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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PD수첩〉 지망생은 어쩌다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나?
-저더러 곤충의 사랑을 찍으라고요? -울창한 숲에서 곤충을 찍는다는 것 -곤충들의 사랑 이야기 -야생벌이 산사山寺에 깃든 까닭은? -곤충, 공생共生과 기생寄生의 귀재들 2장 지극히 사랑한다면, 어미새처럼 -자동차로 지구 둘레의 3/4을 돌다 -뻐꾸기는 왜 탁란을 할까? -원앙이 새끼는 번지 점프의 대가 -나의 출세작, 『어미새의 사랑』 -사라진 황새를 찾아서 -저어새의 꿈 -갯벌의 멋쟁이 검은머리물떼새 3장 야생을 지배하는 30퍼센트 황금 법칙 -한국에서 아프리카까지, 참 멀고도 험난하구나 -조심해! 한번 물리면 끝장인 초록뱀의 공포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진정한 초원의 승부사, 치타 -거대한 누 떼의 이동을 찍어라 -배가 부르면 절대 사냥하지 않는다 4장 인간이 사라진 세상, DMZ여 영원하라 -『DMZ는 살아있다』, 그 첫발을 내딛다 -두루미는 날아가고 -마침내 조우한 두루미 떼 -철조망은 말이 없다 -금강산 건봉사를 지나 산양을 만나다 -연어가 헤엄치고, 열목어가 뛰는 DMZ -한국 유일의 고층 습지, 용늪 -복수초와 에델바이스가 피어나는 그곳이여, 영원하라 5장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녀석들 -이 험준한 산을 카메라 메고 올라가라고? -침팬지가 성큼성큼 코앞을 지나가다 -침팬지를 만날 때는 마스크를! -으악! 불개미에 물리고, 벌에 쏘이고 -사랑한다면 침팬지처럼 -게꾸로 할머니의 기막힌 비밀 -반란을 일으키고 왕의 자리를 넘보다 -수컷들의 힘겨루기, 그 내막은? -핌이 던진 나무 기둥에 맞을 뻔하다 -원숭이를 사냥하는 침팬지들 -침팬지들을 위한 맛있는 식사 -침팬지의 보릿고개가 시작되다 6장 수사자는 진정 동물의 왕인가? -비가 오지 않는 세렝게티 -22개의 사자 프라이드를 구별하는 법 -암사자 3마리의 삼각형 찰떡궁합 -수사자는 정말 동물의 왕일까? -밀렵꾼을 만나다 7장 부시맨은 과연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출연료 -소똥으로 집을 짓는 여자들 -아이들에게 말을 배우다 -오크라 돌 찾아 삼만 리 -건기, 소 떼를 몰고 멀리 떠나다 -부시맨 마을, 2달러에 전통을 팔다 -부시맨들은 다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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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왜 이렇게 게을러! 이것들 백수의 제왕이 아니라 그야말로 왕백수로군.”
사자는 한번 사냥해서 배가 부르면 시원한 그늘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 4~5일 이상이나 말이다. 그러니 사냥하는 역동적인 장면을 담아내야 하는 제작 팀은 원망 어린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그런데 그런 광경을 지겹도록 보면서 나는 하늘이 내려준 오묘한 진리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초식 동물을 사냥해서 살아가는 육식 동물들이 이렇게 자지 않고 마구 돌아다닌다면 초식 동물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육식 동물들은 쓸데없이 사냥을 하거나 자기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최소한의 배고픔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냥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거나 투기를 일삼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우리네 모습은 어떠한가? ---「작가의 말」중에서 카메라맨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잽싸게 현장으로 달려갔다. 과연 개나리 덤불 속 조그마한 둥지 속에 붉은머리오목눈이 알 세 개와 그 알보다 세 배나 큰 뻐꾸기 알이 푸르스름하게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기적 같은 이 일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천적으로부터 탁란 둥지를 지켜내기 위한 일념으로 조연출을 시켜 청주 시내에 나가 백반을 사오라고 해 둥지 밑에 잔뜩 뿌려 두었다. 혹시나 모를 뱀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또 들고양이들이 둥지를 타고 오르지 못하게 양철로 깔때기를 만들어 둥지 밑에다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 ‘어떻게 저 알을 무사히 부화시켜 새끼 뻐꾸기가 성장하는 과정을 촬영해낼 수 있을까’ 머릿속은 온통 걱정과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 p.49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차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 차를 고치러 밑으로 내려갔는데, 저 멀리서 순찰차 한 대가 막 달려오더니 안에 타고 있던 현지 보안관이 고개를 내밀고 우리에게 크게 외쳤다. “촬영하다 죽고 싶어요? 어서 차로 올라가세요!” 우리는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어서 차 위로 올라갔다. 사연을 알고 보니, 바로 현지인들이 사자보다 더 무서워한다는 초록뱀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풀 위에 가느다란 초록색 빨랫줄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잘못 밟았다가는 바로 물려서 응급조치고 뭐고 손 쓸 새도 없이 10초 내로 저승으로 간다는 아주 무시무시한 동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세렝게티에서는 촬영을 가더라도 정해진 장소 이외에서는 차에서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보안관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런 무서운 초록뱀 덕분에 아프리카 초원에는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떠한 위험도 없다면 인간은 또 이곳에 도시를 세우고 동물들을 쫓아냈을지도 모르니까. --- p.103 그 순간 가젤 새끼가 치타를 발견하고는 휙 하고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뛴다!” 가젤을 따라 뛰는 치타를 보고 카메라맨이 긴급하게 외쳤다. 그 말과 동시에 이미 치타 어미는 상당한 거리를 전속력으로 뛰어 앞선 가젤 새끼를 거의 잡기 일보 직전까지 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가젤을 코앞에 두고선 갑자기 치타가 추격을 중단하고 풀밭에 누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었다. “어? 뭐야? 치타가 갑자기 사냥을 포기했어!” 왜 다잡은 가젤을 앞에 두고 치타는 사냥을 그만두었을까? 촬영 팀은 그 순간을 카메라에 못 담은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 p.108 ‘침팬지들의 싸움이라고? 혹시 반란이 일어난 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침팬지 무리는 보통 2년이 넘으면 더 젊고 힘이 센 수컷이 나타나 시시때때로 우두머리 자리를 노리는데, 이 침팬지 무리에서는 ‘알로푸’라 불리는 녀석이 벌써 5년째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면 사실 젊은 녀석들의 도전이 일어나도 몇 번은 일어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는 이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고 접근하기로 했다. 숲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괴성을 지르며 싸우는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곧이어 대장 ‘알로푸’가 허겁지겁 우리 코앞으로 뛰어 내려갔다가 다시 씩씩거리며 올라오는 게 보였다. --- p.213 그런데 주위가 어두워지자 힘바 족 여인들은 그냥 땅바닥에 불을 피우고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나이 60살 먹은 추장 부인부터 젊은 여자들까지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숙을 하는 것이다. 그 고생을 하고도 노숙을 또 하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잠을 잘 생각이오?” 추장 부인이 물었다. “저희는 근처 여관에서 자겠습니다.” “여기서 같이 자지 그러시오.” 농담인 듯 웃으면서 내게 건네는 말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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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약육강식? 사자도 승자 독식이 불가능한 야생의 법칙들
시속 112km 속도로 달려가는 치타, 그리고 라이온킹이라고 불리는 백수의 제왕, 사자. 그런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에 무섭게 달려들어 날카로운 이빨로 순식간에 사냥에 성공하는 이른바 ‘약육강식’의 이미지는 야생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하지만 TV 속 영상처럼 진짜 야생의 세계도 과연 그럴까? 오랜 시간 아프리카 야생 동물을 관찰해온 최삼규 PD는 이에 대해 ‘동물의 왕국은 그런 곳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것은 사실 TV 영상에 의해 극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뿐, 실제로 마주한 육식동물은 야생의 주인이나 왕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식동물들도 번번이 사냥에 실패하며(치타의 사냥 성공률은 30% 정도), 때로는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사자 새끼마저 굶어 죽는 일이 야생에는 비일비재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동물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일 뿐 승자도 패자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백수의 제왕이 아니라 그야말로 왕백수로군.” 최삼규 PD는 자신이 아프리카 초원에서 가장 자주 마주한 것은 바로 치타나 사자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고백한다. 한번 사냥에 성공하면 몇 날 며칠이고 계속 잠을 자는 통에 제대로 된 사냥 장면을 찍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그토록 길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일까? 저자는 ‘만약 육식동물들이 잠을 자지 않고 매일같이 돌아다니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고 거꾸로 질문을 던진다. 육식동물의 사냥에는 몇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치타는 빠른 발을 지녔지만, 전속력으로 뛸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다(치타가 한 번에 전속력으로 뛸 수 있는 거리는 600m).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책은 치타와 사자, 하이에나 등의 사냥을 가까이서 지켜본 자자의 생생한 촬영 스토리를 통해 야생을 지배하는 숨겨진 질서, ‘갑질’이나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조화와 공존’의 메커니즘을 찾아 나간다. 수사자는 밀림의 왕? 원앙새는 금슬이 좋다? 야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는 갈기를 멋있게 휘날리는 수사자가 초원을 지배한다. 수사자는 힘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머릿속과 만화영화에서만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본 수사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자 가족(프라이드)의 리더는 암사자다. 저자는 수사자가 가장 멋있어 보일 때는 유일하게 지는 석양 앞에서 갈기를 휘날리며 우람한 머리를 치켜들고 있을 때라고 말한다. 수사자의 신화 뒤에는 평소 커다란 머리 때문에 사냥은커녕 뛰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수사자 본연의 모습이 숨어 있다. 암사자들의 사냥 장면을 찍기 위한 촬영팀의 끈질긴 노력을 통해 저자는 왜 사자들이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모여 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저자는 이처럼 생생한 다큐멘터리 촬영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려준다. 인간이 만들어낸 고정관념 이면에 있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DMZ, 세렝게티, 침팬지, 부시맨… 자연과 인간의 의미를 되묻는 생태 보고서 『PD수첩』의 ‘열혈 피디’로 출발한 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 PD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치유의 힘을 얻고 나서, 그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 일이 환경운동이자 생명 운동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다양한 생태를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책은 그러한 고민과 과정을 생생한 에피소드로 익살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녹여내고 있다. ‘하늘을 이불 삼아 땅을 배게 삼아’ 세계 방방곡곡을 누볐던 그가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곳곳을 누비며 기록한 자연 생태에 대한 낮은 눈높이의 관찰기이자 한국의 곤충과 새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와 누떼, 그리고 깊은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살아가는 침팬지와 금단의 땅 DMZ의 동식물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 보고서다. 또한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주변에서 살아가는 오지의 부족들에 대한 생생한 인류학적 리포트이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사는 문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전통의 삶을 사는 인간도 없듯이, 전통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동물도 없어진다면, 그때는 지구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긴 여행을 마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의 본질인 ‘조화로움’이 우리 인간에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