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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라는 낙인
조주은의 여성, 노동, 가족 이야기
조주은
민연 2007.03.21.
베스트
사회 정치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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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비난과 낙인의 피해의식
1 페미니스트라는 낙인stigma
2 권력 지향적인 여성은 아름답다
3 여성들을 비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4 자매애와 여성 정치
5 경계를 가로지르는 운동을 둘러싼 고민과 실천
6 학사경고와 장학금
7 여성 할당제를 둘러싼 딜레마

2장 가족의 신화를 넘어서
1 ‘정상 가족’은 정상이 아니다
2 가족을 구성할 권리로!
3 위기에 처한 핵가족, 위기의식 느끼는 국가
4 가족의 신화에서 가족의 현실로
5 가족과 사회, 그 이분법을 넘어
6 2060년 봄날, 결혼식을 올리는 어느 여성의 독백

3장 모성 이데올로기
1 학교 급식, 어머니, 그리고 가족주의
2 일찍 오는 남편, 방학하는 아이들
3 이 시대 최후의 식민지, 어머니
4 아동기의 신화 속에는 무언가가 있다
5 ‘엄마인 게 행복한 대한민국’은 불가능한가

4장 사랑을 둘러싼 정치
1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
2 불륜과 로맨스의 정치학
3 성폭력 가해자와 나쁜 남자
4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5 죽여야 사는 여자들
6 여교사 권하는 사회
7 여성의 나이 들어갈 자유에 대하여

5장 진보 속의 보수
1 철의 노동자는 반역이다
2 돈 좀 밝히는 점잖은 풍토를 희망하며
3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주는 해방감
4 ‘그 사람들’이 위험하다
5 여성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진보를 꿈꾸며
6 ‘여성’ ‘노동자’가 해방되어야 모두가 해방
7 ‘노동자 도시’ 노동자 후보 낙선
8 노동운동과 여성 노동운동

6장 일상의 폭력
1 학교는 궁금한 게 너무 많다
2 이박사 메들리, 디스코왕,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
3 학부모 협박하는 학교
4 산만한 남학생과 가부장제의 균열
5 생리하는, 당당한 여성의 몸
6 “도대체 공부 잘해서 뭐할 건데?”
7 신자유주의, 일상생활 압박과 기혼 여성들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여성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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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70g | 148*210*20mm
ISBN13
9788992484107

출판사 리뷰

이 책은 흔히 선후 관계에서 이차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감정 노동과 평등 감수성에 대해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칼럼집이다. 그러나 결코 어렵고 그럴듯한 학문적인 수식어로 치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솔직 대담한 글이다. 저자는 여성주의자의 시선으로 이른바 정상 가족에 숨은 비정상성, 진보 속에 숨은 보수, 사랑에 숨은 정치, 모성 본능에 깃든 폭력, 일상에서의 폭력 등 우리 사회 신화 속에 웅크리고 있는 정치에 대해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간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페미니스트란 무엇인가? 페미니스트의 조건이란 다른 게 아니다. “성별로 위계화된 불평등한 사회, 남성들 외의 경험을 사소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사회, 인간을 일차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방식, 고정된 성 정체성과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모두 페미니스트”(본문 22쪽)다. 그러나 일면 단순해 봬는 이 기준에도 사람들은 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커밍아웃하지 못하는가? 저자는 이것이 이루어진 순간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유의미한 관계망으로부터 추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낙인에는 암묵적으로 주류 남성들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일당 2만원 급식 도우미를 구합니다”

이 책의 저자 조주은은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http://cafe.daum.net/momcry)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시를 포함한 각 시ㆍ도 초등학교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급식당번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그녀가 이 모임을 꾸려 성과를 내기까지는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각 여성단체 대표들과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의제화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가 너무 많다는 반응들이 돌아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는 단체였다. 현실 문제를 절감한 당사자들과 함께 직접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저자는 깊은 연대감과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학교로 밥 푸러 가는 것이 무에 문제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저자는 국가와 학교 사회가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항변한다. 즉 여성들로 하여금 밥을 푸게 하는 행위는 명백히 ‘모성 이데올로기를 볼모로 한 노동력 착취’라는 것. 또한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 가까이 되고, 전체 가족 형태에서 한부모 가족과 조손 가족과 장애인 비율이 각각 10%를 넘는다는 현실을 고려해보면(장애인 어머니 혹은 가정에서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어머니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이들 모임은 결국 2005년 3월에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그동안 서울시에서 강제적으로 운영되어왔던 배식 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여성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급식당번으로 참여하지 못하면, 그 여성은 사람들 눈에 ‘남도 아니고 지 새끼 밥 푸러 오는 것도 소홀히 여기는 이기적인 엄마’로 비치게 된다. (……) 급식당번을 하기 위해 발 동동 구르며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급식당번에 불참하는 취업모와 전업주부들끼리는 반목을 거듭하여, 일당 2만 원의 급식 도우미를 개인적으로 고용하는 정규직 취업모와 2만 원이 일당인 비정규직 취업모 사이에 간극이 심화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_ 107쪽, 학교급식, 어머니, 그리고 가족주의
학부모들은 아직도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반강제적으로 학교에 아이들 밥을 퍼주러 가고 있다. 심지어 신학기가 시작되면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에는 “급식 도우미 연결해드립니다”라는 전단지가 붙는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업체에서도 엄마들 학교 급식을 대행해주는 곳까지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끼리의 편 가르기와 대립이 양산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하는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 회원들. 이들은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1인 시위에 나선다.

불필요한 죄의식, 배제를 낳는 이분법

나는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아이 키울 자격은 있는 걸까? 아이한테 더 많은 걸 해줘야 하는데……. 모성본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여성들은 이렇게 일종의 죄의식과 죄책감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리고 이것은 일정 부분 자본주의 사회 배경에 빚지고 있다. 더 많이 벌어야 황제(임페리얼~)처럼 키울 분유도 사주고,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하고, 취미생활 영위도 부모 책임이다. 더 많이 소비해야 아이에게 적어도 다른 아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만큼의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어릴 때 결정된다’류의 이론과 그것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결국은 어머니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가족의 신화, 모성의 신화, 아동기의 신화, 사랑의 신화, 진보의 신화를 거쳐 그 규정된 편견에 말(딴죽) 걸기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시선이 남녀 성 대결로만 닿아 있지는 않다. 여성이 여성을 보는 시선조차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이분법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지적한다.

중산층 전업주부의 정체성은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과의 차별화 속에서 남편을 유혹한다고 믿어지는 여성들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형성된다. 반면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게으른 것처럼 보이는’ 전업주부들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_ 154쪽, 죽여야 사는 여자들

금서 아닌 금서, 페미니스트 도서

1996년 정지우 감독의 단편영화 <생강>이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공감을 일으킨 바 있다. 혹자는 운동권 후일담이라 했고, 혹자는 일상의 단편을 섬세하게 잡아낸 여성주의 영화로 환영하기도 했다. 굳이 사회운동 차원이 아니라 해도 현재 이 사회에서 ‘진보’라는 이름은 모든 일의 우선 과제로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도덕성과 결부된 단어로 인식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 삶은 얼마만큼 진보적일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영화 <생강>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그러나 영화 속의 아내(인형 눈알을 붙이며 생계를 담당하는)가 노동운동하는 남편 뒤에서 자신의 답답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묵묵히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다면, 이 책은 곳곳에서 절감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던 내밀한 부분을 건드리고 드러내고 실천하는 면면들을 보여준다. 아울러 저자는 이 같은 내용들을 미간에 주름 짓고 자못 심각하고 진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고상한 분위기를 깨고 톡 터놓고 즐겁게 얘기하자고 권한다.
저자가 생활 전반에서 가장 저어하는 것은 양극화이다. 그래서 역으로, 이 책에서 고려하고 있는 주요 독자는 남성, 특히 사회변혁 운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그런 경험이 있는 남성들이다. 여성(혹은 여성주의자)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공감하자는 취지다. 저자가 2004년에 내놓은 『현대 가족 이야기』는 실제 노동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이 책을 펴내고 공선옥 씨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자는 실제적으로 울산에서 이 책이 일종의 ‘금서’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독자는 남성 노동자이기를 바랐지만, 그들은 ‘자본가를 욕하고 기업을 욕해야지 왜 우리를 비판하느냐’는 이유로 이 책을 멀리했다. 그러나 눈감는다고 해서 현실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른 삶에 대한 배려가 수많은 가지치기를 할 때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평등과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진보와 사회 변혁 운동에 자리한 모순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영역과 역할이 있다고 선을 그음으로써 얼마나 많은 희생과 반목, 그리고 죄의식을 생산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이 책에서 줄곧 견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뼈대는 바로 이것이다. 아울러 진보 운동 전반과 일상의 비합리적인 차별들을 드러내면서 구체적인 삶을 통해 실천하려는 의식을 심어놓고 있다. 그것은 비단 남녀 차이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인 올바름과 진보를 이유로 밀려나는 주제들은 얼마든지 있다.

모순적이지만, 노동운동 진영도 ‘노동’에 대한 개념이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노동운동에 대한 애정과 헌신으로 환원되고, 여전히 자본가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일터에서의 노역, 공식적인 임금이 지불되는 일만이 노동으로 인정받는다. 임금 인상을 비롯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할 때 노래패 불러 노래 부르게 하고, 문화패 불러 춤과 공연을 시키며, 강사 불러 좋은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한다. 문화 일꾼들의 각종 공연이나 강사 노동자들의 강연은 노동자를 향한 ‘애정에 입각한 행위’로 한정된다. 이들 단체에 섭외받을 때는 해당 노동의 대가가 얼마인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일할 때 자기 노동력의 대가인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을까? _ 136쪽,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

이처럼 가사노동과 감정노동을 여성들의 일차적인 역할로 규정하고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는 알게 모르게 사회 전반에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정은 진보 진영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이것을 애정에 입각한 행위라는 공통분모 아래 ‘가정/여성/가사노동=집회/문화일꾼/문화노동’으로 연결시킨다. 저자 자신이 어느 편에 서있느냐의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모든 영역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 이 책이 독자들에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문제들에 대담하고 유쾌한 언어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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