 이방 역시 삶의 기쁨은 소설뿐이다. 좋은 소설을 고를 줄 아는 이방의 재능에 감탄한 프란체스카는 그와 함께 오직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 오 봉 로망을 열기로 한다. 이들은 서점에 입고할 도서 선정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좋은소설위원회’를 조직한다. 뛰어난 작가들로만 구성된 이 집단의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몇 명으로 구성되었는지,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책을 고르는지 아는 사람은 오직 프란체스카와 이방뿐이다. 심지어 ‘좋은소설위원회’에 속한 다른 작가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하는 일은 단 하나. 오 봉 로망에서 판매할 소설 목록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이방은 600권의 추천 도서 목록을 요청했다. [……] 금전적 사례 없음. 목록 작업의 흔적은 반드시 없애야 함. 위원들의 이름은 비밀에 붙여지고 목록도 참고 후에는 바로 파기됨. 서점을 감시하거나 개입할 권리도 일절 없음. 보상도 없고, 표도 안 나고, 전혀 입증되지도 않을 공헌. (p.138) 보수도, 명예도 없는 이 일에 작가들이 함께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목적은 단 하나,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좋은 소설을 옹호하고 지키기 위해서이다. “작금의 문학계에서는 풍기문란이 일어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여러분의 계획이 이 가소로운 수작을 백일하에 드러낼 수 있을 거요. [……] 문화를 창조하는 집단에게는 보편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아름다움과 독창성이 있어야 하오. 그런데 그 집단이 편 가르기에나 열을 올리고 있으니! 문학계가 베스트셀러 몇 권이 지배하는 아케이드 시장 꼴이 되어 있잖소.” (p.176) 소설에 의해 인생이 바뀐 여자와 소설이 삶의 전부인 남자 그들의 모든 것을 건 전무후무한 ‘좋은소설’ 프로젝트! 그러나 좋은 소설을 팔고 읽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위원들로부터 소설 목록을 건네받은 이방과 프란체스카는 마침내 파리에 ‘오 봉 로망’을 개점한다. 소설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와 언론사들의 비상한 주목을 받으며 성업을 이루는 오 봉 로망. 하지만 이방과 프란체스카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오 봉 로망이 선택한 소설들이 “엘리트주의”에 의거해 선택된 것이라는 비난 가득한 신문 사설을 시작으로 ‘과연 오 봉 로망이 말하는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촉발되고, 호의로 가득했던 언론들마저 오 봉 로망의 도서 선정 방식과 운영 주체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러한 기획은 전체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신원을 철저히 숨긴 소수의 개인이 타인들의 선택을 대신하는 월권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훌륭한 소설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결정한다는 점은 더욱더 나쁘다. [……] ‘좋은 소설’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나치 수용소의 간수들처럼 감히 책에 품질 인증 딱지를 붙이고 말고를 결정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어디다 대고 그런 수작을 하는가? 자기들이 뭔데?” (p.289) 프란체스카와 이방은 자신들의 개인사까지 들먹이는 비난에, 정체불명의 이들에게 위협까지 이어지자 점차 용기를 잃어간다. 뒤이어,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들……. 마침내 프란체스카와 이방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담당 형사인 에프너는 이 모든 일에 배후가 있음을 직감하는데. 과연 이들을 위협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프란체스카와 이방은 자신들의 꿈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2015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대상 수상 작가 로랑스 코세가 그려낸 오직 당신을 위한 소설이 있는 곳 “우리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서점을 연 겁니다.” 액자식 구성과 의문의 화자를 이용해 오 봉 로망의 흥망성쇠를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는 로랑스 코세는 ‘좋은 소설의 기준은 무엇인가’, ‘취향에 우열을 나누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녀가 그려가는 것은 열정을 다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희망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눈물어린 분투기다. 현실이라는 단단한 ‘벽’이 앞을 가로막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가능성과 그 이후의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물러설 것인가. 프란체스카와 이방이 좋은 소설을 옹호하는 것처럼, 작가는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미칠 듯한 두려움, 좌절, 불안, 고집,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p.352) 꿈을 꾸고, 열정을 갖는 일을 옹호한다. 그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으며,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오 봉 로망》이 말하는 ‘좋은 소설’이며 진정한 삶이다. 스탕달, 오노레 드 발자크, 마르셸 프루스트와 같은 대가부터 코맥 맥카시, 파트릭 모디아노, 조앤 롤랑에 이르기까지 시대, 장르,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소설책으로 가득한 거대한 서가를 구경하는 기쁨을 선사한다. 꿈을 꾸는 인간과 이를 방해하는 세력 간의 대립을 통해 이상을 지향하는 사람의 열정과 가치 그리고 그 의미를 되짚어가는 장편소설 《오 봉 로망》은 독자들이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