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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 혹은 사랑에 관하여
기억에 관한 소고 부드러운 힘 당신들을 빼놓고 '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하생략 2. 희망은 힘이 세다 아침 햇살에 눈이 녹듯이 기다리는 일이 가장 어렵다 시린 겨울을 보내며 직선과 곡선 내 안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 이하생략 3. 상식과 대안을 찾아서 벌거벗은 임금님 정치 9단은 없다 대선 캠페인과 내 안의 나 개혁과 사정의 외나무다리에서 희망의 한반도를 만드는 세 가지 키워드 이하생략 4. 스무 살의 젊음들에게 스무 살의 젊음들에게 아름다운 시절 아직도 나는 담배를 핀다 50년간의 분투 김미현과 히딩크, 조수미에게 배운 것 이하생략 5. 살다보면 괜히 좋으 사람이 있다 "그래도 김근태가 있잖아" 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희망의 근거가 됨직한 사람 조금 모이면 얼른 나누고 사는 부부 곧두재 같은 쉼터 살다보면 괜히 좋은 사람이 있다 이하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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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5여 년 전 아들애가 대여섯 살 때의 일이다. 부친 YMCA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란 제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였더니 검은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 왜소하게 끼어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양켠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검은 안경을 낀 채 떡 버티고 앉아 있고.
나에게도 상처는 남아 있다. 그곳에서 더 이상 피는 흐르지 않지만 상처 자국은 남아 있다. 그 시대 나는 기관원들에게 요구했다. 나를 체포한다면 언제든지 좋다. 단 애들 보는 데서나, 집안이나 동네에서 말고 바깥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대충은 그렇게 됐는데도 아들애의 가슴에는 그처럼 무거운 짓누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무거운 기억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아들애로 하여금 폭넓은 탐색과 모험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이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좋아 한번 해봐" 하며 어떤 모색이든 허락하는 넉넉함이 있는 사회였음 좋겠다. --- p.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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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아일보에 실린 첼리스트 장한나의 인터뷰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나는 장한나를 만나본 적도 없고, 그녀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도 없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커다란 첼로를 비스듬히 들고 서 있는 장한나의 사진이 나의 눈을 끌었다. 그 친구는 하버드대에 진학할 예정이란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그 친구의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서다. 내가 이 나라에 살면서 ㅏ주 못마땅하다고 꼭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체육이나 음악 혹은 미술을 하는 어린이들이 정말 죽도록 그 '기술'만 배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힘, 철학하는 힘, 관찰하는 힘, 대화하는 힘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떤 영감과 사유를 갖게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한나는 우리로 치면 수능시험과도 같은 'SAT' 성적이 좋게 나온 덕분에 덜컥 하버드대 입학을 결정했고, 앞으로 그 대학에서 '음악'이 아닌,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인문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술가로서 내면적 성숙을 위해 인문학을 공부해보라"는 스승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요새 무슨 책을 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톨스토이의 『예술론』,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을 들며 톨스토이의 『예술론』에 대해 "도덕주의적"이라는 자기 평가도 잊지 않는다. 라이벌에 대해 묻자 그 친구는 데카르트의 "비슷한 것이 두개 있으면 본능적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는 구절을 인용하여 더욱 더 내 구미를 당긴다.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장한나, 그 친구가 나의 스승이다 --- pp.175-1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