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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책에게 꿈을 묻다
문형범
황소자리 200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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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생활/자기관리 top100 1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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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문형범
1989년 7월 14일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다.
현재 춘천고 3학년에 재학 중.
여느 친구들처럼 밤 새워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일쑤고, 영화를 너무 좋아해 고3인 요즘도 극장 심야상영관을 즐겨 찾는다.
고2 때이던 지난해 가을, KBS '도전! 독서 골든벨'에 춘천고 대표로 나가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일년에 한 번 치러지는 이 행사는 전국 100개 학교 대표들이 모여 책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독서왕중왕' 선발전인 셈이다. 패자부활전을 거치지 않고 최후의 1인으로 남은 문형범은 '찬스'도 사용하지 않은 채 거침없이 골든벨을 울려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지난 겨울방학, 보충수업까지 빠지면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고도 고3이 되어 치른 첫 번째 모의고사부터 최우수 성적을 냈다.
문형범의 괴력이 책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본인도 알고, 친구도 알고, 선생님도 안다. 한글을 깨친 이후 지금껏 읽은 책만도 어림잡아 5천여 권. 그야말로 '책이 만든 가늠할 수 없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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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2쪽 | 473g | 153*224*20mm
ISBN13
9788991508347

책 속으로

열여덟, 문형범의 독서편력
마치 한 권의 앨범을 보는 듯 구성된 이 부분에서는 형범이가 어떻게 책을 통해 자신을 올곧게 성장시켜왔는지 18년 간의 독서 경험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유년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와 '독서 골든벨'에서 우승했던 일화, 형범이만의 추천도서 목록까지 엿볼 수 있다.

글을 쓰고 읽을 줄 알게 되면서 '책읽기'라는, 무한정의 보물찾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아빠가 머리맡에서 읽어주시던 동화책들을 한 장 한 장 내 눈으로 직접 읽어 내려가던 때의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본문 19쪽 '유년의 성城' 중에서.

빨리 좀 집에 가자고 부모님을 찾으러, 나는 그 무렵의 내게 작지 않던 유리문을 밀고 도서관에 발을 내디뎠다. 어렸을 때 한두 번 온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넓고 복잡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부모님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친 나는 책이나 읽으면서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에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한 권 뽑아들었다. 그 후로, 일요일은 애타게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본문 23쪽 '초등학생이 되다' 중에서.

한 권 한 권, 두툼한 책들을 읽어갔다. 동서양 철학사의 큰 흐름을 알게 되고,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중국의 가파른 역사를 다시 만났다. 로마의 영웅들, 18세기 이후 근현대를 이끈 사상가들, 과학자들, 예술가들과도 조우할 수 있었다. ―본문 28쪽 '교복을 입고' 중에서

PART 1 :: 인간을 읽다
1장에서는 책을 쓴 이와 책 속 주인공의 삶, 그리고 그들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주로 《체 게바라 평전》《전태일 평전》《백범일지》《위대한 패배자》《위인들의 마지막 하루》 등 인물 이야기와 소설로 채워져 있지만, 정치 처세서인 《군주론》을 읽으며 애처로운 이상주의자로서의 마키아벨리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칼의 노래》를 읽고 아산에 있는 현충사에 찾아가 '인간 이순신'과 맞대면했던 이야기는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책 속에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간 그의 검 앞에서 나는 인간 이순신을 만났다. 그는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칼은 부러지지 않은 채로 남아 아직도 울고 있었다. 나는 칼의 울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깊게 흘렀던 공의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차에 올랐지만 칼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본문 39쪽 '칼의 울음 소리를 듣다' 중에서.

'군주는 잔인해질 필요도 있다'라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 반인반마, 케이론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자란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동물적이어야 함을 고대의 서사가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왕자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스핑크스가 반인반수인 것 역시 우연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본문 42쪽 '애처로운 이상주의자, 마키아벨리' 중에서.

주인공이 택한 길은 결국 자살이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인생 패배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패배의 기록은 아니다. 오사무의 삶이 투영되어 있기도 한 주인공 요조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자살은 패배로 기억되기보다 사회에 대한 고발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본문 54쪽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일' 중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의를 세상에 관철시키려고 했던 남자. 총을 들고 인민을 구하려 했던 20세기 마지막 리얼리스트는 의자에 묶여 총살당했다. 그는 불가능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자신의 몫으로 삼았기에 죽임을 당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다. 그런 신념과 도전이야말로 인류가 역사를 일궈냈던 등정登頂의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본문 60쪽 '피투성이 구세주, 체 게바라' 중에서.

PART 2 :: 감성을 읽다
2장은 형범이의 감성이 돋보이는 글들로 채워졌다. 형범이는 《목수》《어린왕자》《천상병을 말하다》와 김소월 시집 등 감성을 자극하는 책들뿐 아니라, 자연과학서인 《엔트로피》를 읽으면서도 자신의 감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많이 버리는 사람이 많이 가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무소유의 역리다. 중점이다. 세상에 속하지 않은 그분의 글이 세상을 오히려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나를 이끌었다.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야만, 평안과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나는 소유와 행복이 반의어 관계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질적인 성공과 충족은 오히려 행복으로 가는 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나는 책장을 넘겨가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떠올렸다. ―본문 76쪽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 중에서.

이튿날, 소백한 기슭 부석사에 올랐다. 늦가을 조용한 아침은 젖어 있었다. 서늘한 안개를 마시며 마당에 들어섰다. 시간이 일렀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천천히 경내를 걸었다.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였을까. 부석사는 고요했다. 살짝 들어올려진 처마, 무엇이라도 떠받들 듯 굳게 받치고선 기둥. 이 땅을 가장 오래 버텨낸 사찰 앞에서 나는 내 부족한 언변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본문 82쪽 '천년을 사는 나무' 중에서.

어린왕자가 지나왔던 별에,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별의 숫자를 되풀이하여 세는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세고, 또 세고. 세는 데에만 열중해서 사람을 잊은 그의 모습이, 왠지 우리 미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많이 가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나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슬플 뿐입니다. ―본문 91쪽 '어른들은 결코 묻지 않는,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서.

PART 3 :: 상상력을 읽다
3장은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전래동화를 비롯해 경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허버트 조지 웰즈의 《타임머신》과 《파리대왕》, 《이갈리아의 딸들》 등 고전이 된 문학작품들을 읽어내는 시선에서 10대 특유의 발랄함과 사유의 깊이가 동시에 드러난다.

본질을 꿰뚫는 골딩의 서사는 인간의 본성은 이런 것이라고 신랄하게 풍자한다. 그럴 듯하다. 그렇지만, 그게 다인가? 정말로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가? 소설이 아무리 잘 짜여지고, 그것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로 현실인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것은 골딩의 의도가 짙게 배어든, 현실과 완벽히 겹쳐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다른 세계이다. ―본문 117쪽 '본성, 때로는 씁쓸함' 중에서.

이갈리아의 가능성, 즉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뒤바뀌어 맨움과 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부터가 현재 지배적인 가부장제에서 남자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권력의 필연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는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이갈리아의 가능성을 논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본문 120쪽 '성性의 벽의 넘어' 중에서.

인간도 어쩌면 복잡한 생체 로봇이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해본다. 인간과 로봇을 구분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뇌'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뇌조차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판단을 이뤄내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언젠가 역방향으로 기계를 통해 인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본문 114쪽 '로봇과 인간의 원칙' 중에서.

PART 4 :: 과거를 읽다
형범이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역사 속의 사건들과 역사가 흘러가는 메카니즘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노자, 공자, 제갈량 등 선인들의 글이나 역사서를 대하는 형범이의 시선은 날카롭다. 과거 속에서 선명히 현실을 인식하는 모습에서 이 아이의 사유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느껴진다.

자격과 경력, 문벌에 그는 구애받지 않았다. 부귀를 가려 인재를 등용하지 않았으며,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일을 맡겼다.
당연한 말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당연하고 작은 것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가 세상을 뜬 지 2,0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학연과 지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계 고위층에서는 친인척 비리가 일어나고, 나눠질 것 없는 땅은 남과 북으로 갈려 있고, 거기에서도 산맥을 사이로 우리는 눈을 흘기고 있다. ―본문 133쪽 '제갈량, 시대를 뛰어넘은 기재' 중에서.

오늘날은 노자가 말한 '물'의 시대이기보다는 '불'의 시대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 말리고, 파괴한다. 노자는 겸손과 유연함, 상생으로서 물을 말했다. 오늘날에 이르러, 노자의 '상선약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얻을 것이 있지 않은가. ―본문 145쪽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중에서.

현대의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자신과 다른 이들을 여전히 공격한다. 성적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이런 배타적인 시각으로는 결코 사회 전체의 안정을 이뤄내지 못한다. 사람이든 사회든, 관용과 포용이 중요하다. ―본문 150쪽 '공자, 지혜의 바다' 중에서.

국운이 쇠할 때에는 어떠했을까. 그럴 때마다 그곳엔 부정부패가 있었고, 환락과 사치가 있었으며 민중의 눈물이 있었다. 삼천의 궁녀와 밤낮을 즐기던 백제의 의자왕이 있었고, 신라의 마지막엔 포석정의 연회가 있었다. 고려의 몰락은 권문세가로 집중된 토지 소유와 불교의 타락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지방관들의 민중 수탈, 매관매직, 지리멸렬한 당파싸움. 조선은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고,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하게 된다. ―본문 172쪽 '무한의 반복, 역사' 중에서.

PART 5 :: 만화를 읽다
주변의 사소한 사건과 현상들을 보면서도 자신의 사유를 담아내고자 하는 형범이에게 있어, 만화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통하는 창구다.
스스로 '황금의 시절'이라고 부르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아무리 밤새워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도 시간은 어디 쌓아뒀다가 나중에 다시 쓰고 싶을 만큼 많았다. 그래서 형범이는 만화책을 집어들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절대성의 신봉자들이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절대성을 믿는 사람들.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믿어왔던 사람들이다. 주인공에게나, 그들에게 있어 처단해야 하는 '악'은 확실히 저편에 보이는 것이었다. ―본문 181쪽 '정의? 진리?' 중에서.

등가교환이라……. 연금술의 세계에선 정말로 그것이 가능할까. 연금술을 이용해 적들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꿈같은 이야기다. 등가교환이라고 하는 건. 들인 만큼, 딱 그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건 농담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본문 190쪽 '황금의 세계' 중에서.

PART 6 :: 세상을 읽다
형범이는 거장들의 권위에 주눅 들어 그들의 주장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명저라고 이름난 책을 읽으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반박한다. 6장에서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형범이가 설익은 것이나마 자신의 사유와 목소리를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 형범이가 세상을 대하는 당당한 태도가 두드러진다.

천상병 시인의 〈나의 가난은〉도 문학 시간에 만났던 수많은 시 중 하나였다.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뜻한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시와 시인 천상병은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 값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으면서 천상병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본문 204쪽 '소유를 위한 존재, 존재를 위한 소유' 중에서.

과학적 디스토피아가 머지 않아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또 한 명의 천재가 나타나 한 줄의 수식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꾸어놓을지 말이다. 지금껏 과학은 수많은 '만약'과 'if'들을 현실로 이루어왔다. 앞으로도 과학은, 그것마저 뛰어넘어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들을 이뤄낼 것이다. ―본문 221쪽 '과학은, if' 중에서.

아탈리는 유목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사라지리라는 경고, 변화하지 않으면 쇠퇴하게 된다는 경고는 예나 지금이나 있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정주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정주와 유목은 꼬리를 물고 반복됐으며 인간의 역사는 이러한 반복 속에서 씌어졌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본문 232쪽 '유목은 인간의 본성일까?' 중에서

--- 본문 중

출판사 리뷰

춘천고 3학년 문형범. 수능시험을 넉 달 남짓 남겨둔 대한민국 고3이다. 여느 친구들처럼 아침 일찍 등교해 시험공부에 매달리면서도 틈만 나면 밤새워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일쑤고, 새로 나온 영화를 보기 위해 심야상영관을 들락거리는 영화광이다. 친구들과 만화책 돌려보며 키득거리고, 가끔은 선생님 몰래 책상 밑에 판타지 소설을 숨겨 읽기도 하는 유쾌발랄 18세.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친구가 바로 2006년 KBS '도전! 독서 골든벨' 우승자다.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일 없이 비평준화 선발제 학교인 춘천고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다. 이 책 《18세, 책에게 꿈을 묻다》를 준비하기 위해, 형범이는 지난 겨울방학 보충수업까지 빠져가며 원고지 800여 매 분량의 글을 썼다. 어지간한 전문 작가들에게도 족히 일년은 필요했을 작업을 불과 두 달 만에 거뜬히 해치운 것이다.
주변에서는 문형범을 '괴력'의 소유자라고 부른다. 형범이의 '괴력'이 책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본인도 알고 친구들도 다 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책이 적게 잡아도 5천여 권. 문형범은 그야말로 '책이 만들어낸 가늠할 수 없는 아이'다.

'도전! 독서 골든벨'을 인연으로…
2006년 11월 12일, '도전 골든벨'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정해진 학교에 찾아가 그 학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보통의 '도전 골든벨'과 달리, 전국 100개 학교 '독서왕' 대표들이 모여 기량을 뽐내는 자리였다. 특집방송인만큼 문제의 난이도도 높고 출제 범위 역시 평소보다 훨씬 광범위했지만, 이날 골든벨을 울린 춘천고 2학년 문형범은 찬스도 패자부활전도 없이 50문제를 손쉽게 풀어냈다.
신중하고 여유 있는 모습에 매료됐다. 겸손하면서도 예리한 눈빛을 가진 이 아이는 뭐랄까, 그때까지 보아온 여느 우등생들과 확실히 다른 아우라를 뿜어냈다. 다음날, 춘천고등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형범이의 담임이셨던 주영준 선생님은 공교롭게도 국어과 담당이었다. 형범이에 대한 선생님의 전언을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책 출간을 제안했다. 고2 막바지, 이제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앞둔 학생이 책을 낸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형범이는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담임선생님 역시 형범이를 만류하지 않으셨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문형범의 행복한 책읽기
이 책《18세, 책에게 꿈을 묻다》는 2006년 KBS '도전! 독서 골든벨' 우승자 문형범이 책을 통해 만난 세상과 사람들, 그 속에서 배운 사랑과 사유와 감성의 힘을 빼어나고 겸손한 문장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형범이는 마치 잘 정리된 성장 앨범을 펼쳐보이듯 책과 맺어진 '18년의 독서 편력'을 발랄하고 리드미컬한 글솜씨로 엮어낸다.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주시던 아빠의 목소리, 한글을 깨친 이후 직접 책을 읽어가던 날의 그 신기하고 가슴 떨리던 기억, 조심스레 들어간 도서관 안에서 마주친 풍요롭고 따스한 풍경, 교과서 속에서 만난 철학과 과학의 세계, 그리고 한 권 한 권 책을 읽은 후 정리한 45편의 독서 리뷰와 논술쓰기까지…….
'인간을 읽다' '감성을 읽다' '상상력을 읽다' '과거를 읽다' '만화를 읽다' '세상을 읽다' 총 6개 파트로 나뉜 독서 리뷰는 논리 전개의 독창성과 사유의 깊이, 감수성 풍부한 표현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그 또래 우등생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엄격하고 조심스럽기로 유명한 MBC의 엄기영 앵커가 탄복한 대로, '책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킨, 18세 소년'의 경이로운 힘이 문장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형범이는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으며 법정이 설파한 《무소유》의미와 새롭게 조우하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이르러서는 어째서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와 케이론이 위대한 현자로 칭송받으며 영웅들의 교육을 맡아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을 읽다가 천상병의 삶을 떠올리고, 과학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여러 미래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거의 모든 과학적 예견들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천재 과학자의 등장이 그때까지의 모든 해석틀을 일거에 뒤집었듯이. 《논어》에 대한 감상을 적을 때는 몇 년 전 신드롬을 일으킨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언급한 후 반문한다. "지금 우리에게 죽여야 할 공자가 남아 있기나 한 건지……. 공자는 이미, 죽어 있다." 라고.
만화를 보면서 인문적 성찰을 얻고, 과학서를 읽으며 문학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형범이의 종횡무진 자유분방한 글쓰기는 애초에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역사서와 사상서 필자의 장중한 목소리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견해를 담아내는 솜씨는 원고를 읽는 내내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문장을 쓰는 데 있어서도 문법적 오류가 없는 것은 물론, 정확한 단어를 꼭 알맞은 자리에 부려 쓰는 능력 또한 발군이었다. 형범이의 초고를 받아든 출판사 내부에서는 글의 수준이 너무 빼어나 되레 엉뚱한 혐의를 사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새로운 교육 모델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적지 않다. 중요한 건 '다독' 그 자체가 아니라 읽은 내용을 얼마나 값지게 정신의 양식으로 소화하는가이다. 이 책《18세, 책에게 꿈을 묻다》는 성장기의 독서에서 자발적인 흥미와 주관적 체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손만 뻗으면 어디에서나 책을 접할 수 있었던 주변 환경, 남아도는 유년기의 시간을 책과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배려, 아이의 지적 허영을 부추기는 칭찬과 독려……. 일상 곳곳에 어른들의 관심과 손길이 뻗쳐 있되 그것이 단 한 번도 책에 대한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침해하거나 족쇄로 작용한 적은 없었다.
형범이는 독자들을 위한 팁에서 독서든 교과 공부든, 가장 좋은 것은 그것을 재미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책 읽고 생각하고, 그러고 나면 또다시 이어지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날마다 동네 도서관으로 달려갔노라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던 자신의 시각이, 세계관이 바뀌어 있더라고. 바로 그것이 공부 1등 수재를 만들고, 유연한 사고와 따스한 심성까지 고루 갖춘 '탐나는 인재'를 키워낸 원동력이었다.
강박은 비단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 책《18세, 책에게 꿈을 묻다》는 좋은 책을 읽자고 쉼 없이 종용하거나 틀에 박힌 공부법을 나열하는 청소년 성공스토리를 가뿐하게 넘어선다. 그리하여 또래의 친구들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이 땅 모든 학부모들에게도 상냥하고 정직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평

형범이의 글을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곱고 겸손한 친구가 다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많다. 그러나 유연한 사고와 따뜻한 심성까지 두루 갖춘 학생은 흔치 않다.
애초 이 책은 또래 친구들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먼저 이 책을 권한다. 내 아이의 모범이 될 만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멀리 갈 것 없다. 어른들이 그릇된 욕망에 매달려 있는 동안 책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킨 18세 소년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기 있다.

엄기영(MBC '뉴스데스크'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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