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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여행기자는 미경 탐험가다
인생풍경 하나. 만남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나다 첫 번째 코스 걸음 걸음 풍경화를 만나는, 전북 무주 잠두길 두 번째 코스 아득한 설경, 정선 만항재 세 번째 코스 쩡쩡 얼어붙은 강을 걷다, 한탄강 얼음 트래킹 네 번째 코스 푸른 우윳빛 미인이 숨어있는, 통리협곡 다섯 번째 코스 가을의 끝자락에 만난 적요함, 땅끝 도솔암 여섯 번째 코스 원시림 속에 꼭꼭 숨어있는, 고병계곡 인생풍경 둘. 위로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풍경을 마주하다 일곱 번째 코스 봄 안개에 싸인, 몽환적인 함평뜰과 불갑산 신록 여덟 번째 코스 은밀하게 고요하게 유혹하는, 막동계곡 아홉 번째 코스 무협지 배경 같은 폭포가 숨어있는, 영남 알프스 열 번째 코스 기이하고,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한 보성 오봉산 열한 번째 코스 신이 사는 숲, 원주 성황림 열두 번째 코스 장쾌함을 만나다, 창녕 관룡사 열세 번째 코스 산수화 네 폭에 담긴 가을 풍경, 성주 만귀정과 독용산성 열네 번째 코스 수묵화를 품에 들인, 안동 만휴정 인생풍경 셋. 휴식 일상을 떠나 휴식의 여유를 느끼다 열다섯 번째 코스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벚꽃 핀 임실 구담마을 열여섯 번째 코스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을 평야와 바다, 경남 고성 당동만 열일곱 번째 코스 부산 자갈치 시장, 해운대는 못 봐도 금정산성은 봐야 한다 열여덟 번째 코스 간결한 자태의 탑이 있는, 경북 영양 반변천길 열아홉 번째 코스 사슴이 살고 있는 섬, 굴업도 스무 번째 코스 늦가을 물 안개 두른 반야의 길, 반야사 숲길 스물한 번째 코스 하얀 현기증을 느끼는, 덕유산 인생풍경 넷. 시작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발선에 서다 스물두 번째 코스 봄꽃 따라가는 남도길, 만폭대 아래 위안제 스물세 번째 코스 사내의 거친 근육을 닮은 능선, 진도 동석산 스물네 번째 코스 솔숲 너머 붉은 기운을 품은, 태안 운여 해변 스물다섯 번째 코스 비포장 길을 따라 느리게 지나가는, 충주호 스물여섯 번째 코스 이국에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태백 예수원 스물일곱 번째 코스 뜨거운 삶이 숨쉬는 산과 바다, 장흥 내저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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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
빼어난 풍경은 대부분 일상의 반대쪽에 있다. 화려한 색감으로 출렁이는 곳, 차가운 비장미로 빛나는 풍경은 대개 인적이 없거나 닫히고 끊긴 길 뒤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면 먼저 일행들에게 들려줄 무용담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기를 어떻게 찾아냈으며 그곳의 경관이 얼마나 빼어난지를 어떻게 들려줄까. 가장 매끄러운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할까. 풍경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카메라를 좀처럼 내려놓지 못하고, 문장을 떠올리고 지도를 뒤적이는 건 이 때문이다. 무엇이 풍경의 미감을 빚어내는 것일까. 해독하려 애썼으나 이제는 그저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우리는 위로받는다. 아름다우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행이란 종래에 사람을 선(善)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이, 길에서 만난 이야기와 인연들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우면 그걸로 된 거다. 그냥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 최고의 미경 27군데, 잔잔하게 다가오는 위로와 평화의 말들... 발표될 때마다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저자의 여행기 중에서 27군데를 가려 뽑았다. 저자가 보여주는 풍경과 글은 ‘잔잔하게 다가오는 위로와 평화의 말’이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평화로워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냥 그 앞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곳... 여행을 떠나서 꼭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한 장면만 만나도 그걸로 충분하다. 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서 있기만 해도 된다. 이 책이 소개하는 한국의 비경 27군데는 지치고 힘들 때, 훌쩍 떠나서 잠시 그 앞에 서 있다 올 수 있는 곳들이다. 나를 착하게 만드는 곳, 위로해주는 곳, 다시 일어서게 하는 곳들이다. 번잡하지 않고 손 때 덜 탄 곳...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곳. 혼자, 때론 가족과 함께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 박경일 기자가 소개하는 한국의 미경 27군데는 찻길에서 벗어나게 돼도 한 둬 시간 편하게 걸으면 찾아갈 수 있는 곳들이다. 혼자, 때론 가족과, 좋은 벗과 함께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접근하기 용이하다고 해서 번잡한 곳이 아니다. 유명한 곳도 아니다. 사람 손이 덜 탄 곳, 그러나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