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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내가 만난 리선샹 prologue_와신상담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1. 오자서의 세 번째 살인 계획 2. 머리 위에 검 두 자루가 걸리다 3. 선왕 부인이 회임(懷姙)하다 4. 소를 몰살시키다 |
李森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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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이 힘차게 외치며 말을 이었다.
“약속을 꼭 지키시오! 나 구천이 먼저 왕이 된다면 반드시 그대가 왕이 될 수 있도록 돕겠소!” “내가 왕위에 오르는 데 왜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겠소?” “그대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러오. 만약 그대가 왕이 되지 못하면 내가 상대할 맞수를 어디에서 찾겠소?” “구천! 나를 모욕하려는 것인가? 잘 들어두시오! 나는 반드시 그대의 맞수가 되어 우열을 가릴 것이오!” “좋소! 그대에게 맹세하노니 만약 그대가 왕이 되고 내가 왕이 되지 못하면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오!” “나 역시 마찬가지오. 구천 자네가 왕이 되고 내가 왕이 되지 못하면 이 자리에 다시 찾아와 목숨을 내놓고 월나라에 사죄할 것이오. 자!” 부차가 손을 들어올렸다. 구천은 잠시 부차의 손바닥을 응시하다가 엄숙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바닥을 치며 맹세했다. ---「와신상담 1권, 왕위 쟁취를 맹세하다」중에서 “아닐세, 아무래도 이미 늦은 것 같아……. 백비! 오자서에게 내 말을 전하게. 과인의 원수는 반드시 갚되 절대로 성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일세. 3년, 5년 이후라도 괜찮네…….” 합려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백비는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대왕, 소신 잘 기억하겠습니다.” 합려는 숨을 헐떡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과인은 평생 동안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온 사람인데 결국엔 이렇듯 참패를 당하고 말았네……. 과인의 심정은 오자서가 잘 이해할 것이야……. 자네가 꼭 전해주게. 반드시 월나라를 패망시킬 수 있는 현명한 사람에게 왕위를 계승시켜야 한다고 말일세. 그렇잖으면 난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네…….” “대왕…… 대왕…….” 백비가 엉엉 눈물을 터뜨리는 가운데 합려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백비는 엉거주춤 기어서 방을 나오며 울부짖었다. ---「와신상담 3권, 쥐에 빗대어 말하다」중에서 구천은 격노하여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극도로 쇠약해진 터라 몸을 한 번 움직이자마자 바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아어는 구천을 부축했지만 구천은 아어를 사납게 밀쳐냈다. “대왕, 그건 소신의 계략이 맞습니다. 소신에게 죄를 물으소서!” 범려는 다급한 마음으로 외쳤다. 구천은 자기 힘으로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의 허약한 몸으로는 상반신조차 제대로 지탱할 수가 없었다. 아어는 몸부림을 치는 구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몸을 가눌 수 없다는 사실에 극도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런 고통스런 몸부림은 구천이 사로잡힌 이후로, 심지어 그 나무 형틀에 매달린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어는 심장이 찢어지고 폐가 터지는 듯했다 ---「와신상담 6권, 계략으로 사람을 구하다」중에서 잠이 달아난 구천은 장작더미 위에 올라 앉아 눈앞에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것은 바로 쓸개였다. 아주 쓰디쓴 쓸개였다. 구천의 시선은 쓸개에 멈춘 채 움직일 줄 몰랐다. 마치 쓸개를 뚫어버릴 듯한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아침 햇살이 서서히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할 즈음 한기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아직까지 성신당 밖에 무릎을 꿇고 있는 고성의 몸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으나,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구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성!” ---「와신상담 9권, 곡식을 빌리러 간 범려」중에서 아어와 여이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과인이 이 술을 마시면서 맛이 좋다고 한 것은 향기롭고 달기 때문이 아니오. 이 술은 쓰디쓴 술이오. 이 세상에 쓴 술을 빚어내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 중 자기가 빚은 쓰디쓴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구천은 여기까지 말하고 술을 다시 한 잔 마셨다. “자신이 빚은 쓴 술을 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오. 물론 다른 사람이 빚은 쓴 술을 먹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오. 여이야, 부왕이 왜 장작더미 위에서 자고 쓸개즙을 마시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 “끊임없이 스스로를 분발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원수를 갚고 월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인이 이렇게 와신상담하는 이유는 인간의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기 위함이다! 누구나 한두 번쯤 겪는 고생은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아홉 번, 열 번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과인은 백 번, 천 번, 아니 만 번 넘게 고통을 견뎌냈다.” ---「와신상담 10권, 월나라, 군대를 일으키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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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패배와 날카로운 고통을 이기고자 한 영웅의 처절한 분투기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중국 춘추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하의 제왕의 자리에 오르려는 제(齊)나라, 진(晋)나라, 진(秦)나라, 초나라의 패권 다툼이 절정을 넘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당시 오나라는 문화적으로 훨씬 앞서 있던 중원의 나라들이 보기엔 한낱 오랑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왕 합려(闔閭)의 치세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당시 패권국이었던 초나라 수도를 정복하고 월나라를 굴복시켰다. 오나라의 힘이 커질수록 월나라는 약해졌다. 그러나 이때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월나라를 구원할 난세의 영웅 월왕 구천이 등장했다.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맞선 월왕 구천은 사형수 3백 명을 앞세워 오나라 군을 섬멸했다. 모두가 패전을 우려할 때 구천의 고집스런 진격은 승리라는 명패를 거머쥐게 했다. 합려는 오른쪽 발에 창을 맞고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오나라는 합려의 죽음으로 왕위다툼이 벌어지고, 유독 왕자들 중에 비범함을 보인 부차가 상국인 오자서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복수를 위한 부차의 대처로 구천의 습격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월나라의 사기를 더욱 짓밟기 위해 부차는 거센 압력을 가했다. 결국 궁지에 몰린 월왕 구천은 종묘사직을 뒤로 한 채 오나라로 끌려온다. 월왕 구천의 시련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보름도 버티기 힘들다는 나무 형틀에 매달려 왕후의 수치를 봐야 했고 여러 신하들의 이유 없는 죽음을 봐야 했다. 그럴수록 구천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고 그를 무너뜨리려는 부차의 괴롭힘과 집착도 심해졌다. 월나라는 구천을 구출하기 위해 은밀히 계략을 세운다. 아름다운 미인들을 보내고 오나라의 여러 대신들에게 뇌물을 바쳐 신하 나라로서 굴복하는 자세를 최대한 취했다. 반면 월왕 구천의 비장함과 남다름을 아는 오자서는 갖은 계략으로 그를 죽이고자 했다. 소설은 월왕 구천의 포로 생활을 세심하게 그리는 과정에서 두 영웅의 갈등은 물론 그를 둘러싼 두 나라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포착한다. 또한 노예 생활이 끝나고 월나라로 귀환한 구천의 본격적인 와신상담과 그의 충직한 두 신하인 범려와 문종의 활약 또한 놓칠 수 없다. 10년 동안 오나라를 천천히 말라 죽게 한 월왕 구천은 오나라를 흡수하고 중원으로 진출, 패업을 달성하게 된다. 그로부터 6년 후 구천은 춘추 말기 천하를 다투던 나머지 네 나라를 물리치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하여 주(周)나라 천자로부터 동방의 주인으로 인정받았다. 이 이야기는 수천 년 중화 문화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천하를 걸고 맞선 두 영웅의 이야기 그리고 여인들의 사랑과 헌신 등 다양한 인물의 삶 『와신상담』은 다양한 역사극 가운데에서도 가장 풍부한 역사성과 심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조국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선명한 주제 의식과 함께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창적 구성 방식과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본래 저자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쓴 자신의 인생이 구천과 닮았다고 여겨져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빠르게 한계를 시험하는 환경에 부딪혀 실패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때 저자처럼, 구천처럼 우리에게도 와신상담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오나라 부차와 월나라 구천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 치열한 전쟁의 전략전술 및 용병술, 권모술수 등이 있다. 구천을 꺾고자 하는 부차와 불굴의 의지를 보여 주는 구천의 팽팽한 대결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범려를 사랑한 서시와 서시를 사랑한 오왕 부차의 엇갈린 사랑은 나라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강하다. 대의를 생각해 구천을 죽이고자 분투하는 오자서와 구천의 죽음이 아닌 그의 패배를 보고 싶었던 부차,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구천의 와신상담과 진정한 성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패배’라는 단어에서 항상 끝을 본다. ‘이젠 끝났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되새김질로 자신을 더욱 바닥으로 내몰아 친다. 누구든 한 번쯤은 겪는 패배, 그러나 그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말 끝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패배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던 구천은 패배를 또 다른 시작으로 받아들여 온갖 수치와 모욕을 견뎌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거머쥔다. 고사성어로 많이 알려진 ‘와신상담’은 ‘섶에 눕고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기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나타낸다. 한 줄짜리의 뜻풀이와 네 음으로 된 ‘와신상담’ 안에는 중국 대륙만큼 거대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는 것을, 『와신상담』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