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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가 낮게 드리운 계곡에 무리지어 핀 꽃무릇이 습기를 머금어 선홍색으로 보일 때에는 마음 한구석에 숨어있던 애잔한 기억들로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상사화처럼 잎이 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하는 꽃무릇은 연분홍색의 상사화와는 다르게 짙은 주홍빛을 띠고, 꽃잎과 꽃술은 가늘고 넓게 퍼져있습니다. 세속의 여인을 사랑했던 스님이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꽃을 절 마당에 심었다는 이야기와, 스님을 짝사랑하다 죽은 여인이 절마당에 꽃으로 피어났다고 하는 전설이 함께 전해내려 오고 있습니다.
--- 제1장, '선홍빛 꽃무릇 그리울 때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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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여행 에세이, 딱딱하지 않은 문화유산 답사기, 그리고 펜화!
보름 동안 50만 번의 선을 그으면 펜화 한 장이 탄생한다. 그 한 장을 위해 여러 차례 같은 장소를 방문하고, 오랫동안 앉아 수만 번의 선을 그어 그림을 만든다. 늦은 나이에 스스로 개척한 ‘펜화’는 그에게 있어 새로운 꿈이자 인생이다. 천 년의 세월을 견딘 우리 문화유산을 그가 그린 펜화를 통해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보고 마음속에 각인 시키는 것. 그것이 그가 펜화를 쉬 포기하지 않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수차례 펜화 작품전을 열었으며, <중앙일보> <주간조선>등에 ‘펜화로 보는 한국’을 연재한 김영택의 글과 작품을 한권으로 모았다. 저자 김영택은 펜화라는 다소 낯선 장르를 한국에 개척하고 지난 15여 년 동안 오직 펜화 작업에만 온 열정을 쏟은 국내 최고의 펜화가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전국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고 기록한 글과 펜화 작품 60여 점을 모은 것으로, ‘펜화’라는 독특한 장르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알 수 있는 지식 기행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 기존 여행 에세이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작품이다. ‘산, 물, 흙, 사람, 하늘’이라는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에세이 식으로 설명하고 있어 깊이 있는 지식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문화유산의 실제 사진과 정교한 펜화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으며 펜화의 세심함에 작품을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정교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문화를 개척한 저자의 삶도 글 곳곳에 묻어나 감동을 더하게 될 것이다. 세밀한 사실 묘사와 수묵화 같은 은은한 멋을 지닌 펜화의 진면목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전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며 저자가 느낀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해 줄 것이다. 가볍지 않은 여행 에세이, 딱딱하지 않은 문화유산 답사기, 그리고 펜화 작품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