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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타샤
2. 벚꽃놀이 3. 여행 4. 청춘들 5. 할머니의 집 6. 현해탄 7. 할머니의 상자 8. 순회공연 9. 타인 10. 초대 11. 후미코 12. 슬픔의 바다 13. 떠돌이 14. 편지 15. 축제 16. 이별 17. 이국에서 18. 윤리다 19. 배우 20. 재회 21. 리허설 22 연극 23. 항해 24. 절정 25. 소멸 26 선물 27.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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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괜한 설움에 또 눈물이 났다. 울지 말아야지. 나도 아픈데. 나도 아파 죽겠는데. 그 남자 때문에 내가 울어야 하는 게 너무 서글프다. 그러니까 울지 말자. 밥 먹을래. 난 이런 여자 아냐. 밥 실컷 먹고 씩씩하게 공부도 하고 사교도 해야지. 난 이런 여자 절대 아냐. 세상이 다 알아. 윤심덕이 어떤 여자인지. (본문 중에서)
벽난로 안에서는 당신의 원고들이 훨훨 타오르고 있었지요. 당신의 두 눈은 불빛에 반짝이고, 당신의 굳게 다문 입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닫혀져 있었지만, 나는 그때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은 당신의 영혼을 야금야금 불사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토록 쓰고 싶어 하던 당신의 글이고, 그토록 인생을 다 팽개칠 만큼 소중한 당신의 꿈이라는 것을. 그렇지요? 당신이 불에 던져 넣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의 영혼이었지요? 아. 그리고 알아버렸답니다. 원고를 집어넣고 있는 당신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 우리의 사랑도 저물어간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이 세상 모든 일처럼 사랑도 때가 되면 이렇게 끝이 난다는 걸. 하지만, 난 당신과의 사랑을 끝낼 마음은 없었어요. 다만, 당신에게 다시 영혼이 불어넣어지기를 바랐지요. 사랑은 함께 머물러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당신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알아버린 걸요. 전 그랬어요. 아.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당신에게 언젠가는 당신이 읽을 편지를 써두는 순간에도 전 행복해요.(본문 중에서) "난 당신처럼 가난을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어려서부터 갖은 꾀를 다 동원해서 내가 가난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으려고 발버둥 쳤죠. 남들 앞에서 분칠을 하고 난 멋진 인생을 산다고 허세를 부렸어요." 심덕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쿡쿡 웃었다. "사실은 구멍 난 스타킹 하나 새로 살 돈도 없는 주제에 음악회 특석에 앉아서 바이올린 이야기나 하면서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달라." "뭐가 다를까요?" "당신은 나보다 유명한 사람이야." "내 가면을 구경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냥 구경하는 게 아니죠. 발톱을 갈면서 할퀼 준비를 하고 구경하는 거죠. 언제고 내가 나락으로 떨어져 내릴 때가 되면 할퀴고 물어뜯으려고 호시탐탐……" "당신……" 우진은 심덕의 손을 잡았다. 심덕이 담배를 피우면서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이 다른 한손을 심덕의 뺨에 가져다 댔다. "아프구나." 우진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병이 든 거야.” (본문 중에서) 나란히 앉아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눈보라 속으로 나서던?그 날에 당신이 내게?건넨 초판본 개벽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도 내가 건넨 음악회 기념 티켓을 잊어버렸기 바래요. 공평하게. 사랑이라는 건 보상금이 걸려있지도 않고 기쁨도 슬픔도 온전하지 않으니까 시작하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지요. 아주 짧았던 시간들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다면 너무 많이 손해가 난거랍니다. 그냥 지나치세요. 나처럼.? 언제쯤 .언제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머나멀게만 느껴지다가 편지 몇 통으로 살아내고 있구나 생각만 하다가?또 언제쯤. 언제쯤. 서로 많이 초라해지잖아요. 오래된 사진을 늘어놓고 가슴 쓰리게 바라보다?문득 창밖으로 고개 돌리면 무심한 빗소리마저도.? 이제 기억나지 않지요.?눈보라치던 역사의 철로. 작고?낡은 차창 밖으로?스쳐 지나던 강가의 노란색 불빛들. 이제는 다 잊으셨겠지요. 고마워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문득 돌아보면 사랑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말해줘요. 누구에게든.? 미안합니다. 잊어버렸어요. 당신의 이름을. 나 역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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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으로 도쿄에 나가있는 기훈은 우연한 기회에 선배로부터 사람 하나를 만나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탈리아에서 도쿄로 왔다는 소녀니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하필 왜 나한테 시키느냐고 불평하자, 이탈리아 말을 할 줄 알아야 해서라고 한다. 기훈은 홍콩뿐 아니라, 이탈리아에도 경무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소녀를 만나는 기훈.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그 소녀를 찾아서 록폰기의 뒷골목에 가고, 소녀와 마주앉은 장면부터 시작된다. 붉은 머리의 소녀는 바로 윤심덕의 손녀일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소녀는 한국말, 일본말을 하지 못하고 윤심덕에 대해서 아예 아는 바가 없다. * 윤심덕, 김우진의 시대를 초월한 블루 로망 윤심덕과 김우진! 그들은 어째서 서로를 끌어안고 현해탄에 몸을 던져야만 했을까? 사랑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고 믿는 오늘의 모든 연인들에게 건네는 사랑에 대한 한 편의 서사! 우리나라에 현대극을 들여 온 연극계의 선구자 김우진. 그리고 그를 사랑한 신여성 1호 윤심덕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은 참혹한 미래로 향한다.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릴 만큼 가치가 있는가? *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본 적은 있는가? 우리는 끝내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은 이제 필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지금 세태에 사랑이야말로 모두를 구원할 메시아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가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한편의 소설로, 세상의 인습과의 갈등으로 인한 비난과 질시를 힘들게 받아내면서도 절대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여인과, 사랑과 신념 앞에 흔들리고 방황하는 한 사내를 내세워서, 독자들에게 묻는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꼭 도덕과 행복을 담보로 해야만 가능한가? 사랑 자체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으로 인해 시도하는 모든 행위는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 결과로 사랑을 재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랑을 고르고 평가하는 지금의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다. 사랑보다 더 가치 있는 행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과연 우리는 사랑을 잃고도 살아갈 수 있는가. 이 시대의 사랑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