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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_그림이 묻고, 책이 답했다
찬란한 순간 모두의 자서전 작은 기쁨 그게 다예요 인생의 친구 문장들의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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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들 022
그림_루이스 조플링, [청과 백] 문장_“난 결코, 램지 부인이 될 수 없지만 나 자신일 수는 있겠지요.”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두 귀부인을 그린 이 그림에서, ‘램지 부인’이 떠올랐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에서 램지 부인은 최고의 아내, 어머니이며 최고의 숙녀다. 내일 등대로 갈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램지 부인은 등대에 가지 못한다. 여자들은 램지 부인이거나, 램지 부인이 못 되거나 결국 그렇게 살게 된다. 그런데 두 여자 중 누가 램지 부인일까? 그림과 문장들 032 에드바르 뭉크, [태양]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자각할 때, 아무리 하찮은 역할일지 몰라도 그 역할을 깨달을 때, 그때에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때에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죽음에도 의미를 주니까.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는 백작 가문에서 태어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그가 원한 것은 비행과 모험이었다. 그는 비행 정지 명령을 어기고 정찰을 떠났고, 어린 시절 고향을 보기 위해 항로를 이탈한 뒤 사라졌다. 야간 비행 중 마을의 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서로 맺어지기 위해 꼭 노력해야 한다고, 들판 여기저기에서 타오르는 저 불빛들 중 몇몇과 소통하기 위해 애써야만 한다고 말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본 불빛이 고향이었으면 한다. 그림과 문장들 033 모리츠 폰 슈빈트, [아침시간] 세상으로부터의 첫 선물은 하나의 쉴 공간이며, 그 다음으로는 평평한 탁자와 침대가 선물로 주어진다. 가장 행복한 사람에게는 침대를 함께 나눌 누군가가 주어질 것이다. -존 버거,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1년에도 몇 번씩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운이 좋을 때에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평범한 날에는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다.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열몇 시간을 비행할 때마다 ‘왜 사람은 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나무처럼 서서 잘 수 없다. 세상의 선물 중 하나가 우리가 누워서 잘 수 있는 침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침대를 함께 쓸 누군가가 존재하는 행운이 모두에게 있길. 그림과 문장들 036 앙리 쥘 장 조프루아,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우리의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결코 홀로 오지 않는다. 교실에 들어서는 것은 한 개의 양파다. 수치스러운 과거와 위협적인 현재와 선고받은 미래라는 바탕 위에 축적된 슬픔, 두려움, 걱정, 원한, 분노, 채워지지 않는 부러움, 광포한 포기, 이 모든 게 켜를 이루고 있는 양파. -다니엘 페낙, 《학교의 슬픔》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에게 학교가 밝고 신나는 곳만은 아니었던 것처럼. 후에 프랑스의 교육자이자 작가로 존경받은 다니엘 페낙이지만, 학생 시절에는 열등생이었다고 한다. … 선생과 학생, 학교에 대해 써내려간 그의 글은, 그래서 솔직하고 따뜻하다. 공부 못하는 학생을 ‘양파’에 비유한 한 페이지는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아니어도,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모두 한 개의 양파였던 것이다. 그림과 문장들 072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기욤 뮈소, 《센트럴 파크》 그 자체로 완벽한 순간이 있다. ‘순간’이기에 곧 사라지고야 마는. 소녀가 화가의 모델이 된 순간은 아마도 그녀 인생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았을 테지만,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상상이 이 그림을 영원하게 만들었다. 그림과 문장들 083 우타가와 히로시게, [프랑스 여인, 그녀의 아이와 개]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다. -이어령,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앞의 그림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할 수 있을까? 스승과 제자 같기도 하고, 지체 높은 사람과 시종 같기도 하다. 검은 개를 타고 어른인 쪽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은 사랑과 선망으로 가득 차 있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이 그림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프랑스 여인, 그녀의 아이와 개〉다. 어머니와 아들이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코가 닮아 있다. 이어령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어머니를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의 여섯 가지에 비유한다. 여섯 가지 중 가장 아름다운 비유를 옮겼다. 어머니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책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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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만큼 이 그림을 잘 설명해 주는 건 없었다.
마치 작가 토마스 만과 화가 카날레토가 같은 순간, 같은 풍경을 보는 듯하다.” “어떤 그림을 볼 때면 책이 떠올랐다. 그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책들. 인생의 비밀을 속삭여 주던 말들. 가장 외로운 순간 기댈 수 있었던 행간들. 이 책은 그림 앞에서 떠올린 문장이다. 나는 다만 그림의 말을 들었고, 책으로 답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한 모든 책들이, 대신 답을 해주었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그림 하나에, 문장 하나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만난 빛나는 책 속 문장들 클림트가 그린 차분하면서도 내면의 고집을 감추고 있는 듯한 소녀. 마치 이런 말을 건네올 것만 같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이 문장은 프랑스 여류작가 사강이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에서 ‘조제’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 문장이다. 이 책 《그림과 문장들》은 그림과 함께 책 속 문장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들 100점과, 영원히 빛날 명문장 100가지를 모았다. 그림에 문장을 더함으로서, 그림 감상의 폭은 풍부해지고 문장의 의미는 더욱 명징해지며, 서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벨에포크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디방 자포네] 속 검은 옷의 여인은, 지금의 청춘들이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언급된 ‘슬픔이 매력적인 이유’를 시각적으로 말해준다.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속 고양이는 노르웨이 시인 하우게의 고양이에 관한 시구를 만나 ‘이곳의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매력적인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앞에서 읽는 오르텅스 블루의 [사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사막] (p.134) 《그림과 문장들》은 한 점의 그림과 한 권의 책의 만남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을 통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그림 감상법과 독서법을 제안한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림과 문장, 그 자체가 주는 단순한 기쁨 이 책에는 많은 여백이 존재한다. 화가와 작가에 대한 상세 소개나, 그림 해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여타의 그림 에세이처럼 지은이의 감상이 길게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앞면에 인쇄된 그림을 넘기면 뒷면에는 그림에 대한 간략한 정보과 함께 그림을 보고 떠올린 책 속 문장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은이의 짤막한 단상이 적혀 있다. 이렇듯 책에는 아주 최소한의 글만이 들어 있지만, 그럼에도 어느 페이지도 쉽사리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그림과 문장 그 자체가 가진 힘, 무게 때문이다. 복잡한 해설 없이도 충분히 그림을 느낄 수 있고, 문장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책을 엮고 쓴 허윤선 기자는 오랫동안 매거진에서 북 칼럼과 신간 소개를 맡아온 10년차 베테랑 피처 에디터다. 소문난 독서가이자 패션지에서 발 빠르게 문화?예술 트렌드를 전하며 ‘지금, 우리’와 소통하는 에디터이기에, 그녀의 에디팅으로 탄생한 이 책은 통속적인 명화와 명문장 모음집하고는 거리가 멀다. 미술사적으로 이름난 명화보다는 우리 눈을 사로잡는 명화, 포스터, 동화 삽화, 동양화 등을 다양하게 다룬다. 그녀가 각별한 애정을 담아 고른 책 속 문장들 또한 현대의 우리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담고 있다. 거기에 짧은 에세이 속에서 때로는 멜랑콜리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문장과 그림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지은이의 탁월한 솜씨는 마치 ‘공감하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지은이가 추천해주는 100가지 그림과 책을 보고, 언젠가 실제로 보고픈 그림, 읽어야 할 책 리스트를 고쳐 쓰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책은 주제에 따라 다섯 챕터로 분류되어 있다. 첫째 장 ‘찬란한 순간’에서는 예술과 미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둘째 장 ‘모두의 자서전’에서는 인생의 의미에 대하여, ‘작은 기쁨’에서는 주로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과 문장을 다루며, ‘그게 다예요’에서는 영원한 화두인 사랑에 대하여, 마지막 ‘인생의 친구’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동물들과의 교감과 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자의 손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책-뜯어 쓰는 아트북 마음에 남는 그림과 문장을 낱장 활용한다 이 책은 페이지를 한 장씩 뜯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되었다. 전자책의 등장 이후 종이책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실험 중이다. 그 결과 컬러링북이나 엽서북, 필사책 등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 책은 보고, 읽고, 뜯어서 사용하는 책이다. 독자의 참여로 최종 완성되는 셈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고 그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 뒤, 페이지를 넘겨 문장을 읽어 보자. 그리고 마음을 끄는 그림과 문장이 있다면, 페이지를 뜯어서 자주 눈길이 닿는 곳에 붙여 놓거나 액자에 끼워 두어도 좋고, 여백에 메시지를 적어 소중한 이에게 주어도 좋다. 이 책은 지친 일상에 힐링의 시간을,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선물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