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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조금”
내가 사랑하는 파리 그리고 프랑스 디자인 1장. “좋아해, 많이: 먹고 입고 쓰는 디자인” 프랑스가 사랑하는 디자이너 · 필립 스탁 유머가 담긴 디자인 우리랑 같이 놀고 싶은 거미, 주시 살리프 우리 집에 귀신이 살고 있어, 루이 고스트 우아한 총, 세 가지 버전의 건 시리즈 디자인을 먹다 · 디자이너 카페 기분 좋은 원더랜드, 봉 ‘그녀’가 숨어 있는 공상적 공간, 미스 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날 수 있는 곳, 제르망 카페 생활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 프랑세 디자인을 입고 쓰다 · 명품과 대중 브랜드 파리지앵의 패션 생활을 디자인하는 가게들 국제적인 디자인 페어, 메종&오브제 인터뷰 · 파리에서 산업디자인 공부하기 - 김신형 2장. “좋아해, 열정적으로: 삶에서 호흡하는 디자인” 디자인 속에 살다 · 공공 디자인 디자인이 다채로운 파리 지하철 파리 시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 파리의 청결을 위한 아이디어 디자인 속을 거닐다 · 공원과 묘지 “빨간색은 색깔이 아니다?”, 라 빌레트 공원 “파리 도심 속에 산이 있다고?”, 뷰트 쇼몽 공원 죽음을 바라보는 파리 시민들의 자세, 몽파르나스 공동묘지 인터뷰 · 파리에서 순수미술 공부하기 - 정다영 3장. “좋아해, 미친 듯이: 감상하고 즐기는 디자인” 디자인을 심다 · 설치미술 장 미셸 오토니엘, [야행성 키오스크] 다니엘 뷰렌, [두 개의 층] 크리스티앙 볼텅스키, [사람들] 베르사유 궁전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사적에 설치될 수 있는가?” 디자인을 전시하다 · 갤러리와 박물관 프랑스 미술계를 움직이는 아트 갤러리들 디자인을 전시하는 갤러리들 파리 장식예술박물관, “역사는 보존에서 시작된다” 주드폼,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사진들 인터뷰 · 파리에서 갤러리 운영하기 - 마르게리타 라티 “전혀 좋아하지 않아” 파리를 떠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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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휘날리는 회색빛 겨울 날씨에 혜지와 함께 강행군을 하며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파리는 여전히 나를 기운 나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검은 코트로 무장한 시크한 파리지앵, 우리가 좋아하는 바게트 빵, 파리 지하철의 귀여운 의자들, 눈길 닿는 곳마다 시선을 빼앗는 도심 속 세련된 공간들, 벽에 붙어 있는 감각적인 포스터, 오래된 돌들이 박혀 있는 파리의 길바닥…. 파리에서 사는 동안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것들과 내가 없던 사이 변하고 새롭게 생긴 것들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끊이지 않던 혜지와의 소소한 수다, 외출하고 돌아와 끝이 보이지 않는 6층 계단(파리의 옛날 집들은 천장이 높아서 층 하나를 걸어 올라가는 데 30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을 걸어 올라가면 나타났던 우리의 하녀 방(옛날에는 집안일을 하던 하녀들이 거주하던 방이 건물의 가장 꼭대기에 있었다). 나는 다시 파리와 깊은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의 감정을 표현한, 이런 프랑스식 표현이 있다. “Je t’aime un peu, beaucoup, passionement, a la folie et pas du tout. 너를 좋아해 조금, 많이, 열정적으로, 미친 듯이, 그리고 전혀.” --- p.10「내가 사랑하는 파리」중에서 사람이 의자에 앉으면 보통 무게가 엉덩이 쪽에 실린다. 즉, 의자의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더 많은 무게를 지탱한다는 소리이다. 이런 구조를 이해한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스탠다드 체어는 앞의 두 다리가 둥근 철로, 뒤의 두 다리는 얇은 철로 되어 있는데 뒷다리의 옆넓이가 넓다. 앞에서 의자를 보면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더 얇아 보인다. 이렇게 시각적으로는 뒷다리를 두껍게 보이지 않게 했지만 실제로는 넓이가 넓기 때문에 더 무거운 무게를 잘 지탱함으로써 안정감을 준다. 이처럼 장 프루베는 가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그 기반을 확립한 디자이너이다.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 디자인은 구조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그 안에 ‘유머 감각’과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시대적 특징’ 그리고 ‘예술적인 미’를 담은 것이다.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간편하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한 나머지 순수예술보다 미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는 ‘디자인 그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랑스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디자인은 삶에 즐거움과 설렘을 선사해 주는 요소가 많다. --- pp.17-18「그리고 프랑스 디자인」중에서 지금껏 부엌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이 혁신적인 제품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필립 스탁이 이 제품을 통해 디자인에 용도와 미를 넘어서는 시적인 유머 감각을 부여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주시 살리프의 디자인이 선사해 주는 시적인 상상력이 좋다. 프랑스어로 ‘poetique(감정적인, 뭉클한, 감동, 봄바람에 떨리는 잎사귀 같은 느낌, 상상을 하게 하는)’. 이 모든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시적(詩的)’이라는 표현. 물론 사람에 따라 더 많은 표현을 첨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시집이나 소설책을 읽지 않고도, 감동적인 영화를 보지 않고도, 부엌에 있는 레몬즙 짜는 기계를 바라보면서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게 그 거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부엌에 있는 주시 살리프를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한다. 저 거미가 밤에 어디에서 재미있는 모험을 하고 와서 아침에 저렇게 새침하게 서 있는 것인가 하고. --- p.33「우리랑 같이 놀고 싶은 거미, 주시 살리프」중에서 “파리 도심 속에 산이 있다고?” 나도 뷰트 쇼몽 공원에 가기 전까지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나 19구 시청을 지나서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뚝 선 산을 물이 감싸고 있었다. 그 주위를 뛰고 있는 조기너들을 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공원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었다. 이 우뚝 솟은 녹색 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면서도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파리의 건물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뷰트 쇼몽 공원은 1867년에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지어진, 파리에서 5번째로 큰 초록 공간이다. 예전에는 석회를 캤던 곳인데, 특징적인 것은 프랑스풍이 아닌 영국풍 정원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풍 정원은 나무와 풀들의 머리를 자르듯이 각에 맞춰서 획일적인 형태로 가꾸지만, 영국풍 정원은 자연스러운 풍경을 추구한다. 뷰트 쇼몽 공원은 특별히 정원을 가꾸지 않고 풀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불규칙적인 형태에서 오는 자연의 어우러짐과 희귀한 종류의 나무들로 인해 도심 속에서 자연의 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 --- p.178「뷰트 쇼몽 공원」중에서 썬: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고,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다영: 학교에서 가장 좋은 점은 여러 나라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건 프랑스의 장점이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각 나라 학생마다 작업 스타일이 있더라고요. 제 이름을 안 봐도 한국 사람의 작업물이라는 것을 다른 외국인들이 알 수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그런 다양한 문화적인 차이를 몸소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었어요. 제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대부분 영어권 위주의 작가나 작품을 많이 배웠다면, 여기서는 유럽권 미술에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이건 프랑스에 있어서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좋은 전시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합니다. 다이어리에 항상 봐야 할 전시 리스트가 가득 차 있어요. 힘든 점은 아무래도 언어적 불편이죠. 한국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작업을 프랑스어로 하려면 스트레스가 정말 큽니다. 저도 그랬고, 유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대로 준비를 하고 들어가는 게 더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수님과 심도 있는 회화가 가능하다면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거든요. --- p.194「인터뷰- 파리에서 순수미술 공부하기」중에서 베르사유 궁전에 현대미술이 설치되기 시작하자 (당연히)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현대미술은 아무것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아무 곳에나 설치된다는 말이다. ‘베르사유, 내 사랑’이라는 단체는 베르사유 궁전에 설치되는 현대미술 작품들은 베르사유 궁전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베르사유 궁전에 제프 쿤스의 작품이 설치되었을 때 반대한 사람 중에는 루이 14세의 자손도 있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 메인 홀에 거대한 가재 모양의 작품이 설치되었을 때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제프 쿤스의 전시를 보고 죽은 루이 14세가 무덤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 pp.226-227「베르사유 궁전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현대미술은 사적에 설치될 수 있는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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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시각이다” 중학교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내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파리로 건축과 디자인 유학을 떠났던 썬이 그곳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항상 듣는 말이 있었다. “프랑스 애들은 태생부터가 달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게 달라서 디자인을 잘할 수밖에 없어.” 썬은 궁금했다. 과연 보고 자란 것이 무엇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다르다고 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고 싶은 독자들은 이 책을 집어 들자. 썬은 그 답을 프랑스 현대 디자인의 기반을 다졌다고 일컬어지는 대표 디자이너 장 프루베에게서 찾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내용 자체가 아니라 썬이 호기심을 느끼고,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도출하고, 그것을 스토리로 만드는 과정이다. 『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은 프랑스 디자인에 대한 단순 지식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먹고 입고 걸으면서 프랑스 디자인에서 찾아낸 생활의 미학을 독자와 함께 느끼고 즐기는 방법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책이다. ‘건축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실용적 기술, 그 안에 담긴 유머 감각,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시대적 특징, 그것을 감싸 안은 예술적인 아름다움’ 이것이 썬이 발견한 프랑스 디자인이라면, 썬의 방식대로 독자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각으로 또 다른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저자인 썬이 이 책을 통해 가장 말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쉽고 재미있게 즐기자는 것’이다. 썬은 자신의 일상 또는 여행에서 쉽게 접했던 소재들로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썬이 사랑하는 장소인 파리에서 했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모두 자신만의 즐거운 디자인 산책을 떠나게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