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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하이에나를 죽여라
2020 창조의 시대 신 생존법
이원재
더난출판사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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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학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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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하이에나 시대’의 끄트머리에서

1. 불안한 대한민국, 위기의 한국경제
안전지대는 없다
거품시대의 불안증후군
선택적 기억이 만든 위험한 향수

2. 하이에나를 죽여라
하이에나의 딜레마
35년, 그리고 10년
_35년 : 하이에나의 성공 신화
_10년 : 위기에 빠진 신화, 그리고 불안
패러다임의 대전환
_하이에나와 사자의 다툼
_의무의 시대와 책임의 시대
_힘 vs. 상상력
_집단과 개인
코끼리와 벼룩
갈림길에 선 우리의 선택

3. 생존의 제1법칙 ‘창조적 발상’
‘카피’를 거부하라
10년 앞서 생각하라
최전선에 서라
‘재발견’의 아름다움
경제는 행복이 우선이다
소비는 투표다
시간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라
하이브리드 사고로 성공하라

4. 선택은 결과를 바꾼다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자

_에필로그_굿바이, 하이에나
_감사의 글

저자 소개 1

LAB2050의 대표이자 경제평론가다. 연구,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설파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이원재의 5분 경영학》, 《MIT MBA 강의노트》, 《소득의 미래》 등이 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중 유학을 떠나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에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귀국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 반 동안 소장을 지냈다. 이후 희망제작소 소장,
LAB2050의 대표이자 경제평론가다. 연구,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설파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이원재의 5분 경영학》, 《MIT MBA 강의노트》, 《소득의 미래》 등이 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중 유학을 떠나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에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귀국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 반 동안 소장을 지냈다. 이후 희망제작소 소장, 여시재 기획이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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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505g | 153*224*20mm
ISBN13
9788984054257

책 속으로


불안은 피로를 몰고 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안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풀기 시작한다. 당연히 사회가 각박해지고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동료와 친구와 이웃은 벌써 오래 전부터 경쟁자가 됐다.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익숙한 과거의 패러다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하이에나의 패러다임이다.(33p)

지금 대한민국은 거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집착에서 비롯됐다. 사랑에 대한 집착이 이상 행동을 불러오듯, 과거 패러다임에 대한 집착이 우리나라 경제에 이상 현상을 몰고 왔다. 여기서부터 거품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다.(42p)

불안에 떨다가 가치를 잃어버린 영혼은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기 쉽다. 판단력이 흐려진 영혼이 현재와 미래의 불안과 혼돈을 이기기 위해 익숙한 과거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영혼은 과거에 자신을 짓누르던 어둠들을 모두 잊고, 그저 익숙함만을 그리워한다. 위험한 향수다.(62p)

너무 큰 아픔을 겪어 헤어나지 못할 정도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이 족쇄가 되기도 한다. 과거는 한없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데, 현실은 초라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름다운 과거’가 선택적 기억의 결과라는 사실은 잊고 과거에만 집착하게 된다. 과거는 그리도 아름다웠는데 현재는 이처럼 초라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집착이다.(65p)

현재 한국 사회의 주요 포스트에는 여전히 계획과 모방을 지고지순의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창의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상상력을 경쟁력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세력이 점점 커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하이에나 패러다임과 사자 패러다임이 한바탕 전투를 벌일 태세다.(119p)

책임의 시대에 대부분의 결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에게 이제 정언명령으로서의 ‘의무’는 없다. 누구도 전지전능한 지위에서 ‘의무’를 하달할 권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은 단지 스스로 행한 타협과 약속과 그 과정에서 취한 이득에 대해 ‘책임’을 짊어지고 있을 뿐이다. 정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122p)

과거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는 경영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벅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은 권한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리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변동성은 예측 불가능할 정도이고, 투자자들은 집요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 뒤쫓아 오고 있다. 이러한 경영 환경에서 성공하려면 뭔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경영자들 사이에서 일기 시작한 것이다. (127p)

여기에 개인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북돋기 위한 조직문화의 구축도 필수적이다. 개인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자발적으로 꺼내 회사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머릿속에 지식을 계속해서 축적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비록 초라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과 정보가 언젠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138p)

창조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변했다.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임무는 뒤섞였다. 골키퍼가 골을 넣어야 할 때도 생겼다. 수비에 가담할 줄 아는 공격수가 더 칭찬을 받았다. 일터에서 성공하는 엄마가 늘어나고,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아빠도 많아졌다. 드롭십은 이제 수송선이 아니라 전투선이 됐다.(188p)

경제성장률은 국가의 행복을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지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돈도 개인의 행복을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지표가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경제성장률은 낮지만, 경제성장률에 대한 관심 역시 선진국일수록 낮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공이다. 성장은 성공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발전한 사회일수록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행복을 성공의 중요한 척도로 여긴다.(198p)

기업과의 줄다리기에서 소비자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기가 왔고, 이에 맞춰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209p)

중요한 것은 관리해서 마련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마련된 시간은 최대한 통합해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확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관리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218p)

삶은 다양해졌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육박하고 있는데 직장에 다니는 시간은 25년 남짓이다. 다른 삶을 준비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데 미리 시간을 투자해두지 않는다면, 갖고 있는 돈을 한 종목의 주식에 모두 투자해둔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220p)

지금 앞서가는 사람은 벽을 쌓는 사람이 아니라 벽을 허무는 사람이다. 엄마처럼 자상하고 가정적인 아빠와, 아빠처럼 사회생활에 열심인 엄마가 필요한 세상이다. 돈만 잘 버는 기업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기업이 존경받는 세상이고, 영리기업처럼 효율적으로 경영되는 자선기관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 더 많은 자선활동을 펼치게 되는 세상이다.(222p)

모든 고통의 목적지는 한 군데였다. 저위험 국가였다. 다시는 IMF 금융위기 같은 것은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제 사회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각자 스스로 위험을 짊어져야 하는 체제가 됐다. 대신 국가의 짐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졌다. 이게 바로 위기 극복 과정이었다.(239p)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고 모험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다. 모험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모험가가 딛고 설 수 있는 토양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모험가가 육성되지도 않는다. 모험가를 키우는 데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위험을 회피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자원을 투입하는 사회가 되어가려 한다.(241p)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의 하이에나, 한국경제의 하이에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_ 양인자 작사,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2미터가 넘는 몸길이, 70킬로그램에 이르는 몸무게. 수컷 표범은 홀로 아프리카의 초원을 배회한다. 사냥감인 영양 떼를 발견하면 소리 없이 무리로 다가간다. 그리고 무리의 가장자리에 있는 한 마리를 재빠르게 공격한다.
송곳니가 5센티미터나 되고 몸무게가 22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타고난 사냥꾼이자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 코끼리를 사냥하는 유일한 동물인 사자는 코끼리 떼를 발견하면 20여 마리가 흩어져 사냥감 무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러고는 주위가 산만한 새끼 코끼리를 목표로 삼는다. 목표가 정해지면 두 무리로 나뉘어 한 무리는 어미를 유인하고 다른 한 무리는 새끼 코끼리를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초원의 청소부’라는 불리는 하이에나의 생존 방식은 단순하다. 홀로 사냥하는 표범에게는 무리로 달려가 위협한 뒤 사냥감을 빼앗는다.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사자에게는 그들이 먹다 남긴 먹잇감을 얻는다. 하이에나는 때론 뛰어난 후각으로 직접 사냥을 하기도 한다.
하이에나에겐 누가 사냥을 했는지, 누가 싸움에서 이긴 건지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뿐. 하이에나에겐 승리를 위한 전투력이나 사냥감을 잘 찾아내는 예지력도 필요치 않다. 누가, 어디서 사냥감을 잡았는지 알아내는 정보력만 있으면 바로 그곳으로 달려간다.
대한민국이 계획경제 시대에 채택했던 전략이 바로 하이에나 전략이었다. 그 시대에 성공한 기업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하이에나 전략을 취했다.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시장에 가서 팔릴 만한 물건들을 보고 재빨리 모방해 싼값으로 내놓았다. 사람들 역시 남들이 개척한 길을 쉬지 않고 똑같이 따라 갔다. 그저 남들이 다 공부하는 내용을 열심히 외우고, 남들이 다 보는 시험을 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되었다. 남들 보기 좋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 취직하거나,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가가 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안도했다. 극소수의 엘리트들만 창조성을 발휘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시받은 일만 충실히 하면 되었다. 그렇게 국가 경제는 성장했고, 기업과 개인들의 소득은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배를 불렸다. 초원의 하이에나처럼.

불안의 연대와 안정에 대한 향수

저녁노을에 비치면 모든 것은 향수의 유혹적인 빛을 띠고
나타난다. 단두대까지도 그렇다. 이 세월이 실제보다 회상에서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지금 그는 확인했다.
_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IMF 때보다 더 힘들다.”
1997년 11월 21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단번에 박힌 이름, IMF. 당시 대한민국은 IMF에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 후 우리는 엄청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구조조정을 겪었고, 미처 따라가지 못해 허덕일 만큼의 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IMF 조기졸업이라는 상장을 받아든 지 불과 몇 년도 안 된 지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리는 얘기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배울 만큼 배운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힘들단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은 ‘자르지 않고 정년을 보장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꿈이란다. 대학생들은 ‘젊음과 패기, 낭만과 용기’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고 들어간 대학에서 바로 공기업과 공무원 입사시험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공기업이나 공무원들, 전문직 종사자들이 안전한 것도 아니다. 모두가 경쟁의 한복판에 서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불안이 계속해서 커지자 문제가 발생한다. 인생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오직 ‘안정’만이 인생 최대의 가치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과정에서 ‘가치’를 묻지 않는다. 집을 살 때 ‘편안함’의 가치는 없고 ‘가격’이라는 가치에 집착한다. 일자리를 구할 때는 ‘꿈의 실현’ 같은 가치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단지 ‘안정성’이란 가치에만 집착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거대한 절망의 연대가 형성되어 있다. “꿈과 희망을 가져봐도 돌아오는 것은 없고 삶이 불안정해지기만 하더라.”라는 공감대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들 사이에 번져 있다. 이들에게 미래는 희망보다는 불안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 불안은 내 아이만은 뒤처지지 않게 살게 하겠다는 부모의 간절한 열망을 담아 ‘과잉 조기 교육과 사교육’ 열풍을 불러왔고,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 거품’을 만들었다. 불안한 근로소득과 재산에 대한 집착은 한창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학생들까지 재테크에 열중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그 절망의 연대는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과거에 대한 대책 없는 향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절망의 연대를 보다 곤고히 하려는 사회 현상과 세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시 ‘안정성’을 되돌려주겠다는 거다. 박정희 신드롬은 이런 사람들의 절망을 씨앗으로 탄생했고 한없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말 인권도 없고 오로지 계획과 통제와 모방만 있는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박정희 신드롬의 이면에는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날 안전하게 지켜만다오’라는 욕구가 숨어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안정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욕구에 대해 저자는 묻는다. “국민소득 1천 달러 시대에 가능했던 경제성장이,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육박하는 지금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까?”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실험과 상상력이 억압당하는 그 시대로 정말 되돌아가고 싶습니까?”라고.

하이에나의 딜레마와 패러다임의 충돌

안전은 대부분의 경우 미신에 불과하다. 그것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모험에 뛰어드는 것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은 위험에 스스로 노출되는 행동보다 더 위험하다.
_ 헬렌 켈러, 사회사업가

지금 하이에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자와 표범은 점점 그 수가 줄고 초원에는 온갖 하이에나들만 넘쳐나는 형국이다. 이제 스스로 사냥을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가진 기술은 남의 먹잇감을 가로채거나 남이 먹다 남은 것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것밖에 모르는 하이에나인데 말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하이에나는 과거의 방식대로 계속해서 다른 동물들이 잡아놓고 도망쳐버린, 혹은 먹다가 버린 먹잇감을 찾아다니기만 할 것인가?
이제 하이에나도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코끼리에 짓밟힐 수도 있고, 얼룩말과 부딪쳐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바로 그 시점에 와 있다. 1962년부터 1997년까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적 사업은 하이에나 방식을 취하며 성장해왔다. 그런 경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사자가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과 혼돈의 시간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부터 10년간 그랬다. 우린 지금 하이에나의 딜레마를 뼈아프게 겪고 있다.
오늘날 한국 경제는 일본을 따라잡으며 모방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삼던 시대, 그리고 국가의 계획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앞에는 따라가야 할 모델들이 없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성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사고의 틀이다. 체계적인 철학이자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권력의 나침반 구실을 한다. 패러다임은 개인에게는 사람의 습관이기도 하다. 개인도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개인적 삶의 성패 여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을 이끄는 인생이 나침반이 되는 것도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발전의 어느 시기에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경쟁하게 된다. 한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균열이 일어날 때, 대안적 패러다임이 싹트기 시작한다. 사회 각 부문에서는 논쟁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기존에 옳다고 믿었던 가치가 흔들리고 새로운 가치가 등장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아 신뢰가 가지 않는 단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가치는 점점 정교해지고, 동시에 힘을 얻는다. 현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금씩 보강해주면서 옛 패러다임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이제 긴가민가하던 사람들도 차츰 새로운 패러다임에 신뢰의 눈길을 보낸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인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함께 과거의 ‘통제와 계획을 통한’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의 패러다임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었다. 더 이상 누구도 완전히 통제되지 않았고, 국가가 세우는 계획은 다른 주체들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았다.
이제 새롭게 등장한 패러다임은 ‘창조를 통한 성장’이다. 패러다임의 교체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오랜 갈등의 기간을 거쳐 폭발하듯 일어난다. 이미 새로운 경쟁력 패러다임이 싹을 틔우고 고개를 들고 있었지만, 기존 패러다임을 이미 체화하며 안주하고 있는 사회 각 부문의 저항은 엄청났다. 패러다임의 경쟁 기간은 이어졌고, 갈등은 점점 증폭되었으며, 여전히 많은 사회 부문에서 두 개의 패러다임은 경쟁중이다.
패러다임이 경쟁 상태일 때는 성장세는 주춤해지고 분배 상태는 악화되면서 모두가 불안에 떨게 된다. 삶의 중심 가치도 흔들린다. 패러다임의 균열과 교체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고통을 겪고 있다. 모든 불안과 위기감과 혼돈의 근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생존의 제1법칙은 창조성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해서 결코 그대로 따라하지는 마라.
당신만큼 효과적으로 당신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_ 노먼 빈센트 필, 미국 성직자.《믿는 만큼 이루어진다》의 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패러다임의 충돌을 혼돈으로 받아들이며, 불평하고 있을 때 먼저 사자가 되어 사냥의 무대로 달려 나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마치 세상이 변할 것을 미리 예측이나 한 듯 남들보다 훨씬 먼저 준비하고 앞서 달려가 있었다.
1980년대 초 당시 삼익악기 양궁선수단 감독이었던 현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는 생각에 잠긴다. ‘양궁이 늘 이렇게 재미없는 스포츠로만 남아 있을까?’ 그가 내린 결론은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이었다. 올림픽 때만 잠깐 국민의 관심을 끌던 스포츠였던 양궁. 당시 국제 양궁대회의 진행 방식은 복잡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한 선수가 72발씩 총 288발을 거리별로 쏘는 방식은 선수의 실력을 묻는 공정성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중은 그 지루함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당시 한국 양궁 지도자들은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승부 외에도 재미를 더해 경기 규칙이 바뀔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화살 한 발 한 발의 집중력과 위력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시작한다. 선수들은 양궁장 안에서만 훈련을 하지 않았다. 번지점프나 공수부대, 특전사 훈련장에서 체력 단련을 했고, 경륜장이나 경정장, 심지어는 야구장 등에서 수많은 관중의 함성 속에서 활을 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경기 운영 방식이 계속해서 변화되고 있음에도 한국 양궁은 1988년 이후 열린 다섯 번의 올림픽을 통틀어 전체 20개 금메달 가운데 13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 기록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남자 선수는 미국 활, 여자 선수는 일본 활을 주로 사용했으나 1996년 이후부터는 국내산 활만을 사용하게 하여 질 좋은 활 생산에 집중한 결과, 2000년 이후부터는 올림픽 대표선수 모두가 국산 활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활은 이제 국제 표준이 되었으며 국제 대회 16강 이상의 국가들의 거의 100퍼센트가 한국산 활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2007년 현재 미국 남녀 양궁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 세계 28개국의 양궁감독들이 모두 한국인이다. 앞서 생각한 사람들의 발상과 지속적인 실행이 세계 1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세계무대에 나오지 않는 기술을 먼저 시도하고 베끼기를 거부하며 ‘창조의 희열’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비보이가 있다. 비보이들은 안정적인 수입도, 번듯한 소속사도 없이 조그만 방에 보여 새로운 동작을 개발해내며 밤을 지새운다. 비록 브레이크 댄스가 국내에 도입된 역사는 짧지만 독창적인 춤을 만들어내면서 그들은 대한민국 1등, 세계 2등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남자들은 다 미쳐 있었다는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의 3개 종족 중 하나를 골라, 그 종족에 속한 군사와 무기를 이끌고 전투를 벌이는 컴퓨터 게임이다. 테란은 사람 종족이고, 저그는 괴물 종족이며, 프로토스는 외계인 종족이다. 이제는 명실 공히 ‘테란의 황제’로 불리는 임요환은 처음 게임에 나서면서 테란 종족 이용자가 겨우 수송기 정도로만 사용하던 드롭십을 과감하게 전투기로 바꾸어 승자가 되었다. 그는 기존의 수송기를 전투기로 재발견해 성공한 것이다. 이 외에도 IMF 금융 위기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우리의 전통 먹거리 청국장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고 대성공을 이룬 이원직 사장. 가전 생산업체에 불과했다가 세계 1위의 반도체 생산업체로 등극한 삼성전자 등 창조성을 발휘해 앞서 간 기업과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창조성은 반드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시장을 먼저 보는 혜안, 남들은 옛날 것이라 여기는 것의 재발견,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해서 움직이는 힘 등. 이 모든 게 창조에 해당된다.
위기는 늘 기회의 싹을 품고 있다. 위기는 본질적으로 기존 질서를 뒤흔든다.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나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때면, 새로운 질서에 맞는 새로운 성공 공식이 등장한다. 그 공식을 먼저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새로운 승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움직여서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그 승자의 자리에 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1997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혁명적으로 바뀌는 패러다임을 먼저 눈치 채고 그 방향으로 몸을 던진 사람들은 지금 성공의 대열에 올라 있다. 용기 있던 그들은 우리 사회의 선구자가 되었다. 성공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던 시기였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를 굳건하게 지배하고 있는 절망의 연대가 뿜어내는 절망의 사고방식, 즉 안정성 신화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분명히 보인다.
그럼에도 모두가 절망하는 시대,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 시대, 모두가 혼돈에 빠져 있는 시대, 희망을 가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스스로 희망을 구축해야 하고 그 희망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설사 몸을 던진다 해도 그 움직임을 지속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 더욱 단단한 ‘발상의 연대’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읽어야 할지 등, 일상적인 희망의 사고방식을 공유할 때가 되었다. 하이에나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희망의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말이다.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는, 삶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다.
_ 오프라 윈프리

한국 경제는 국가가 시장을 계획하고 통제하던 35년을 겪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계속되던 시기다. 그리고 10년 동안의 혹독한 불안을 겪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모든 질서가 무너지면서 모두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며 갈팡질팡하던 시기다.
이제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시대를 맞는다. 이 새로운 시대는 아직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계획 시대, 그 하이에나 시대의 패러다임을 다시 한 번 선택할 것인가? 고속도로와 수출액과 GDP성장률이 경제의 전부로 여겨지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창조의 시대 패러다임을 선택할 것인가? 건물이나 도로 대신 사람에 투자하는 경제, 수출금액보다는 일자리의 양과 질로 평가받는 경제, GDP성장률보다는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을 더 중시하는 경제를 선택할 것인가?
솔직히 되돌아보자. 대기업 위주의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대기업은 노동력이 싼 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는 그곳에서 창출된다. 우리의 수입도 늘지 않는다. 외국인이 대다수인 주주들에게 대기업의 이익 대부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1970년대, 80년대에는 하이에나 패러다임의 경제가 작동했지만,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국가는 사람에게 집중 투자해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며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이나 성장률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을 벌였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은 사람이 재기하도록,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은 하이에나 시대처럼 정해준 룰에 따라 안전한 곳만을 찾아 살아가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창조적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모험을 즐기는 인생에 투신해야 한다. 안정된 직업만을 쫓는 고시공부를 걷어치우고, 다시 벤처 창업에 도전하라. 속한 조직에서 뛰쳐나와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을 개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래야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경제가 살아난다. 감수한 위험만큼 이익을 돌려주는 게 제대로 된 시장경제의 모습이다. 새로운 시대 시장경제에서는, 창조와 모험을 즐기는 신인류에게 보상을 되돌려줄 것이다.
엄마처럼 자상하고 가정적인 아빠와, 아빠처럼 사회생활에 열심인 엄마가 필요한 세상이다. 돈만 잘 버는 기업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기업이 존경받는 세상이고, 영리기업처럼 효율적으로 경영되는 자선기관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 더 많은 자선활동을 펼치게 되는 세상이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기면서 한 가지 직업만으로 평생을 살 수 없는 세대다. 영역과 영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이끄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는 과거의 누적이고, 미래는 현재의 누적이다. 돌연변이나 기적은 현실에서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한 선택이 우리의 내일을 바꾼다. 오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라. 그리고 돌파하라. 그게 새로운 한국 경제 성장의 원리이고 생존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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