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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서울
김광성 이야기그림
김광성 글그림
거북이북스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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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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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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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1930년대
1930년대 경성의 밤 012
1930년대 염천교에서 본 서울역 014
경성 남대문통 016
청춘의 십자로_1934 영화 [청 춘의 십자로] 이야기 018
미몽_1936 경성역에서 본 남대문 020
경성 풍경 022
대화 023
택시 안에서 024
용산역 주변 풍경 026
영화 [미몽] 이야기 028
어화_1938 돈화문 버스 정류장 030

|1940년대
반도의 봄_1941 경성역 034
경성 종로 풍경 036
북촌 풍경 038
배우 김소영 040
비로드 치마 041
안방 042
경성 종로경찰서 043
집 없는 천사_1941 청계천 풍경 044
종로 풍경 046
자유만세_1946 북촌 풍경 048
경성 풍경 050
돌다리 052
골목 053

|1950년대
1954년 서울 거리 056
운명의 손_1954 영화 [운명의 손] 이야기 058
1954년 인천 거리 059
인천항 060
인천항 062
인천 부두 노동자들 064
서울의 휴일_1956 남대문 거리 풍경 066
홍제동 거리 풍경 068
한강 변 유원지 069
경복궁 정동길 070
부인들 071
영화 속 옥이 072
코주부 김용환 선생님 073
남대문 074
영화 [서울의 휴일] 이야기 076
자유부인_1956 명동 입구 078
배우 김정림 079
옛 국회의사당 080
명동 주변 081
청춘 쌍곡선_1956 고무신 깁는 아낙 082
지옥화_1958 서욱역 앞 풍경 084
양공주 087
서울역 앞 풍경 088
영화 [지옥화] 감독 신상옥 090
영화 [지옥화] 배우 최은희 091
신상옥 감독 이야기 092
형제_1958 포항 시외버스 정류소 095

|1960년대
1960년대 서울 시청 앞 풍경 098
1960년대 서울 100 1
960년대 서울역 앞 로터리 102
동대문과 오간수 다리 104
박서방_1960 소사 정류소 106
상록수_1961 청석골 108 청석골 110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_1961 배우 전명선 112
배우 최은희 112
배우 김희갑과 도금봉 113
수원 방화수류정 주변 풍경 114
동네 미장원 116
관상쟁이 허장강 118
수원역 119
마부_1961 1961년 서울 풍경 120
서울역 화물 집하장 122
서울 풍경 124
서울 거리 126
보문동 127
영화 [마부] 이야기 128
골목 안 풍경_1962 서울 거리 130
로맨스 그레이_1963 1963년 서울 풍경 132
떠날 때는 말 없이_1964 미싱 134
1963년 서울 풍경 135
맨발의 청춘_1964 서울 시청 주변 풍경 136
버스 정류소 139
1960년대 종로 화신 백화점 140
명동에 밤이 오면 _1964 남대문 풍경 142
육체의 고백_1964 부산역 144
바람아 말하라_1965 1965년 거리 풍경 146
오인의 건달_1966 불고기 집 148

|1970년대 이후
만종_1970 수동 스웨터 직조기 152
실록 김두한_1974 수인선 협궤 증기 기관차 153
도시로 간 처녀_1981 미아 운수 안내양들 154

작품 해설 박인하

저자 소개 1

글그림김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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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서양화에 뜻을 두어 부산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 입선했고, 목우회 미술전과 한국예술문화대상전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1988년 「자갈치 아지매」로 데뷔하였으며 꾸준히 만화 창작을 하면서 작품 세계를 날카롭게 다듬었다. 또한 소설을 만화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소설 속에 담긴 시대, 인물의 삶과 소설의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표현했다. 『늑대』, 『순간에 지다』, 『로마 이야기』 등 작품성 있는 만화만을 고집해 왔다. 우리만화연대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1993년 만화가협회상 신인상과 2003년 대한민국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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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637g | 254*182*18mm
ISBN13
9788966071517

출판사 리뷰

《오래 전 서울》은 그림을 감상하고 소장하기에 좋게 정성껏 만든 책입니다. 화가의 화첩을 보는 듯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실매듭이 보이는 노출 제본으로 책을 엮었습니다. 또한 그림과 비슷한 가로 판형에 180도로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 방식으로 그림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코팅하지 않은 종이에 인쇄를 하여 빛 반사 없이 편안하게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한지에 수묵담채로 푸근하게 표현한 김광성의 작품은 오래 전 서울의 사람들을 닮았습니다. 시대를 휩쓰는 풍랑 속에서도 시대의 속도를 따라잡느라 애쓰고, 자기 삶을 가꾸며 뿌리를 내리며 살아간 그때의 사람들처럼 부드럽고, 때로 거칠고, 날렵하면서 뭉근하게 퍼지는 붓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흑백 영화, 다큐멘터리 필름, 여러 기록과 자료를 두루 살피며 꾸준히 근대 서울 풍경을 연구한 과정과 결실이 서울의 자화상, 시대의 메시지로 화폭에 담겨 있습니다.

또한 《오래 전 서울》에는 오랫동안 만화 작업을 해 온 김광성의 특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착안한 장면이지만 영화의 스냅이 아니라 그림 이전의 시간과 그림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되는 그림입니다. 이야기를 드러내고 전달하는 그림입니다. 그림 곁에 실린 김광성의 손글씨를 통해 듣는 영화 이야기와 그 시절의 추억 이야기도 그림에 생기를 더합니다.

긴 시간 정성을 들여 빚은 김광성의 이야기그림 《오래 전 서울》을 통해 잊고 있던 우리의 자화상을 만나 보세요.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되새기는 즐거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앞 세대의 청춘 시절을 만나는 시간을 드리는 책입니다.

작품 해설 (박인하 만화 평론가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

시네마스코프로 복원하는 오래 전 기억들


사람들은 늘 자신의 생활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심미적 욕망이건, 공리적 요구이건 아니면 둘 다 적당히 섞여 있건 간에 말이다. 선사 시대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풍경이 함께하는 그림이 있었다. 이런 경향이 집약된 그림을 풍속화(風俗畵)라 부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속화는 조선 후기 18~19세기의 풍속화다. 사대부 서화가이자 평론가인 강세황(1713~1791)은 《표암유고》에서 제자 김홍도의 풍속화에 대해 ‘일상(세속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 설명한다.
“특히 세속의 모습을 옮겨 그리기를 잘했는데, 살면서 날마다 쓰는 여러 가지 말과 행동, 그리고 길거리, 나루터, 가게, 시장, 시험장, 연희장 등을 한번 그리기만 하면, 사람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신기하다고 외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세간에서 말하는 김홍도의 속화가 바로 이것이니, 진실로 신령스러운 마음과 슬기로운 지식으로 홀로 천고의 묘함을 깨닫지 않았으면 어찌 이처럼 할 수 있으리오.” (“尤長於移狀俗態, 如人生日用百千云爲, 與夫街路, 津渡, 店房, 鋪肆, 試院, 戱場, 一下筆, 人莫不拍掌叫奇, 世稱金士能俗畵是已, 苟非靈心慧識, 獨解千古妙悟, 則烏能爲是哉. 강세황, 《표암유고》, [단 원기우일본]” 정병모, 진준현 [조선후기 풍속화에 나타난 ‘일상’의 그 표현과 의미], 《미술사학 25호》, 한국미술사교육학회, 2011, p333에서 재 인용.)
강세황의 표현을 빌면 ‘세속의 모습’, 풀어 설명하면 보편적인 사람의 일상과 그에 어울리는 통속이 담긴 그림이 풍속화다. 사대부의 문인화나 산수화 등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완연하다.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난 그림은 도(道)의 공간이 아니라 속세의 공간과 사람들의 욕망을 담아냈다. 풍속화는 그래서 작품 안에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당대가 있다.

김광성이 재현한 우리 시대의 풍속화

《오래 전 서울》 전시를 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1930~1960년대 서울의 풍경이다.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선은 때론 과감하고, 때론 섬세하게 시대를 재현한다. 앞에서부터 뒤까지 층층이 쌓인 배경은 당대의 모습 그대로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김광성이 그린 ‘오래 전 서울’은 산수화처럼 관념 속에 고정된 서울이 아니다. 한 장의 그림에서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날아간 듯 당대가 생생히 느껴진다. 세속의 모습이 오롯하게 펼쳐진다.
남대문 거리를 그린 그림에는 잘 차려 입고 나온 그 시대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이 그대로 살아 있다. 1941년 청계천을 그린 [청계천 풍경]을 보면, 그림 속에서 멀리 보여 얼굴 표정을 묘사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표정도 상상으로 재현하게 된다. 장난치는 아이들의 얼굴, 울고 있는 소녀와 소녀를 혼내는 오빠의 표정이 생생하다.
이 전시의 많은 그림은 그 시절에 찍은 영화를 참조해 재현했다. 그러니 당대의 보편적인 일상과 그에 어울리는 통속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오래 전 서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근대 풍속화다. 풍속화는 맞지만 조선 후기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조선 후기 풍속화는 해학을 통해 당대를 풍자했다. 《오래 전 서울》은 해학이나 풍자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시선이 바라본 그 시절의 풍광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모두 곁에 누군가를 두고 있다.
일제 강점기 경성을 그린 작품 중 [경성 남대문통]을 보면, 왼쪽 상점 앞과 가운데 길 가운데에 한복을 곱게 입은 두 여학생이 걷고 있다. 그 옆으로 두루마기를 입은 초로의 노인 둘이 걷고 있고,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머니의 손을 잡은 두 자매가 보인다. 길 건너에는 두 사내가 대화를 하고 있다. 한결같이 곁에 누군가가 있다. 연작인 [경성역에서 바라본 남대문]의 맨 앞 단에도 역시 곱게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딸이 있다. 30년대를 넘어 40년대로 와도 마찬가지다. [경성 종로 풍경]이나 [청계천 풍경], [종로 풍경], 심지어 완전히 원경으로 바라본 [북촌전경]에도 그 안에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들이 있고, 때론 [돌다리] 위에서 싸우는 아이들도 있다. 한국 전쟁 이후 1956년의 서울을 그린 [남대문 거리 풍경]이나 [경복궁 정동길], [명동 입구]를 봐도 사람들 곁에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60년대도 동일하다. 공간적으로 서울을 그린 작품뿐만 아니라 [부산역], [포항 시외버스 정류장], [수원 방화수류정 주변 풍경], [수원역], [부천 소사 정거장], [1954 인천 거리], [인천항], [인천 부두 노동자들]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엄기호는 《단속사회》(창비)에서 ‘곁’이 없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끔찍할 정도로 ‘곁’이 없거나 악몽이 되었다. (중략) 우리 곁에는 말을 듣는 사람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자기 말을 들어 달라는 사람만 가득하다. 자기 말은 호소하고 싶은데 남의 말을 듣는 것은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은 힐링이니 상담이니 하는 사적이고 상업적인 자리로 재빠르게 몰려갔다.” 2016년을 사는 우리에게는 없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오래 전 서울》에는 있다.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힘

《오래 전 서울》 전시 작품을 본 사람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세 가지다.
(1) 주로 멋진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2) 디지털 컬러가 아니라 수묵담채로 그렸다. (3)그림이 와이드하다. 이를 다시 구분해 보면,
(1) 풍경은 묘사하는 대상이나 다루는 주제의 측면이고 (2) 수묵 담채는 도구이자 방법이고 (3) 와이드한 화면은 작품이 들어 있는 틀이다. 이 중 풍경이나 수묵담채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편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오래 전 서울》 전체를 부를 때도 ‘수묵담채로 그린 오래 전 서울의 풍경’이라 하면 아주 자연스럽다. 여기까지만 자연스럽다. 와이드한 화면은 뭐라 설명을 붙이기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오래 전 서울》 특유의 분위기를 규정하는 중요한 힘 중 하나는 와이드한 화면이다. 대략 2.35 대 1의 비율을 지닌 화폭이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규격이지 않나? 맞다, 2.35 대 1의 비율은 시네마스코프라 불리는 고전 영화의 화면 비율이다. 초기 화면 비율은 1.33 대 1의 스탠더드 화면이었다가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도 이후 거의 모든 영화가 2.35 대 1의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제작, 상영되었다. 아날로그 시대 TV 화면 비율은 1.33 대 1이었다. 1.33 대 1의 화면과 달리 2.35 대 1의 화면은 누구라도 극장에서 집중해서 본 그 시절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김광성이 참고한 영화들도 2.35 대 1의 비율로 제작되었다. 영화를 주로 참조했던 이유이건, 아니면 의도적으로 와이드한 화폭을 선택했건, 아니면 완전히 우연이건 간에 김광성의 주요 작품들은 시네마스코프 비율인 2.35 대 1에 가깝다.
수묵담채로 담담하게 완성된 오래전 서울의 풍경이 시네마스코프의 화면 사이즈에 담기자 마치 그 시절 고전 영화를 감상하는 것같이 느껴진다. 디지털 시대의 선명하고 화려한 컬러가 아니라 먹을 많이 사용하고, 화려한 색을 최대한 억제한 채색 방법까지 어우러져 독자들을 효과적으로 그 시대로 초대한다. 당시 제작된 시네마스코프 영화는 심도 처리에 문제가 있어 원경부터 근경까지 모두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전 서울》을 잘 보면, 초점이 맞춰진 장면을 빼고는 흐릿하게 초점이 날아갔다. 이 역시 그 시절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는 요소다.
순수 회화를 그리던 김광성은 서른세 살인 1988년 잡지 《만화광장》에서 〈자갈치 아지매〉로 데뷔했다. 데뷔한 이후 많은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 편도 허투루 그리지 않았다. 만화의 한 칸마다 시대를 담으려 노력했다. 데뷔한 지 18년이 지난 2006년에는 박재동, 이희재, 석정현, 김정기 작가와 함께 드로잉 모임을 만들어 서울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당대의 풍경을 그렸다. 거리를 걸으며, 눈으로 보고 그렸다. 《오래 전 서울》은 그 이후 진행된 작업이다.
《오래 전 서울》에서는 1930년대에서 60년대를 주로 다룬다. 그 시대를 회고하면 자동적으로 일정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30~40년대는 식민지 시대의 고통이, 50년대는 처참한 한국 전쟁의 비극이 있고, 60년대는 전쟁 이후 폐허, 4.19와 5.16으로 이어지는 혼돈의 풍경이 가득하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는 고통과 비극, 혼돈의 풍경으로 개념화되고 상징화된다. 하지만 ‘오래 전 서울’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에는 고통과 비극, 혼돈만이 아니라 세속의 건강함도 있었다.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한껏 멋을 내고 남대문이나 명동, 종로로 나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도 했다. 아이들은 청계천에서 정신없이 물장난을 치기도 했고, 할아버지는 시내에서 무언가를 사 가지고 집으로 행복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오래 전 서울》에는 그런 통속의 풍경이 가득하다.

우리는 김광성이 그린 풍속화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무게에서 한 발쯤 탈출할 수 있다.
그렇게 벗어나면 진짜 그 시대의 삶이 보인다.


작가의 말 (김광성 | 만화가, 화가)

잊고 살았던 우리의 자화상, 오래 전 서울


잊히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어렸을 때 보았던 흑백 영화 [남이 장군]이 그것이다. 자매결연을 맺은 육군 모 부대에서 영사기를 가지고 와서 틀었던 시골의 가설극장, 스크린을 대신한 돛단배의 누른 돛에 펼쳐진 감동은 지금도 선명하다. 영사기 빛에 반짝이며 부유하던 먼지들마저 아름답고 신비했다. 갑자기 맞닥뜨린 문화 충격에 무장 해제되었던 그때부터, 나는 영화의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왔다. 영화 속에 펼쳐진 사람들의 삶과 꿈, 욕망과 좌절, 시대와 풍속이 담긴 장면들을 가슴속에 쌓았다.
개화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숨 가쁘게 변화했다.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고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었다. 자잘한 물건부터 삶을 지탱하던 직업까지 새로움에 떠밀려 바뀌었다. 생활이 변하면 생각도 따라 변한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한다. 급하게 변한 시대는 쉽게 옛 시대를 잊는다. 변화는 기억을 지운다. 당연하게든 어쩔 수 없이든 잊고 살아간다. 잊은 것이 기억이든 자신이든 말이다. 이미 유물처럼 보존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흑백 영화 영상에는 서울의 옛 모습이 담겨 있다. 흑백 영화 속에 현재형으로 펼쳐진 시대의 기억이 매혹으로 다가와 가슴에 박혔다.
영화는 그 시절을 기억한다. 오래 전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활력과 애환이 모두 녹아있다. 사람들이 다니던 길과 건물, 자동차, 마차, 가재도구, 옷과 음식, 놀이와 일이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옛 추억 속에서 가물거리던 것들이 눈앞에, 귓전에 되살아났다.
그 시절이 그저 낭만과 추억이라는 달콤한 기억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곤궁한 생활의 아픔, 혼란스러운 시절의 슬픔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흑백 영화 속에서 내가 찾은 것이 서울의 옛 모습만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잊고 있었던 자신의 역사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 출판한 작품들은 빛 바랜 장면 속 풍경은, 60년대 후반에 마지막 전차를 타 본 나와 나의 세대가 공감하는 정한과 연민으로 가득한 정경이자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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