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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힘이 세다
김근태
다우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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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기억 혹은 사랑에 관하여
기억에 관한 소고
부드러운 힘
당신들을 빼놓고 '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하생략

2. 희망은 힘이 세다
아침 햇살에 눈이 녹듯이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
시린 겨울을 보내며
직선과 곡선
내 안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이하생략

3. 상식과 대안을 찾아서
벌거벗은 임금님
정치 9단은 없다
대선 캠페인과 내 안의 나
개혁과 사정의 외나무다리에서
희망의 한반도를 만드는 세 가지 키워드

이하생략

4. 스무 살의 젊음들에게
스무 살의 젊음들에게
아름다운 시절
아직도 나는 담배를 핀다
50년간의 분투
김미현과 히딩크, 조수미에게 배운 것

이하생략

5. 살다보면 괜히 좋으 사람이 있다
"그래도 김근태가 있잖아"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희망의 근거가 됨직한 사람
조금 모이면 얼른 나누고 사는 부부
곧두재 같은 쉼터
살다보면 괜히 좋은 사람이 있다

이하생략

저자 소개 1

1962년 서울 출생. 숭실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고전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알려지지 않은 설화 찾기를 하고 있으며, 인천대학교와 단국대학교에서 한국과 세계의 고전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서울 600년 이야기』『한국 고소설의 서술방식 연구』『한국 민속 문학과 예술』(공저)『단숨에 읽는 세계문학』(공저) 등 다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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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근태
경기도 부천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60년대를 제적과 강제 징집으로, 70년대는 수배와 피신으로, 80년대는 고문과 감옥 생활로 그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러한 삶의 이력으로 1987년에는 부인 인재근 씨와 함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했고, 1988년에는 함부르크 자유재단으로부터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이자 재선 국회의원.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88964125

책 속으로

지금부터 15여 년 전 아들애가 대여섯 살 때의 일이다. 부친 YMCA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란 제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였더니 검은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 왜소하게 끼어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양켠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검은 안경을 낀 채 떡 버티고 앉아 있고.

나에게도 상처는 남아 있다. 그곳에서 더 이상 피는 흐르지 않지만 상처 자국은 남아 있다. 그 시대 나는 기관원들에게 요구했다. 나를 체포한다면 언제든지 좋다. 단 애들 보는 데서나, 집안이나 동네에서 말고 바깥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대충은 그렇게 됐는데도 아들애의 가슴에는 그처럼 무거운 짓누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무거운 기억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아들애로 하여금 폭넓은 탐색과 모험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이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좋아 한번 해봐" 하며 어떤 모색이든 허락하는 넉넉함이 있는 사회였음 좋겠다.

--- p.38

얼마 전 동아일보에 실린 첼리스트 장한나의 인터뷰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나는 장한나를 만나본 적도 없고, 그녀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도 없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커다란 첼로를 비스듬히 들고 서 있는 장한나의 사진이 나의 눈을 끌었다. 그 친구는 하버드대에 진학할 예정이란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그 친구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서다. 내가 이 나라에 살면서 ㅏ주 못마땅하다고 꼭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체육이나 음악 혹은 미술을 하는 어린이들이 정말 죽도록 그 '기술'만 배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힘, 철학하는 힘, 관찰하는 힘, 대화하는 힘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떤 영감과 사유를 갖게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한나는 우리로 치면 수능시험과도 같은 'SAT' 성적이 좋게 나온 덕분에 덜컥 하버드대 입학을 결정했고, 앞으로 그 대학에서 '음악'이 아닌,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술가로서 내면적 성숙을 위해 인문학을 공부해보라"는 스승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요새 무슨 책을 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톨스토이의 『예술론』,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을 들며 톨스토이의 『예술론』에 대해 "도덕주의적"이라는 자기 평가도 잊지 않는다. 라이벌에 대해 묻자 그 친구는 데카르트의 "비슷한 것이 두개 있으면 본능적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는 구절을 인용하여 더욱 더 내 구미를 당긴다.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장한나, 그 친구가 나의 스승이다

--- pp.175-177

추천평

그림 그리는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전람회 하려고 그림을 걸어 놓고 나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릴 때 그 기분은 여간 묘한 것이 아니다. 곤혹스럽기조차 하다. 마치 발가벗긴 채 사람들 한가운데 세워진 느낌이다. "입심이 세긴 하지만 시쳇말로 '뻥'까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장이 좀 심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가 한 말이 귓속에 긴 여운을 남겼다.
썼던 글을 모아서 이 가을에 한번 책으로 내보라는 권유를 물리쳐도 물리쳐도 다시 되몰아쳐 오는 바닷가의 파도 같았다. 거역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 기회를 통해 나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변명이라 해도 좋다. 분명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 지르는 '고함'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야 나의 이 '비명'에 대해, 이 '샤우팅'에 대해 좀더 폭넓은 공감을, 더 큰 위안과 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지나오는 세월 동안에 간간이 쓰기도 하고, 발표도 했던 글들을 모아보았다. 막상 모아놓고 보니 기가 막혔다. "내가 이렇게 노력했습니다."라고 할 말한 뚜렷한 증거물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대체로 완곡 어법 뒤로 숨거나, 심지어 (이 대명천지에서도) 지난날 권위주의 시대 때처럼 은유 뒤로 꽁꽁 숨어버린 듯한 글이 적지 않아 나는 내심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각은 또 왜 그리 영글지 못했는지, 표현은 또 왜 그렇게 서툰지… 앞서 말한 화가의 기분이 이해가 갔다. 나 또한 그야말로 발가벗긴 채 여의도 대로변으로 어기적어기적 나가고 있는 꼴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런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오해는 하시지 말라. 나는 '나체주의자'가 아니다. 벌거벗은 몸을 누구에게든 아무렇게나 보이려 드는 그런 대책없는 취향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덕지덕지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아니 다소간 무서워하는 편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나도 책임져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큰 야망과 큰 꿈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나는 여러분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하나 있다.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한 게 탄로나면 그때 나는 "얼굴 빨개지겠다, 부끄러워하겠다."라는 뜻으로 이 글들을 받아주시기 바란다.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창 뜯어고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속 위반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실력이 되지 않아 역부족인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제작진의 채찍질 소리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나는 이렇게, 두 손을 든 채로 여러분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2001.10.6
여의도에서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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