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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추락 |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 2. 증인 | 장 푸케의 「믈룅의 두 폭 그림」 3. 낙원 | 폴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 4. 심판 |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최후의 심판」 5. 빛 |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아침해를 맞이하는 여인」 6. 그늘 |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신세계」 그림 찾아보기 인명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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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감만 여기저기 찍어 발라 놓은 평면이 아니다. 그 속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정신과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바깥에 드러난 모양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울러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이나 느낌을 찾아내고 전달받았을 때, 비로소 그림 감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려면 두말할 것 없이 그림이란 예술을 좋아해야 한다. 거기에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 하나의 작품 앞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 마음의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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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인간의 모든 것!
추락, 증인, 낙원, 심판, 빛. 그늘 여섯 개의 열쇠말로 풀어보는 그림 속 여섯 가지 인간상 그림에 보내는 연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또 대형 미술전시회가 앞 다퉈 열리면서, 유럽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된 명화를 감상하는 것은 이제 그리 드문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 도시 저 도시의 미술관을 등 떠밀리 듯 스쳐 지나왔다고 해서, 또 끊임없이 몰려드는 인파로 북적이는 어느 주말 전시회를 다녀왔다고 해서, 정말로 그림을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한 점의 그림이 머릿속에 남아 그 그림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지은이가 그림에 품은 애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더러는 눈에 익고, 더러는 생소한 여섯 점의 그림. 이 책은 그림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그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넘치는 애정으로 써내려 간, 그림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자, 그림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 이야기이다. 그림 속 삼라만상 ‘그림 속에 이처럼 많은 내용이 숨겨져 있다니!’ 책을 읽으면서 절로 새어나오는 감탄이다. 지은이의 말 대로 그림 속에는 “역사?신화?과학?사회?경제?자연?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림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그 덕에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는 지은이. 그에게 미술 공부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각성이었다. 이것은 또 더 나아가 인간 전체에 대한 깨달음이 될 수도 있다. 책의 첫머리에서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록 그 기준은 다르다 해도,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마음은 본능이기에 미를 바탕으로 하는 예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본능을 되찾으려고 할 때, 한 사람이 거두게 되는 삶의 의미는 더욱 값지다. 다만 그 문턱을 넘는 것이 어려워 예술과 자신을 잇는 끈을 미처 찾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서기만 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예술에서 만나게 되고, 더 나아가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__「들어가며」에서 하나의 그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 그림을 그린 화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화가가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 그 시대는 어떤 시대였는지 등의 갈래 이야기로 퍼져 나간다. 그뿐 아니라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화가의 그림들을 비롯하여 그림의 아주 작은 세부 하나 놓치지 않고 모래밭의 진주를 찾듯 차근차근 ‘정독’해가는 가운데 하나의 그림에 압축 저장된 놀라운 이야기와 마주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원고지 440매로 읽은 그림 한 점 496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두께를 가지고 있는데도, 주로 다루고 있는 그림은 단 여섯 점뿐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림 한 점에 할애된 원고지 분량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이다. 예를 들어, 지은이가 가장 정성을 들이고 가장 애정을 쏟은 그림인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신세계」를 위해서는 무려 원고지 440매를 썼다(전체 원고량을 그림 여섯 점으로 나누면 한 점 당 평균 230매를 썼음을 알 수 있다). 도판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림 한 점을 가지고 책 한 권은 족히 꾸밀 수 있었다는 뜻이다. 서점에 짤막한 인상 비평 위주의 그림 감상문은 넘쳐나지만, 이처럼 깊이 있는 그림 감상 책을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한다. 지은이는 미술사학자란 타이틀을 달지 않았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풍부하고도 깊이 있는 그림 읽기로 탄성을 자아낸다. 그림 감상의 첫발로서, 지은이는 독자에게 간곡한 부탁의 말을 전한다. 책을 읽기 전, 각 장이 시작하기 전에 아무런 설명 없이 배치해놓은 주제 그림을 단 1분이라도 편견 없이 바라봐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독자와 나누고픈 마음에 전하는 말이다. 누가 그렸는지, 언제 그렸는지, 무엇으로 그렸는지 같은, 사소하다면 사소하달 것들은 잠시 잊은 채. 그림이 소장된 미술관을 찾아 직접 그림을 바라보는 것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그림과 관객만이 온전히 존재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바로 그런 작은 순간에서 예술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고 더 큰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있으리라고 지은이는 믿고 있다. ◎ 인간을 보는 여섯 개의 눈 첫 번째 눈, 추락_인간의 한계를 보다 |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 북구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브뤼헐이 그린 유일한 신화 그림 「이카로스의 추락」.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오르려 했던 이카로스는 뜨거운 태양 빛에 날개가 녹아 결국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하지만 ‘이카로스의 추락’이란 제목이 없다면, 브뤼헐의 이 그림에서 이 신화와의 관련성을 쉬이 떠올릴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볼라 치면 화면 오른쪽에 막 바다 속으로 머리부터 빠져 미쳐 가라앉지 않은 한 쌍의 다리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바로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버린 이카로스다. 브뤼헐은 왜 이카로스를 다리만 그렸을까, 정작 주인공보다 훨씬 크게 가운데 자리 잡도록 그려진 농부는 누구일까, 멀리 보이는 도시는 어디일까 같은, 그림을 오래토록 보고 있으면 자연히 떠오르는 질문에 지은이는 하나하나 짚어가며 친절히 설명을 늘어놓는다. 놀라울 만큼 디테일이 가득한 이 그림을 차근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세계관이 눈에 잡힐 듯 구체성을 띠고 다가온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 빠진 두 다리의 비밀! 한 화가의 신화 읽기로 보는 당시의 세계관! 두 번째 눈, 증인_인간의 비밀을 보다 | 장 푸케의 「믈룅의 두 폭 그림」 장 푸케라는 화가의 이름도, 두 폭으로 이뤄진 이 제단화도 우리에게 그리 낯익지 않지만, 그림이 풍겨내는 묘한 매력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가 같을 뿐 서로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점의 그림이 실은 한 쌍으로 그려졌다는 사실부터 시작해서 1400년대 초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까지 수많은 비밀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면, 화가는 과연 역사의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점의 그림이 원래 한 쌍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림 속에 그려진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당시의 시대적 상황, 인물들 간의 암투까지 속속들이 밝혀놓은 글을 읽고 나면, 한 권의 역사책을 충실히 읽은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그림 속에 성모마리아로 그려진 샤를 7세의 정부 아녜스가 실은 독살당했고 그 범인은 누구인지에 관한 추리를 읽으면 이야기는 좀더 흥미진진해진다. 본래 성당의 제단화로 그려졌지만, 지은이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역사와 인물들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감추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화가는 역사의 증인! 제단화 속에 감춰진 역사의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 번째 눈, 낙원_인간의 두려움을 보다 | 폴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 이 책에 소개된 그림 중 독자에게 가장 낯이 익은 그림일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는 그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릴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주제였다. 심지어, 한 자화상에도 배경에 걸린 그림으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화면을 꽉 채우도록 가로 누운 한 여인의 그림을 그는 왜 그리도 여러 번 그렸을까? 그림을 들여다보노라면 뒤편에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 존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나오 투파파우’는 타히티어로 “죽음의 혼이 지켜본다/돌아온 혼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 검은색 인물이 바로 ‘죽음의 혼.’ 밝은 태양이 빛나는 남국의 타히티에서 고갱이 즐겨 그린 것은 이처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였다. 유럽 문명을 등지고 원시적인 자연과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세계를 찾아나선 고갱이었지만 그 세계에서 정작 그가 맞닥뜨린 것은 결국 죽음을 떠올리게 할 만큼 어려웠던 생활이었으므로.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 방황했던 고갱의 일생! 한 점의 작품으로 보는 삶의 질곡과 작품세계! 네 번째 눈, 심판_인간의 선악을 보다 |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최후의 심판」 ‘최후의 심판’은 기독교 예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제단화의 주제로 자주 다뤄졌다. 특히 이 주제가 유행한 것은 15,16세기의 일인데, 당시 유럽의 불안정한 정세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선호를 키웠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지은이가 주목하는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판 데르 베이던이 부르고뉴 공국의 수상 니콜라 롤랭의 주문을 받아 그린 것이다. 백년전쟁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 「최후의 심판」은, 시대적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매우 극적이고 강렬한 내세관을 보여준다. 정확하게 대칭의 구도를 취하고 있는 그림의 가운데에는 심판자 예수와 그를 대행하는 대천사가 섰다. 그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죄인들이, 오른쪽으로는 천국의 문으로 인도되는 선인들이 나뉘었다. 니콜라 롤랭이 세운 시립구제원의 기도실에 놓인 이 제단화를 보면서 병자들은 자신의 천사의 오른쪽에 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백년전쟁 당시 그려진 제단화에 고스란히 반영된 어지러운 사회심리와 당대의 종교관! 다섯 번째 눈, 빛_인간의 밝음을 보다 |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아침해를 맞이하는 여인」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적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그의 그림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 나온다. 화면의 반이 넘도록 붉은 빛이 가득한 하늘이 펼쳐져 있고, 눈길을 끄는 것이라고는 가운데 선 한 명의 사람, 그것도 뒷모습의 여인뿐인 이 그림을 보면서 지은이는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프리드리히는 특정한 시간대를 택해 그때의 하늘을 화폭에 담았지만, 그가 그린 빛은 그저 하늘을 채운 햇빛만은 아니다. 지은이는 하늘을 채운 주홍색 빛이 뒷모습만을 보여줄 뿐인 여인의 내면의 빛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림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얻은 깨달음과, 화가의 개인사에 대한 공부와, 오랫동안 쌓은 미술사적 지식을 버무려 자신의 추측을 굳게 다져 나가고, 결국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어두운 마음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을 찾아! 한 점의 작은 그림에 담긴 찬란한 내면의 빛! 여섯 번째 눈, 그늘_인간의 그늘을 보다 |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신세계」 티에폴로라는 이름은 들어본 듯하지만, 소개된 그림들이 영 익숙지 않다. 티에폴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화가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실은 그 둘이 부자지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낯섦이 쉽게 설명될 것이다. 지은이가 애정을 담뿍 가지고 바라보는 그림은 덜 유명한 아들,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신세계」이다. 도메니코 티에폴로는 같은 주제로 세 점의 그림을 남겼고, 이것만 보더라도 이 주제가 이 화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쉬이 짐작이 간다. 대표적으로 「치아니고의 신세계」를 보면, 길게 늘어선 인물들이 관객을 향해 뒤통수를 들이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환등기’, 혹은 저 바다 건너의 ‘내일’이다.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 주제의 반복을 보고, 지은이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 평생을 지냈던 아들의 그늘을 보고, 아버지의 밝은 빛 아래서 차마 드러나지 않았던 아들의 혁신성을 발견한다. 한 시대의 몰락과 새 시대의 시작. 어제의 그늘을 벗어나려 분투한 한 예술가의 분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