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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조형의식
한국인과 그 삶터에 배인 원형의 아름다움
신영훈
대원사 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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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집에서 산을 바라다보며
2. 산에서 배운 마음
3. 산의 정기와 웃는 마음
4. 산의 색감과 단청
5. 산을 그리세
6. 목조탑파의 개성
7. 돌탑의 추상
8. 달리는 용과 춤추는 닭
9. 산속에 들어가보니
10. 산을 모르겠어요
11. 산에서 만난 거북
12. 바다와 산이 만나 놀아요
13. 산을 만들어드립니다
14. 산을 찾아가서
15. 여운의 감동
16. 도량의 배경
17. 산을 지으려면
18. 돌사자의 기쁨
19. 돌다리를 만드는 마음
20. 돌다리에도 격조가 있나
21. 웃는 돌사자
22. 돌사자의 인격
23. 모르는 일들
24. 돌사람의 품성
25. 인후장자
26. 검나비산
27. 천상의 세계
28. 상상이 나래를 펴면
29. 자연을 바탕에 깔고
30. 돌원숭이의 내심
31. 인본주의
32. 은사의 교시
33. 조형의식과 실제
34. 끝을 맺으며

저자 소개 1

사진 : 김대벽
1929년 함경북도 행영에서 출생. 현재 해라시아문화연구소 연구원이며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국의 가면 및 가면극』『문화재대관-무형문화재편』 중요민속자료 등 다수를 전담 촬영하였다.
저자 : 신영훈 (申榮勳)
1935년 경기도 개성에서 출생. 1959년부터 국가 지정 중요 국보와 보물의 보수 공사에 종사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 송광사 대웅보전과 보탑사 3층목탑 등이 있다. 1962∼1999년 문화재관리국 전문위원을 역임한 뒤 현재 한옥문화원 원장으로 활동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살림집』 『한옥의 미학』 『절로 가는 마음』 『우리 문화 이웃 문화』 『申榮勳의 역사紀行 1∼10』 『우리 한옥』 『한옥의 고향』 『한옥의 향기』 등 다수가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669g | 규격외
ISBN13
9788936909635

책 속으로

한옥에는 곰살궂은 애정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다. 신발 벗는 보석步石도 그렇다. 신발을 벗을 때 툇마루 높이가 보석과 맞닿아 있지 않으면 그 사이로 신발이 빠질 수 있다. 신발이 빠지면 아씨마님이 고생스럽다.
그 간격에 가는 여모판을 대어 막는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가는 판대기 끝에 게눈을 박아 약간 궁글리면 모양이 난다. 그랬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편의하다는 점에서 완벽을 기하였다. 그렇다고 없어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신발 벗을 때 조심을 하면 그뿐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고, 약간의 손맛을 주어 아름답게 꾸미면 금상첨화이다.
저런 구수한 것 때문에 한옥이 감칠맛을 지녔다고 하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지을 21세기 한옥에서 그 점을 계승하는 즐거움을 맛봐야 한다. 한옥은 어제가 마련해준 선조의 지혜가 담긴 우리 삶터였다. 이제 21세기를 맞아 다시 짓는 살림집을 양옥으로 지어야 하느냐 한옥으로 지어야 합당하느냐는 과제에 직면하였다면, 우리는 마땅히 숙고하여야 한다.
한옥이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면 우리는 21세기에 지어야 할 오늘의 한옥을 성취해야 한다. 그 일은 어제의 문화 곳간에 가득 찬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기력을 참고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안에 온갖 것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문화인들은 한옥이야말로 21세기 인류에게 기여할 대표적인 이상적 살림집으로 지목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우리도 그런 흐름을 외면하기 어렵다면 어제의 정보를 충분히 복습해둘 필요가 있다.

--- 끝을 맺으며 中

출판사 리뷰

한옥을 짓는, 한국인의 조형의식 짚어보기

신영훈·김대벽의 한옥 이야기, 그 세 번째 책인 『한옥의 조형의식』이 나왔다. 『한옥의 고향』에서는 한옥을 포함한 우리의 옛 살림집과 그곳에 담긴 풍물의 이미지를 담았고, 『한옥의 향기』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종가집과 명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생생하게 기록하였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이 책에서는 한국미술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조형의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의식이 어떤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한옥을 짓는 데 있어 어떤 의식과 의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

『한옥의 조형의식』에 담긴 내용은 앞서 출간한 『한옥의 고향』, 『한옥의 향기』와 많이 다르다. 한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한국인의 조형의식에 대한 심오한 탐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산에서 시작된다. 신영훈 선생은 중국이나 일본과도 다른, 우리나라의 산세가 곧 우리들의 잠재의식을 형성해왔으며, 그것이 조형의식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
산속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면서 산을 숭상하게 되었고, 예술성향에 있어서도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천연스러움을 지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천연이 몸에 밴 마음은 애써 내보이기 위해 꾸미려 하지 않는다. 산이 그렇듯이 어울리면 족한 것이다. 구태여 인공적인 꾸밈이 필요하지 않다. 사족을 붙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형의식은 가장 단순한 생활용품에서부터 집을 짓는 벽돌이며 기둥, 정원, 절의 건축과 탑의 조영에도 두루 영향을 미친다.
이어서 선생은 한국의 탑과 중국·인도의 탑, 한국의 목조건축과 중국의 목조건축, 한국의 정원과 중국·일본의 정원, 한국의 사자상과 중국의 사자상 등을 낱낱이 비교하면서 서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어낸다. 이렇게 차이를 드러내는 기본적인 원인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재료가 각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고급 대리석이 많이 생산되는 인도의 경우 건물 전체를 대리석으로 짓고 거기에 조각을 베풀어 장엄하는 방식으로 그들만의 예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대리석보다는 양질의 목재가 많은 한국에서는 목조건축이 발달하였고, 더불어 단청 기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이루었다.
중국은 방대한 규모의 웅장한 건축물이 자랑이지만 고급 목재의 공급이 어려웠던 탓에, 한옥에서 보여주는 통나무기둥이나 고급기술인 흘림을 둔 기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언뜻 통나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재로 켠 나무를 이어붙여 둥근 모양만 낸 것이고, 그 위에 헝겊과 진흙을 바르고 단청을 하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단청한 흙이 떨어져나가는 등, 우리나라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재료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깊은 곳에는 그것을 조형한 사람들의 의식의 차이가 숨어 있다. 선생은 한국의 사자상과 중국의 사자상을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보인다. 사자상은 불교국가가 갖는 공통점으로, 서양의 신전을 지키는 사자와는 달리 인격을 부여하여 조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사자상의 표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중국가 우리나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측천무후의 무덤인 건릉의 돌사자는 사람 키보다 큰 사자상을 한 덩어리의 돌로 다듬었고, 의젓하고 장중하기가 더할 나위 없어 성당 시기의 사자상을 대표할 만하다. 인격이 부여된 사자상으로 인성의 탯거리를 잘 발휘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그 큰 입을 딱 벌리고 마치 맹수처럼 포효하는 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성당 시절과 비슷한 시기에 해당하는 원성왕의 무덤인 괘릉 앞에 앉은 돌사자는 근엄한 모습이긴 해도 좋은 곳에 환생한 주인공을 찬탄하는 길상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어서, 마치 아이들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하고 있다. 춤추는 사자, 익살 부리는 사자, 히죽 웃는 사자 등 네 마리가 각 방위를 바라보며 지키고 앉아 있다.
그뿐 아니라 자금성 건청문 앞의 황금 돌사자와 우리나라 영암사지 금당 기단에 새겨진 사자상을 비교해보아도 두 나라의 조형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중국의 사자들이 주로 근엄하고 매서운 표정으로 맹수로서의 위엄을 과시한다면, 우리 사자들은 자칫 어리석어 보일 만큼 사심 없이 웃는다거나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 맹수로서의 날카로움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신영훈 선생은 그동안 다리품 팔아 보고 온 것들, 느낀 것들을 담담히 서술할 뿐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 하지는 않는다. 분명 이웃 나라와 우리의 조형물에서 뚜렷한 차이가 감지되기는 하지만, 그 바탕에 뿌리 박힌 조형의식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고 아쉬워한다. 선생은 은사 최순우 선생이 꼽은 한국미술의 참모습, ‘순리의 아름다움, 담조淡調의 아름다움 익살의 아름다움, 고요의 아름다움, 분수의 아름다움’을 빌어 우리 조형의식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신영훈 선생이 이처럼 우리 미술 혹은 예술의 기본을 탐구하는 작업에 몰두한 이유는 <21세기의 한옥은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옥이 구시대의 산물에 불과하다면, 한옥은 21세기 우리의 주거문화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한옥만의 특징인 온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는 곧, 겉은 서구적인 형태를 좇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옥이 갖는 장점을 계승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책을 통해 선생은 우리의 삶터 기반을 흐르는 이러한 조형의식을 하나하나 짚어감으로써, 삶의 환경이 아무리 변화하더라도 자연과 천연을 숭상하는 조형의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19세기이건 21세기이건 한옥은 그에 발맞춰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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