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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Ⅰ.
삽/달항아리/뻘/별무덤/尋劒堂에서/立春 1/새벽, 봄비 내린다/새는 게 上策이다
껍질/정동진 가서/마른 들깻단/어성초에게/늦가을/잉어/11월을 빠져나가며
紫檀木/목발을 짚고/장마/눈물샘 마르다/다시 단추에 대하여/이런 사랑 담론
臨淸亭 소나무/이번 봄/寶城 大原寺 갔다/나무의 키스/음예陰?/이런 치정

Ⅱ.
천사의 똥/옹알이/꽃 피는 시절/立春 2/봄날, 진주 간다―유홍준에게
청도가 수상하다/새벽감옥/비 오는 밤/原籍地/日辰/시계수리공/櫻花
솔방울/연애질/金宗三/죽음/죽음―詩人 吳圭原에게/山菊/가을 첼로
수술실에서/집/番外―가신 金春洙 선생께/저승새들의 집―木人 박물관에서
개구멍받이/아득한 봄날/죽음을 경배하며/어린이날/나는 자꾸 音樂을 꺼내겠다

Ⅲ.
李賀를 다시 읽다/귀/지워진 걸 지우지는 못했다―시인 朴在森을 그리다
獨島에 대하여/뒤꼍/안목에서/마지막 가을/濯足/들키고 싶은 풍경/그늘이불
다시 내장산 단풍/未畢/별 없는 하늘/청승살/상사화 피다/이 가을 환벽당 간다
벌초/새들은 왜 발 아래 허공 벼랑을 두는가/홍학의 이름은 기린이야/상고대
우이동 까치/빈 하늘에 걸린 빨랫줄/지리산 가서/벼랑/오늘의 운세
비극에 대하여/이 여름이 나는 자꾸 미안타/부레

Ⅳ. 산문 ∥絅山詩室詩話
■ 詩의 緣起本性에 대하여
■ ‘몸詩’에 대하여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내 몸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정진규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마른 수수깡의 平和』『有限의 빗장』『들판의 비인 집이로다』『매달려있음의 세상』『비어있음의 충만을 위하여』『연필로 쓰기』『뼈에 대하여』『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몸詩』『알詩』『도둑이 다녀가셨다』『本色』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보관)을 수훈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양여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시 전문지 월간 『현대시학』의 주간을 지내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8월 0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37쪽 | 22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3811474

책 속으로

從心之年을 한 해 앞두고 내는 시집이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從心으로 내 시와 삶이 마음먹은 바 대로 어긋남이 없을 것인가.
다만 緣起本性의 生命律을 근간 들숨날숨으로 몸짓하고 있어 부끄러운 대로 자유롭다. 여기 묶는 시편들을 쓰는 동안 내 정신의 운용과 쓰기의 운필이 그러하였다고 감히 느낀다.

― 자서 전문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詩의 緣起本性에 대하여

47년 간의 시력을 자랑하는 중견 시인 정진규의 열세 번째 시집 『껍질』이 발간되었다. 정진규 시인은 1960년 『동아일보』로 등단하였으며,『마른 수수깡의 平和』『매달려있음의 세상』『뼈에 대하여』『몸詩』등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장기인 이미지와 삶의 농밀한 관계 묘사와 함께 근간 시의식에 자리한 내면적 상황을 포함한, 82편의 신작시를 담았다.
정진규 시인은 “사물의 안과 밖이 만나게 하는 것이 시”라고 정의하며 시가 가진 자유로운 소통의 특성에 주목해왔다. 그 유연한 시세계 속에 자리한 시인의 내면이 이번 시집을 통해 공개된다.

일본 觀心寺엘 부랴부랴 다녀왔다 새삼 마음을 觀하고자 함이 아니라 거기 있다는 별무덤이 궁금해서였다 늦으면 天上으로 회수될 것 같았다 형상이 아니라 필시 상징이 분명할 그 실체를 감히 觀코자 함이었다 하늘 놔두고 왜 하필 땅에 내려와 묻히었을까 별똥별들의 부스러기일까 식은 빛들의 부스러기일까 땅을 하늘이라 믿는 구석이 그들 별들에겐 있었던 모양이다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된, 하늘과 땅이 한몸이 된 그 長大한 무덤을 겁도 없지 나 觀하고자 함이었다 무엇을 보았다 하느냐, 거기 있지 아니한가, 나 다만 묻고 답하였을 따름이다
―「별무덤」전문

시 「별무덤」은 ‘별무덤’ 벽화가 있다는 日本 觀心寺(오사카 나가노시 소재)에 대한 소개를 우연찮게 보고, 전날부터 읽기 시작한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 이론물리학 교수 울프 다니엘슨이 쓴 『시인을 위한 물리학』이 무관하지 않다는 체험에서 시작되었다. 이처럼 ‘별’이 ‘별’을 불렀던 셈이다. 이런 상황을 바로 시의 ‘緣起本性’이라고 시인은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이튿날 일본 觀心寺 ‘별무덤’으로 달려간 소산물이 바로 시 ?별무덤?이었던 것이다.

이번 가을은 목포 다녀온 일이 全部다 나로서는 원체 큰 擧事여서 다른 곳 눈 돌릴 겨를 없었다 紫檀木 7백 년 훔치러 목포로 숨어들었다 사흘 밤 사흘 낮 곡기 끊고 노렸다 향기로 다져진 살, 아주 단단했다 모든 향기 있는 것들은 단단하다 진짜 여자는, 가장 향기 있는 여자는 단단하게 속 찬 여자가 아니던가 1017本, 그 가운데 단 1本도 훔치지는 못했으나 그걸 핥은 내 눈과 코와 귀와 눈치 챌 새라 얼른 대어본 손, 그것만으로도 沈香의 樺榴欌 한 채 짜지었다 원체 단단하고 향 깊어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쇠못 쓰지 않고 공들여 짰다 켜켜이 날 개켜 넣었다
―「紫檀木」전문

처음 시인이 ‘紫檀木’이란 말을 접한 것은 한 신문의 칼럼에서였다. 상상력을 동원해 시를 완성했지만, 일상적인 체험을 근거로 하지 않은 결과물에 어쩐지 찜찜하던 차에 시인은 직접 紫檀木을 볼 기회를 갖게 되고 빚진 기분에서 비로소 해방된다. 시인은 이런 기회를 우연히 주어진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필연의 어떤 운명적인 生緣 즉, 피붙이의 그것과 같았다고 산문에서 고백한다.

죽음의 세계와의 경계 없는 만남

정진규 시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라는 큰 주제가 주는 암시와 예견에서 본능적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느낀다. 우연히 들른 보성 초입의 大原寺에서 시인은 최초로 자신의 내면이 통째로 들통 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다. 요즘들어 죽은 태아들이 구천을 맴돌고 있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그 죄책감에 가위눌리곤 했는데 그가 찾아간 절이 태아들을 모시는 곳이었던 것이다.

끼니가 간데없던 그 시절엔 흔한 일이었지 긁어낸다고 했지 태어나지 못하고 죽은 내 태아들 생각에, 무슨 연고였을까 지난겨울 내내 시달리고 있었는데, 무슨 일 일어나지 싶었는데, 조짐이 수상했는데, 그날의 비린내도 연일 진동했는데 어김없었다 이번엔 그걸로 날 끌어내었다 그리로 날 바짝 당기었다 이런 일 너무 잦다 날 어디로 데려가곤 한다 갑갑해라, 그냥 문 열고 나서니 直方 거기에 이르렀다 그런 곳 거기 있었다 이른 봄날 시오리 꽃터널길 아득히 지나지나 죽은 내 태아들 어느새 띠둘러 업은 내가 바삐바삐 거기 가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라 하였다 건너라! 극락교를 둘이나 지나 연꽃 바다를 건너 거기까지 갔다 먼저 당도해 있는 태아들이 극락전 가득했다 모두 영양이 좋았다 뿐이랴, 이런 일 너무 잦다 날 어디로 자꾸 데려다 놓곤 한다 건너라! 빚이 많다고 그것 보라고 날아가던 동박새 한 마리가 연방 꽁지를 달싹거렸다 서두를 때라고

―「寶城 大原寺 갔다」전문

간절함은 간절함을 부른다. 그게 緣起의 본질적인 內性이다. 그게 또한 시의 또 다른 內性이다. 이로 하여 또 한 편의 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태어난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서는 비밀스러운 시인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시들이 상당 수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은 또 한 번 정진규 시인의 새로운 면모와 가능성을 읽을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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