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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데이지들이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에요.”
아나드가 따지듯이 말했다. “시바가 그 뿌리로 약을 만들어 우리에게 팔잖아요. 로완 오빠의 코에 잘 듣는 그 약 말이에요.” 스트롱 존이 웃었다. “그 꽃가루 때문에 말라깽이 겁쟁이가 코를 줄줄 흘리고, 또 그 뿌리가 콧물을 멈추게 하는구나.” 스트롱 존이 로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 작은 식물이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또 치료도 하는 셈이구나. 정말 자연은 신비롭고 놀랍단 말이야.” - p. 87 그들은 모두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슬립데이지 꽃가루들이 로완의 얼굴로 날려 왔다. 로완은 재채기를 했고 벌써 그의 뺨 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로완은 다시는 슬립데이지 꽃들을 저주하지 않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슬립데이지는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행복하게 자라나는 야생화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기에 린 마을에서 죄다 뽑혀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산딸기는 자부심과 풍요로움의 원천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황금 계곡 마을 사람들도 저 산에서 의기양양하게 산딸기 열매를 한 움큼 따 가지고 내려왔을 때 아마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pp. 216~217 오그덴은 로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그덴은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온 평야가 모두 오그덴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 역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평생 동안 싸워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결코 이런 적과 맞서 싸운 적은 없었다. 그 순간 오그덴은 황금 계곡을 떠올렸다. 그렇지, 이와 비슷한 일이 있긴 있었지. 오그덴은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미처 잊고 있었다. 아주 먼 옛날, 이와 똑같은 적이 저 산 위에서 내려왔을 테지. 그때는 그 적이 승리를 거두었지. “그러나 이번엔 아닐 거야.” 오그덴이 액체를 쏟아 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그덴이 액체를 세 방을 떨어뜨리자, 발밑에 자라난 탐스럽고 향긋한 작은 식물들이 금세 축 늘어져 죽어 버렸다. “이번엔 코흘리개 소년이 너희들을 물리치고 말 거야.” - p. 228 “그 이야기는 바로 용기와 두려움, 전설과 진실, 수수께끼와 해답, 의심과 우정, 잃어버린 보물, 다시 찾은 또 다른 보물, 외부에서 온 무시무시한 적 그리고 내부의 적에 관한 이야기였어.” 로그덴이 웃음을 머금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코흘리개 말라깽이 겁쟁이 소년이었어. 그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왔고, 마을을 구할 때까지 결코 포기할 줄 몰랐던 용감한 영웅이었어.” - pp. 231~233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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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방랑자들이 온다’는 아이들의 외침과 함께 로완의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방랑자들의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지고, 진기한 볼거리와 흥겨운 노래로 린 마을이 떠들썩하게 달아오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주문에 걸린 듯 차례차례 죽음 같은 잠에 빠지면서 린 마을이 다시 위기에 처합니다. 그리고 다시 로완의 모험이 시작되지요. 『로완과 마법의 지도』에서 금지된 산으로 모험 여행을 다녀온 로완이, 이번에는 방랑자들과 함께 황금 계곡을 찾아 떠납니다. 첫 모험에서 로완은 무시무시한 모험을 용기 있게 이겨낸 진정한 영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평온한 린 마을의 일상으로 되돌아온 로완은 여전히 수줍음 많고 여린 벅샤지기 소년 모습 그대로입니다. 용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린 마을에서 왜 하필 가장 겁 많은 코흘리개 로완이 또 다시 모험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요? 2권에서는 그 대답이 곧 수수께끼의 열쇠가 됩니다. 로완의 모험은 흥미롭습니다. 린 마을의 위기에서 시작하여 수수께끼 같은 노랫말을 풀어나가며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특히 『로완과 황금 계곡의 비밀』은 방랑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화려한 색색의 연, 보석들로 가득한 찬란한 황금계곡 등 신비로운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여 흥미를 더합니다. 또한 빠른 사건 전개와 끊이지 않는 긴장감, 뜻밖의 놀라운 반전은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숨 가쁜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로완 이야기는 창의적이면서도 따뜻하고 교훈적입니다. 에밀리 로다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에밀리 로다도 할머니 이름이라고 해요. 어린이 책을 낼 때는 꼭 이 이름을 씁니다). 그래서인지 에밀리 로다의 모험 이야기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언제나 가족, 이웃, 자연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로완과 황금 계곡의 비밀』에서는 풍요의 상징인 산딸기 뿌리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단순한 흥미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교훈으로 이어집니다. 화려하고 달콤한 것도 좋지만, 보잘것없고 두드러지지 않아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걸 일깨워 줍니다. 또한 에밀리 로다는 슬립데이지를 통해, 화려한 영웅은 아니지만 세상 곳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하찮아 보이지만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에밀리 로다의 로완 시리즈는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총 다섯 권의 모험 시리즈이므로, 어느 권부터 읽기 시작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로완과 황금 계곡의 비밀』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산딸기는 『로완과 마법의 지도』의 모험과 아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또한 로완과 린 마을 사람들의 성격, 린 마을의 역사도 첫 번째 모험에서 자세하게 그려져 있으니 『로완과 마법의 지도』와 함께 읽으면 더 즐거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에밀리 로다의 여러 판타지 소설 중에서 로완 시리즈가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앞 다투어 번역·출간 중이며, 특히 이웃 일본에서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큰 인기를 얻어 시리즈 100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올렸다고 합니다. 북뱅크에서도 2권에 이어 5권까지 속속 출간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완 후속편을 손꼽아 기다려주신 독자들께도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네 살배기 우리 강현이도 성큼 자라나 엄마와 함께 로완 이야기를 읽게 될 날이 오겠지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마음 여리지만 용기 있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할 줄 알고, 자연을 소중하게 보듬을 줄 아는 로완처럼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이 책을 선사합니다. 3권에서는 수정 구슬을 구하기 위해 해변 마을 마리스로 모험 여행을 떠납니다. 로완에게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계속해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백일홍 흐드러진 2007년 여름 이덕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