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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비행기 2
박인식 저
생각의나무 200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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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권
불발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고갱처럼 살기 위하여/산에서 만난 여자, 은수/내가 열지 못한 좁은 문/황색 그리스도를 닮은 사내/고흐를 훔쳐가다/아름다움에 대하여

2권
그러나 너는 내 누이의 남자/그 여자의 배를 탄 고갱/빗으로 빛을 빗다/드디어 고갱, 고흐를 만나다/파리로 떠난 광화사/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저자 소개

저자 : 박인식
박인식은 195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조선일보사 월간산부 기자를 거쳐 월간 《사람과 산》 발행인 겸 편집인을 역임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이 작품『종이비행기』는 『만년설』과 『백두대간(1, 2권)』에 이은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1985년 첫 창작집 『사람의 산』을 발표한 이래 『서문동답』, 『지금도 그 악어가 그립다』,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다』, 『햇살 속에 발가벗은』, 『반딧불이 되도록 그리운』, 『북한산』 등 10여 권의 저서를 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449g | 152*213*20mm
ISBN13
9788984980990

책 속으로

어릴 적부터 괜스레 세상을 시덥잖게 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개성이 없었던 나에게도 별명이 있었다. 한때 호라고도 생각했던 그 별명은 '고독'이다.

내 별명의 고씨는 그러나 제주도 삼성(三姓) 혈에서 나온 고씨와 양씨와 부씨의 3성 중의 하나인 고씨가 아니라 고갱의 고씨이자 고호의 고씨이고 또 고야의 고씨였다. 나는 고야와 고호 그리고 고갱이라는 고씨 성을 가진 위대한 세 화가의 맥을 이을 수 있는 그들의 정신적인 적자로서의 '고독'이고자 했다.
그 시절에 나는 미술 선생이 주목하고 기대하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다른 재주는 없었지만 그림 그리는 것만큼은, 그것이 경쟁종목일 수가 없었음에도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했고, 또 교내에서 가장 잘 그린다는 평판 속에서 미술 시간만 기다리는 학교생활을 하며 십대의 그 이유 없는 반항기를 가까스로 견뎌냈다.

고3 시절인 그 초여름에 어떤 여자를 그 방풍림 속으로 데리고 가서 난생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처음으로 섹스하고 사정까지 했으되, 나의 섹스 파트너는 여자가 아니라 그 방풍림 끝에 펼쳐진 모래사장이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그 하얀 빛에 반했다는 모래의 자궁 속에 나는 내 첫 정을 쏟아냈다. 좀더 거창하게 얘기한다면 나의 첫 섹스 파트너는 해변 모래사장이라는 '인간의 대지'였다.

얼굴이 간지러웠다. 여우비에 젖은 잎사귀를 해풍이 수증기로 날려 보내는 그 광경은 이상하게도 더없이 관능적으로 보였으며, 그 관능적 쾌감은 얼굴을 간지르는 비누거품으로 전이되었다. 그리고 곧 나의 물건은 그 간지러움을 감지하여 불끈불끈 일어서려 했다.
그 간지러움은 이발을 마쳤을 때까지도 계속되었는데, 몸 안에 골고루 퍼져 못살게 굴던 그 간지러움은 그때 물건의 끝으로 모여들어 내 몸 바깥으로 뛰쳐나오려 했다. 그런 기운이 온몸을 터질듯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나는 그때까지 수음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쾌감과 자극이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요구하는지 금방 알아챘다.

출판사 리뷰

첫사랑의 시절, 유년의 순수로 돌아가는 길고 긴 여행
이 소설의 첫머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괴테의 시 『첫사랑』의 아름다운 영탄을 떠올리게 한다.

"아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날 첫사랑의 그때를 아아 누가 돌려줄 것인가 그 아름다운 시절의 다만 한 토막이라도 ."

사람들은 대개 이미 지나간, 그래서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시절을 떠올리는 순간 지극한 위안을 받는다. 지나간 시절의 첫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괴테의 시는 고통스럽고 슬프고 지난한 현실의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왜냐하면 지나가버린 모든 경험은 현실의 불안과 위험을 초극하는 '순수'와 '무구'의 형태로 미화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 순수와 무구의 세계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그리고 세속의 서러운 인연과 추억 때문에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열정의 헌사이다.

작가 박인식의 자전적 체험이 상당 부분 중첩되는 것으로 보이는 소설의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 받았던 박기정의 만화 『불탄』의 진한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 감동은 너무도 생생해서, 만화를 본 지 십수 년이 지났는데도 만화의 첫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대로 재생해 낼 수 있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불발탄』의 첫 장면은 주인공 훈이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장면이다. 파리행 비행기가 떠오르고, 훈이는 자신이 접은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린다. 실제 비행기와 종이비행기의 항적이 겹쳐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종이비행기가 더 이상 높은 곳으로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종이비행기의 추락, 그것은 유년의 순수와 사랑과 꿈의 상실을 뜻한다. 그 상실은 주인공의 가슴에 비원을 남기고, 주인공은 그 비원을 청춘의 열망으로 기른다.

추천평

주인공 '나'는 그림그리기에 소질이 있는 고독하면서도 꿈이 많은 소년인데 어느 날 박기정이 그린 만화 <불발탄>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는다. 나는, 화가의 꿈을 꾸다가 불우하게 생을 마감하는 <불발탄>의 주인공 '훈이'를 나 자신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순수한 영혼의 자유와 모험을 꿈꾸었던 '나'는 중학교의 여섯 명의 친구들과 위대한 화가 폴 고갱이 예술적 열정을 불태웠던 타히티 같은 이상의 낙원 남태평천국으로 떠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많다.

유년의 시절은 아련한 추억과 연민만을 남긴 채 금방 지나가버린다. 대학에 입학한 나는 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아마추어 화우회에 가입해 그림 그리는 작업을 계속한다. 그 와중에 은수라는 여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은수는 매우 당돌하고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하는 당찬 여자인데, 막무가내로 나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은수와 아주 우연히 마주친 게 서른 번도 넘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기이한 인연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만 사촌 누이 수경을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수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내가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자 은수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은수와 티격태격하면서 지낼 무렵 내 앞에는 임지연이라는 몽유병을 앓는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아버지의 폭력이 야기한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하고 자살을 결심한 끝에 산악부원인 나를 찾아와서는 "어디 투신하기 좋은 절벽이 없느냐"고 묻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임지연과 자주 만나게 된다. 임지연은 은수가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연정을 품고 집착하지만 나는 임지연에게서도 지극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 내 마음속에는 수경누이라는 지극한 첫사랑의 연정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후 일간지 미술 담당기자로 일하던 나는 우연히 이장욱과 정기호라는 두 사람의 화가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각각 고갱과 고흐에게 심취한 화가로 매우 강렬하면서도 열정적인 작품 세계를 가진 화가들이다. 그들과 교유하면서 나는 삶의 가치와 예술의 존귀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 무렵 나의 소개로 친구와 결혼했던 임지연이 이혼을 하고 나를 찾아온다. 그때 비로소 나는 임지연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임지연은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고 나는 이장욱과 정기호의 권유를 받아서 신문사를 퇴직하고 화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임지연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으로 찾아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그녀의 뱃속에 든 아이가 나의 씨앗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와 임지연은 결혼을 하고 나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 임지연과 뱃속의 아기가 조산을 하다가 함께 숨을 거두고 만다. 지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는 그 비보를 전해 듣고 급히 서울로 올라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는 <불발탄>의 훈이처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임종의 순간 나의 뇌리 속에는 고갱의 화두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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