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하나. 이야기 속 이야기
소 눈 한 번 끔벅일 때 새들이 트는 둥지는 위험한 코뿔소들 고양이의 실수 가정과 나무 거울 벽 꿈과 먼 길 나사 빠진 사람 옛 페르시아 이야기 둘. 세상 거울에 비추며 이리와 그림자 위험한 비탈길 군중과 무리 떠도는 개인 벼룩실험 목발의 횡포 의자가 날뛰면 쥐의 슬기 추앙추의 게 그림 셋. 떠올리는 비유 연못과 개구리 해희와 새 편 손과 쥔 손 제 3의 눈 얼룩말의 줄 매여 있는 풍선 말향 고래 사라세니아 스컹크의 방귀 넷. 계절을 입에 문 채 새 천년 앞 정월 냇물은 오지 않는 봄 보리 익고 뻐꾸기 울고 가을을 보라 추석과 만남 대해에 모이는 파도 세월과 두레박 세월의 잎은 떨어져 무엇을 덮는가? 다섯. 세상 홍진 딛고 우주에서 띄우는 편지 스포츠와 꿈꾸기 갯돌과 피아노 아이들을 보며 축제와 환상 기둥과 부끄러움 두드리는 숲 타령 질화로 어항 날지 않는 연 여섯. 푸른 산 기리네 자장면과 양복 한 벌 새보다 못한 악의 쓰레기와 정직 불감증과 건망증 팽개친 절반 야생동물 뒤에는 그물망 속 아이들 사람 바로 세우기 끝나지 않는 잔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귀하 |
한무의 다른 상품
|
“생각하는 사람, 느끼는 사람,
아직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세상 물고 나는 작은 새》(시간의물레), 이 책은 저자가 옛 우화나 실화, 또는 뛰어난 문학 작품들을 끌어내 우리 현실에 중첩시킨다. 영화에서 쓰는 오버 랩 같다. 끌어내는 모양과, 덧붙이는 모양이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 누에고치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누에는 한을 토해내듯 백옥의 명주실을 뽑아내 고치를 만든다. 그것처럼 이 책도 저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실 뽑듯 글을 뽑아내 고치 만들 듯 만든 것이다. 고치 속에 들어간 번데기는 다시 나방이 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이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고치는 사람들 욕심으로 명주실로 풀어져 버리고 번데기는 입으로 들어가 버린다. 불과 열흘이나 보름을 견디면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는 나방이 되는데……. “세상은 변하나 삶의 어리석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잃어버린 삶의 본질을 아프게 되새긴다. 저자는 우리 삶이 변질되어 있고 그 흐름이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 지적이 격정의 목소리를 띄고 있으나 드러나지 않는 것은 문장이 기포처럼 마음 깊이에서 솟아오르는 탓이다. “이 풍진 세상에 누가 이 못난 글들을 읽겠는가?” 그러면서도 조금은 기대한다. “풍경이 홀로 처마 끝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 기대를 걸어 본다. 이 책이 엮이는 모양도 여느 책과는 다르다. 모두 한 그루의 나무를 닮았다. “글 내용은 여섯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한 문장이다. <이야기 속 이야기, 세상 거울에 비추며, 떠올리는 비유, 계절을 입에 문채, 세상 홍진 딛고, 푸른 산 기리네> 서툰 정형시가 아니라 이 글들의 흐름을 하나의 줄기로 표현한 것이다. ‘이야기 속 이야기’와 ‘세상 거울에 비추며’는 우화를 빌려 현재를 비추어 본 것이고 ‘떠올리는 비유’는 옛 짧은 말 속에 담긴 글들에서 우리 삶의 잘못을 생각해 본 것이다. ‘계절을 입에 문 채’는 해와 달, 계절의 변화를 보는 감회이고 세월에 거는 기대이다. ‘세상 홍진을 딛고’는 자연과 사물의 바탕을 다시 찾는 어떤 심성의 맑음을 담은 것이고 ‘푸른 산 기리네’는 지난 날, 어느 한 때의 잘못된 행태들을 지적한 것이다”(책머리에) 이 책은 참으로 간편하다. 순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 어느 쪽이든 무관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보아도 된다. 햇볕 드는 창가에 있을 때도, 마음 안에 안개 낀 비가 내릴 때도. 다만 이 세상 삶을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희망이며 용기라는 어휘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 앞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혼자서 먼 길을 갈 수 있는 사람, 느리지만 쉬지 않을 사람, 가끔은 풀잎 시든 강가에 있지만 땀과 인생을 사랑하고 세상을 존중하는 그런 사람”(꿈과 먼 길)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책은 소용된다. 저자는 책 제목에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세상사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 무겁고 어리석은 삶이지만 그걸 입에 물고 날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새인 줄 알면서도. 왜? 그래도 고개를 들면 푸른 산이 있는 세상이기도 하니까. 그러므로 희망하고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