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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내 삶의 스승, ‘해녀들의 이야기’ 제1부 살아서 전설이 되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바당을 품은 여신, 강태여 할망민박 조폭의 마음을 빼앗은 가파도 해녀 운명처럼 다가온 물질 명함 찍는 해녀, 채지애 눈보라 속에 핀 꽃, 주황색 테왁 제2부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해녀의 삶 해남은 왜 사라졌을까 풍중이라도 해주는 서방님 있다면 아이 업고 일제에 맞서다 무남촌 여자들, 역사를 풀어놓다 제주판 파독 간호사 ‘출가 해녀’ 아마상은 어디서 흘러왔을까 제주 프린스의 ‘해녀 판타지’ 제3부 고수들의 신세계 숨, 해녀들의 생명선 가슴으로 쉬는 숨 바당에 농사 짓는 바다의 철학자 테왁 안고 미역귀 먹고 고무옷 입고 으리으리한 해녀들의 의리 불처럼 뜨거운 수다 제4부 해녀학교를 아시나요 바다 쓰레기를 보석으로 할리와 함께한 입학식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들 유쾌 상쾌 통쾌한 예비 해녀들 또 다른 신세계, 바당올레 에필로그 제주해녀, 불멸의 여신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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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거친 물결도 때가 지나면 잠잠해지는 법. 뭇 생명을 품은 바다가, 목숨을 건 물질이, 사나운 파도 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교훈이었다. 해수욕장에서 장사를 할 때 그녀는 물안경을 머리 위에 얹어놓고 그 속에 돈을 넣어두곤 한다. 내게 인생의 큰 가르침을 전해준 그녀의 머리에 얹힌 물안경이 마치 여왕의 왕관처럼 느껴졌다. 금수저를 물고 세상에 태어난 공주가 아닌, 자신의 몸으로 드센 물살을 가르면서 스스로 여왕이 된, 살아서 여신이 된 여자의 왕관!
--- p.28 제주해녀는 긴 세월에 걸쳐 국내외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해온 ‘뮤즈’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때 귀양 온 선비나 파견 관리들부터 최근 제주를 방문한 서양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장르를 넘나들면서 해녀들의 애환에 공감하고, 아픔을 위무하고, 해녀의 강인함을 찬미했다. 작가 현기영의 소설, 조각가 이승수의 해녀상, 프랑스작가 르 클레지오의 에세이 등에서 해녀들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고 재해석되었다. --- p.141 숨을 쉬어야 사람은 산다. 그러나 숨을 쉬면 안 되는 직업군이 있다. 다름 아닌 해녀들이다. 스킨 스쿠버들과는 달리 공기통이나 호흡기 등 기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기 호흡만으로 물질하는 해녀들에게 ‘숨’ 은 곧 목숨이다. 행여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참지 못하고 ‘물숨’을 쉬면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숨’은 해녀들에게는 금기어나 다름없다. --- p.160페이지 가파도에서 사는 71살 해녀의 대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속에 선 가슴으로 쉬주게.” 가슴으로 숨을 쉰다니? 숨을 참는 것도, 내쉬는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쉰다니? 25년 동안 가파른 도시 서울의, 전쟁터나 다름없는 언론사에서 일 하면서 회사에서 숨이 막힐 듯한 상사를 만났을 때, 기사가 나간 뒤에 당사자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었을 때, 회사가 부도나 날마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남은 기자들이 더 많은 업무를 떠맡아야 했을 때……. 내놓고 외마디 소리를 지를 수도, 마냥 참을 수만도 없던 그 상황에서 나 역시 가슴으로 숨을 쉰 건 아니었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을’이 ‘갑’의 횡포 앞에서 숨을 멈출 수도, 소리를 내지를 수 도 없는 순간에 가슴으로 숨을 쉬면서 견디는 건 아닐까. --- p.164 테왁을 받은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도 있고, 가장 슬픈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도 있다. 물질을 하고팠던 이에게는 자격을 인정받은 증표였고, 물질을 싫어하는 이에게는 해녀의 고된 삶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저주스런 증표였다. 좋아서 받았든 억지로 받았든 간에 해녀들은 테왁을 무척 소중하게 다룬다. 예전에는 스티로폼 테왁에 검정색 천, 요즈음에는 관에서 보급한 오렌지색 천을 씌우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면 햇빛과 바람에 색 이 바랜다. 해녀 탈의장에서 만난 한 해녀는 집에서 들고 온 조각보로 해진 구멍을 깁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애틋했던지 테왁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 p.183 고달프고 힘든 물질로 얻은 소득을 교육을 위해 기꺼이 내놓은 해녀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서 촌지를 건네고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요즈음 ‘잘난 엄마’들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제주해녀들. 모두의 자식을 위해 선뜻 자기네 몫을 내놓고, 이웃 자식조차 제 자식처럼 여겨 등록금을 댄 해녀 삼촌들이야말로 진정한 기부자요 선한 투자자일 것이다. --- p.208 그중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구절은 “우리의 거친 숨비소리마저도 다 전수하겠다” “해녀가 꼭 되지 않아도 좋으니 해녀의 삶을, 해녀의 문화를 잘 배우고 익혀서 널리 알려달라”는 대목이었다. 미래의 해녀를 양성하는 것이 법환 해녀학교의 목표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해녀가 될 생각도, 될 능력도 없는 나는 적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부담감은 싹 사라지고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해녀 문화를, 해녀 삼촌들의 삶을 좀 더 깊이 체험하고 알리는 것이야말로 해녀학교의 문을 두드린 나의 목표이자 동기였으므로. --- 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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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숨을 쉬는 해녀들, 숨으로 인생을 헤쳐나가다!
해녀들은 숨을 멈춰야 산다. 물에 들어가면 가슴으로만 숨을 쉬다가 물 밖에 나와야 진짜 숨을 쉴 수 있다. 숨을 내쉬는 순간 바다는 해녀의 무덤이 되고 만다. 바다는 해녀들에게 자신의 것을 묵묵히 내어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숨은 절실한 해녀들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다. 삶을 위협하는 바다의 거친 물결 앞에서,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자욱한 어둠의 공포 앞에서 단단하게 여물었을 그 숨은 척박한 토양과 고립된 자연 속에서도 물질을 해내고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삶을 헤쳐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중문해수욕장에서 겪었던 숨이 멎을 뻔한 아찔함을 회상하며 해녀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 인생의 수많은 고비와 기로에서 좌절했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서 절망했을 때,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숨이 탁 막혀버릴 때 외마디 숨을 터트렸던 것은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숨이었을 것이다. 해녀들의 숨은 숨가쁜 경쟁 사회에서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인생의 바다에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헤쳐가라”는 대자연의 냉혹함 속에서 터득한 생의 교훈을 전해준다. 모순적이면서 불가사의한 바다의 여신들 해녀들에게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매력들이 존재한다. 그녀들은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면서도 가정 안에서는 끊임없는 희생을 베풀며, 잠수병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또래 여성 누구보다도 건강한 육체와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또한 자신들은 무학이거나 학교에 가보지 못했어도 자신의 몫을 망설임 없이 내어주며 지역의 학교를 세우는 데 온 힘을 보탰다. 해녀들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깊게 의지하며 끈끈한 연대의식을 놓지 않았다. 해녀에게 적용되는 바다의 규칙은 매우 엄격해서 해녀들의 실력에 따라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누어, 들어가야 할 바다가 정해져 있다. 실력이 출중한 상군 해녀들은 지켜야 할 의무도 더 많아진다. 실력에서는 냉엄하리만큼 철저한 평가가 내려지지만 공동체 안에서의 의리는 또 다르게 적용된다. 나이가 들어 하군이 된 할머니 해녀들을 배려하기 위해, 얕은 바다의 물건은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물질이 서툰 해녀들에게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잡은 수확물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아직 덜 자란 소라를 실수로라도 잡아 올려 판매하면 부끄러운 일로 취급받는다. 자기 자신과는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공동체 안에서는 끈끈한 자매애를 발휘하는 해녀 사회는 가장 인간적인 모델인 것이다. 해녀들의 살아있는 역사부터 해녀학교까지 제주해녀의 모든 것 1부 살아서 전설이 되다 에서는 가파도 해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조폭, 바다에서는 카리스마 가득하지만 영락없는 손자 바보인 최고령 해녀, 물질을 하면서 우울증을 치유한 젊은 마라도 해녀, 언젠가 어머니의 바다에 들기를 소망하는 해녀, 등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해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2부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해녀의 삶에서는 고난의 시대를 지나온 해녀의 역사와 정신을 담았다. 과거 가혹한 수탈의 역사와 일제 강점기의 해녀들의 항일 운동, 4.3 민중항쟁의 진실과 북촌 마을 생존자의 증언, 남편 없는 설움인 풍중의 고달픔, 제주 밖에서 해녀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출가 해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부 고수들의 신세계에서는 자신을 품어주는 바다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해녀들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메시지를 던진다. 물질의 핵심 요소인 숨을 비롯해 해녀들의 음식과 고무옷과 테왁, 특수환 환경에서 다져온 공동체의 의미, 해녀들이 미역을 팔아 세운 학교를 소개한다. 4부 해녀학교를 아시나요에서는 해녀학교에 모인 개성 만점의 유쾌 발랄한 예비 해녀들의 모습을 통해 제주 바다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제주해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새록새록 이야기가 넘쳐나는 해녀들과 함께 아름답게 수놓아진 제주 바다의 풍광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바닷속에 뛰어들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해녀들은 긴 세월에 걸쳐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바다를 품은 해녀들의 살아있는 역사를 통해 보다 용기 있는 삶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