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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
류융 유소영
푸른숲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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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류융 (劉埇)
1949년 타이완 타이베이 출생. 화가 겸 작가로 미국 던빌 미술관 및 세인트 존스 칼리지의 상주 예술가, 세인트 빈센트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회화, 문학, 문예이론 분야에서 7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여러 나라에서 3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타이완을 비롯해 중국, 홍콩 등 중화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껏 인세 수입으로 2백 여 명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했고, 실직자 자녀들을 위한 글짓기 대회를 개최했으며, 불우 아동을 위해 30여 개의 초등학교를 세웠다. 주요 작품으로 『당신에게 사기를 가르치지는 않습니다』『형창수필』『차가운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다』『진정한 고요함이란』 등이 있다.
역자 : 유소영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와 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제주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역서로 『부활하는 군단』『하상주 단대공정』『구룡배의 전설』『법문사의 불지사리』『열하의 피서산장』『중국문화답사기』『세계문명기행』『유럽문화기행』『첫 번째 친밀한 접촉』『욕망과 지혜의 문화 사전, 몸』 등이 있고, 저서로는 『고시 중국어』(공저)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20g | 153*224*30mm
ISBN13
9788971844991

책 속으로

사마귀는 마름모꼴 머리를 쳐든 채 금방이라도 훅을 날릴 것처럼 벌떡 일어나 종이 봉지를 노려보았다. 굳이 애쓸 필요도 없었다. 녀석은 자신만만하게 종이 봉지와 일전을 벌일 태세였다…… 이 사마귀는 ‘큰 형님’이 분명하다. 큰 형님이라면 용감하게 도전장을 받아들이고 말을 터보려 할 것이다. 물론 큰 형님도 사로잡히는 수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체면을 생각하기에 오줌을 지리거나 숨는 일은 절대 없다.

--- p.19

사마귀는 대개 녹색이나 갈색, 아니면 몸통은 녹색이고 날개는 갈색이라 수풀에 숨어 있으면 마른 나뭇가지나 썩은 잎처럼 보인다…… 우리 눈에는 그것이 보호색으로 보이지만, 사마귀의 사냥감인 작은 곤충들에게는 오히려 권력 집단을 보호하고 소시민을 쥐도 새도 모르게 약탈하고 죽이는 수단일 것이다. 이렇게 공명정대한 듯 보이는 방법도 때로는 사악한 방법이 된다…… 우리는 모두 사마귀이기도 하다. 약자를 먹고 강자는 피한다. 또 강적을 피하는 능력(보호색)으로 약한 자들에게 모욕을 주기도 한다.

---pp.56~57

페티가 수컷의 등을 따라 점점 위쪽으로 핥아가다가 목에 입을 맞추는가 했더니 순간 수컷을 세차게 물어뜯었다…… 수컷은 머리가 없어졌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페티를 꽉 붙잡은 채 배를 꾸무럭거리며 계속 정자를 주입했다…… 어미가 아비를 먹는 것은 살아남아 후손을 번성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랑은 소유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소유다. 즉 상대를 자시의 일부로 만드는 행위다…… 사람이든 곤충이든 다음 세대를 위해, 그리고 황량한 시대에 자신의 반려가 후대를 양육할 힘을 가질 수 있게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 pp.252~254

더 이상 집게를 들어 올리지 못하는 사마귀는 총을 반납한 특등 사격수처럼 전혀 위엄이 없다…… 실력자가 나이가 들면 과거의 적들은 우선 복수를 해서 원한을 풀까, 아니면 정권부터 빼앗고 볼까? …… 과거의 영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페티를 처음 잡던 날 그 날카로운 가시로 손가락을 찔렀을 때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건만…… 페티의 양손을 좌우로 벌려놓았다. 가슴을 감싸 안고 기도하는 자세로 평생을 욕심껏 살아온 그가 더 이상 가슴을 부둥켜안게 하고 싶지는 않다…… 페티가 남긴 곤충의 시체로 배를 불린 귀뚜라미들은 모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 pp.292~307

나방을 잡을 수 있게 되면 나비를 잡고, 그다음에는 파리를 잡고, 이어서 벌까지 잡으면, 마침내 나나니벌을 잡게 되는 것이다. 지금 손쉽게 나나니벌을 잡는 고수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페티가 사흘 정도 배를 곯아도 먹이를 잡아주지 않았다. 원래 영웅이나 킬러는 막다른 골목이나 사지(死地)에서 힘겹게 빠져나온 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법이다.

--- p.121

출판사 리뷰

생명은 아름다운가?
사마귀의 한살이에서 인간사의 치열함을 읽는 색다른 시각의 처세서

곤충은 작고, 예민하고, 짧은 생명이다. 잠깐만 방심해도 죽거나 다치고, 애지중지 보살펴도 짧게는 며칠, 길어야 몇 년을 살 뿐이다. 그래서 곤충은 태어나고 죽고, 먹고 먹히는 생명의 일대기 혹은 순환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이미 애완 곤충을 기르는 인구가 10만~15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컴퓨터와 TV로만 세상을 접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간편하고 손쉽게 자연의 이치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간 《살아간다는 것 경쟁한다는 것》의 저자 류융 역시 채 1년을 살지 못하는 사마귀의 일생을 통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공유하는 신비로운 탄생, 힘겨운 성장, 생존을 위한 경쟁, 짝짓기와 자식 사랑, 쓸쓸한 노년에 이은 죽음이라는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그 과정을 기록한 이 책을 읽고 나면, 잔인한 생태 때문에 곤충 가운데서도 유독 외면을 당하는 사마귀가 사실은 우리 인간을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인간사의 고달픈 일면을 쏙 빼닮아, 그 분주한 움직임을 좇다 보면 마치 우리가 조물주가 되어 피 터지게 싸우는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한 번에 수백 마리가 함께 부화하는 사마귀는 곁에 있는 형제를 먹어가며 개체수를 줄이고 힘을 기른다. 여기서 살아남은 몇 마리가 또다시 목숨을 건 다섯 번의 탈피를 거쳐 완벽한 신체와 날카로운 무기를 갖춘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이 탈피의 과정에서 또 몇몇이 목숨을 잃는다. 이렇게 엄선된 일급 킬러들만이 본격적인 사냥에 나선다. 이제 경쟁의 범위는 곤충 세계 전체로 확대된다. 사마귀는 풀숲의 무법자답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음껏 살육하며 배를 불려간다. 특히 암컷은 교미 후 2세의 양육이라는 명분으로 수컷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렇게 삶의 매 단계를 치열하게 건너온 킬러이지만, 겨울이 오면 주저 없이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가 홀로 죽음을 맞는다.

사마귀의 이 짧은 생애는 마치 인간의 삶을 한 가지 관점에서 압축적으로 재구성해놓은 듯하다. 그 관점이란 바로 ‘경쟁’이다. 수많은 정자 가운데 단 하나만이 수정되어, 격렬한 고통 속에 모체를 빠져나와야 비로소 온전한 생명이 되는 우리 인간. 그렇게 생명을 얻은 우리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형제를 견제하고, 친구와 동료를 넘어서고, 때로는 배우자의 희생까지 강요해야 이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작은 자리 하나라도 차지할 수 있다.

생명은 경쟁이다. 수정하지 못한 정자에서 골육상잔의 싸움을 벌이는 사마귀, 어미 젖꼭지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는 새끼 쥐, 미사일과 대포알이 날아다니는 우리 인간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담긴 이치는 이것 하나다. - p.31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 진정한 처세란 무엇인가?

세상의 냉혹한 이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은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저자의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곤충 가운데서도 우리가 가장 기피하는 사마귀를 골라 그 잔인함의 의미를 결결이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직시해야, 나가서 싸우든 미련 없이 숨어들든 삶의 자세를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처세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세상의 ‘이치’다. 상생과 상극의 이치,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운명,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삶의 모습이다. 이런 법칙과 운명을 깨달은 후에야 사람은 편안하고 달관한 삶을 살 수 있다. - p. 13

책을 읽어가는 중에는 ‘살아간다는 것’의 서글픔과 ‘경쟁한다는 것’의 고단함에 잠시 짓눌리는 듯도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숨김없이 보여준 세상의 이치에 묘한 통쾌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어느 정도는 달관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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