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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책갈피
박현수 저
예옥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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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균열의 무늬
균열과 환각, 느와르 풍의 수사학까지
포스트아방가르드의 문법, 잔혹시
혼종성의 시대와 최근의 시적 흐름
난유의 시대, 상처난 문법
세계, 텍스트 그리고 독서

2부 환각과 서정
서정성, 착각으로서의 동일성
서정시의 본질과 한계
위조 서정시에 대한 고백
해체주의 이후의 은유적 상상력
좋은 시, 새로운 시란 무엇인가

3부 숭고의 비전
문학의 공간―공간과 장소의 시적 변증법
전통시학1―한국 전통시학의 가능성과 ‘비극적 구조’
전통시학2―이육사의 「절정」과 극단의 사상
전통시학3―리와 기의 구도로 본 현대시의 지형도
전통시학4―이원조의 ‘포즈론’과 전통시학
숭고와 동이적 상상력
동이적 담론과 시의 공간
다친 한울님이 어떻게 참외에 깃드셨는가

저자 소개

저자 : 박현수
1966년 경북 봉화 출생.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 졸업. 현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시 「세한도」)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와 『위험한 독서』가 있고, 저서로는 『현대시와 전통주의의 수사학』과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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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60g | 153*224*20mm
ISBN13
9788995761250

책 속으로

현대의 시인에게도 여전히 세계는 한 권의 책이고 그 세계에 다가서는 방법은 여전히 독서이다. 그것은 신이 적어놓은 서판을 읽으며 신성한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서정적, 마법적 욕구의 현대적 표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책의 본문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본문을 볼 수 없는 책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 그것이 현대 시인의 운명이다. 그래서 그 책에는 본문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인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해체주의자들이다. 전제된 본문이 없으므로 정해진 규범도 기준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실험이 그래서 가능해진다. 서정 시인은 이 읽히지 않는 책 앞에서 서성거리며 다음 페이지에 빛나는 메시지가 황금문자로 적혀 있을 것이라고 몽상한다.
그러나 그 책은 이제 더 이상 넘겨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표지를 넘겨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없다. 넘겨지지 않는다는 이 사실 때문에 현대의 서정 시인들은 존재한다. 표지만의 책이 그들의 존재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옛시인처럼 신을 대신하여 그 본문을 쓸 수도 없다. 이제는 이 책의 표지를 꼼꼼하게 읽는 자세, 포즈만이 필요하다. 현대의 서정 시인들은 이 세계라는 표지만의 책 앞에서, 거대한 벽이 되어버린 책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끊임없이 꿈을 꾼다.--- p.82

먼저, 미래의 서정시는 자본주의의 사물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니힐리즘에 대한 강력한 타자로 존재해야 한다. (……) 또한 미래의 서정시는 서정시가 빠지기 쉬운 세계의 모순에 대한 무비판적인 초월을 극복한 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 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모든 분쟁과 투쟁, 냉소를 무관심하게 바라보고 아무런 대안 없는 초월을 말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이 없다. 미래의 서정시는 당대의 상황을 반영한 서정시이며 당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통찰한 후에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미래의 서정시는 이 세계의 삐걱거림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삐걱거림을 천상의 음악이라며 다른 이의 귀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삐걱거림을 드러내는 방식은 시인 자신의 개성이 결정할 문제다. --- p.128

환각이나 오인이 아닌 진정한 서정성은 삶과 소통하는 서정성이다. 시 속에서만 성취되는 서정성은 반쪽의 서정성이다. 서정시는 넘치는데 우리는 세계와의 단절을 강화해가고 있다. 태풍이 와서 세계는 카오스에 놓여 있어도 최신의 과학기술이 빚어낸 두세 겹의 유리창을 통해 그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있다. 완전한 방음 장치로 우리는 실내의 자폐아가 되어 빗방울소리, 바람소리로부터 고립되고 있다. ‘자발적 소외’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정성의 위기! 그것은 바로 실천이 결여된 서정성에 있는 것이다.

--- p.279

출판사 리뷰

현대와 전통의 시맥을 짚어낸 시인 비평가, 살을 발라낸 뼈의 시학을 말하다
1998년 첫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위험한 독서』를 최근 출간한 저자는 그동안 시인으로서보다 연구자/비평가로서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언어적 관점으로는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시에 대한 수사학적 연구, 그리고 내용적 관점으로는 전통시학에서 비롯된 시정신의 연구로써 깊이와 넓이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학자 시인이다. 이상ㆍ이육사ㆍ김소월ㆍ박목월ㆍ오장환ㆍ김수영ㆍ서정주 탐구를 거쳐, 김지하ㆍ김광규ㆍ오세영ㆍ김춘수 등의 원로시인들의 시세계 및 최근 포스트아방가르드 시를 구사하는 젊은 시인들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비평 영역이 그것을 증명한다. 특히 퇴계에서 이육사로, 김지하로 이어지는 전통시학 연구에서는 저자의 만만치 않은 공력과 통찰력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비평집에는 그간 발표해온 수많은 작품론과 작가론을 거의 대부분 배제한 채 살을 발라낸 뼈로서의 핵심적인 논의만을 담음으로써, 그러한 과감한 결단의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
황금책의 갈피에 끼워진 단서, ‘실천적 서정성’
평론집에서 저자는 시인으로서의 열정을 숨긴 냉철한 태도로써 서정시를 비평하면서도 현대 서정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출구 찾기에 대한 열정까지는 감추지 못한다. 그것은 그 자신이 시를 생산하는 현장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균형 있는 감성과 지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 속에서 저자는 시의 경지가 마법적 환상성에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작품 분석에 대하여는 완고하고 단호하게 세계와의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의 형형한 시선 속에 배어 있는 촉촉한 물기가 감지된다.
평론집의 제목 “황금책갈피”의 상징에서 그러한 지점이 가늠되기도 한다. “서정 시인은 이 읽히지 않는 책 앞에서 서성거리며 다음 페이지에 빛나는 메시지가 황금문자로 적혀 있을 것이라고 몽상한다. 그러나 그 책은 이제 더 이상 넘겨지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표지를 넘겨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없다. 넘겨지지 않는다는 이 사실 때문에 현대의 서정 시인들은 존재한다”(82쪽)고 밝히고 있듯이, 서정시의 세계를 ‘황금책’에 비유하여 그 영원한 환상에 내포된 틈 또는 균열에 대한 ‘갈피’를 잡아보겠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로운 서정의 세계에 대한 갈망의 반증으로, 저자는 이 평론집에서 분석과 해석에 만족하지 않고 ‘실천적 서정’으로 나아가기를 말한다. 이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서정성의 위기! 그것은 바로 실천이 결여된 서정성에 있는 것이다.(……) 상처난 서정은 이 ‘참외들’의 기억을 수사학에서 끄집어내어 삶으로 되돌림으로써 치유되어야 할 것이다. 사물들 속에 편재한 실천적 소통 가능성을 통하여. 새로운 서정시는 거기에서 다시 태어날 것”(279쪽)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저자는 시가 관념과 수사의 벽을 깨고 현실의 일상적 삶을 관찰할 것을 말한다.
리뷰 총점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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