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중문과 金元中 교수가 허사사전을 처음 출간하여 한문을 주로 강의하는 교육자나, 혹은 경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다. 허사(虛詞)란 한문 문장에서 명사, 동사, 형용사 등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하고 실사(實辭)의 앞이나 사이 혹은 끝에 붙는 대명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조사, 어기사, 감탄사 등의 품사를 말한다. 그런데 허사의 다양한 의미와 용례를 알지 못하면 한문으로 된 문장을 해독할 수 없다. 즉 허사(虛詞)의 용법을 모르면 고대 경전인 논어 맹자는 물론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 난경 및 금원(金元) 사대가인 유하간(劉河間)의 소문현기원병식, 이동원의 비위론, 장자화의 유문사친, 주단계의 격치여론뿐만 아니라 후대 걸출한 의가 즉 왕안도의 의경소회집, 우단의 의학정전 중 의학혹론(醫學或論), 장경악의 유경 부익에 나오는 대보론(大寶論), 경악전서 중 전충록, 서영태의서전집 중 의학원류론, 이석곡의 소문대요 부설에 나오는 부양론과 기혈론 등 의가들의 의론을 직접 음미해 볼 수가 없다.
이번 성보사에서 출판한 허사대사전은 성보사 부설 전통의학연구소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연세대학교 김해명 교수를 중심으로 1998년 ‘허사사전편찬실’을 마련한 후, 중국어법학을 전공한 서남대학교 김현철 교수 등 여러 학자들이 수 차례 토론을 거처 세심하게 교열하여 완성하였는데, 앞서 현암사에서 출판한 허사사전에 비하여 질적으로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번에 성보사에서 간행한 허사대사전은 허사(虛詞)로 사용되는 글자 하나 하나에 대하여 설문해자의 본뜻과 어원을 해석하여 보완하였고, 또한 허사의 용례를 국역함에 있어서도 보다 세련되고 정확하며 군말이 적음을 볼 수 있다. 두 가지 용례를 들어 직접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예1) 假令 : 史記 : 淮陰侯列傳? “假令韓信學道謙讓, 不伐己功, 不矜其能, 則庶幾哉”
현암사 : “설사 한신이 도가의 겸손함과 사양함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지 않음은 거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성보사 :“만약 한신이 도가의 겸양을 배워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았다면 그 공은 옛 성인과 비슷했으리라.”
예2) 豈 : 孟子 : 梁惠王? “雖有臺池鳥獸, 豈能獨樂哉”
현암사 : “비록 누대(樓臺)와 깊은 연못과 기이한 새와 짐승이 있지만 어찌 홀로 즐길 수 있으리요?”
성보사 : “비록 영대(靈臺)와 연못과 새와 짐승들이 있다 한들 어찌 홀로 즐길 수 있겠습니까?”
이상 예1)에서 “假令”은 설사 ~일지라도, 만약~하였다면 등의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則”의 앞까지 모두 걸어야 뜻이 분명한데 현암사에서는 겸양까지만 걸어 해석함으로써 뜻이 애매모호하게 되었고, 예2)에서 “대(臺)”를 현암사에서는 누대(樓臺)라고 했으나 ?孟子?의 원문에 영대(靈臺)라고 하였으니 영대(靈臺)로 해석함이 더욱 좋고, 현암사에서 “어찌~있으리오?”보다 성보사에서 “어찌~있겠습니까?”로 해석한 것이 왕에게 말하는 예법에 더욱 적합하며 현장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특징과 장점이 있으나 지면관계로 다 열거할 수가 없으니 동학 여러분께서 집접 탐구하시기를 바라면서 만약 허사사전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저는 성보사에서 출판한 허사대사전을 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원전의사학 교실 김중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