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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협로 3
비편
운곡 저
청어람 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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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오늘 시든 꽃, 어제 피어난 것
2. 삼 숙부! 삼 숙부! 전 알아요! 전 알아요! 다음 차례는 저지요?
3. 네놈이 삼즉통이더냐?
4. 휴식은 죽은 사람의 것, 원한은 산 사람의 것이라 했으니...
5. 풍영아, 겁먹지 마라... 겁먹으면 안 된다, 절대로...
6. 개~애(闇) 아~아~암(闇)
7. 저 세상으로 외로운 길을 등 떠밀려 걷게 하느뇨!
8. 몸이란 언젠가 곱게 접어놓고 떠나야 할 의복과도 같은 것이니
9. 저기, 저 아저씨가...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501g | 153*224*30mm
ISBN13
9788955051759

책 속으로

풍갑제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왠지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숙하게 느껴졌다. 제단 뒤 벽의 가운데에 전이라 크게 쓰여 있는 커다란 종이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 관이 놓여 있는 광경이 머리 속에 항시 그려왔던 광경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제단이 보이자 풍갑제의 양쪽 어깨에 기대어 있던 가연과 소란은 관위에 쓰러지듯 엎드려 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바랬던 것이 이런 것이었나? 어머니 관 앞에서 얼마나 호탕하게 웃어대길 바랬었던가? 보라고, 똑똑히 잘 봐두라고, 매몰차게 어미에게 버림받았던 지식이 당당히 자신 앞에 서 잇는 것이 보이냐고...그렇게 말하며 껄껄 웃어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렇듯 한바탕하려고 별러왔는데 이제 그 상황에 처하자 왠지 모든 것이 허망하고 피곤한 일인 것 같았다. 그저 제 목숨을 세상에 내놓을 뿐인 인연인데 왜 이리 가슴 한구석이 휑하니 뚫린 것 같은지 모를 일이었다.

--- p.57

서기영은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시든 꽃, 어제 피어난 것."

갑자기 귓전에 정 노인의 음서이 폭풍 치듯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자신을 죽일 뿐이다. 강하지 못하기에 죽는 것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죽는다. 그게 지금이든 나중이든, 바로 여기든 아니면 바다 한가운데서든 중요하지 않다. 어제 피어났음에 기뻐하지 않았는데 오늘 시는 것을 왜 슬퍼해야 하느냐!"

그 말이 이치에 닿고 말이 되는 소리인지는 서기영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찬물을 머리 위에서부터 한 바가지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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