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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yunseon@yes24.com)
『내 어머니의 책』은 조금 특별한 사모곡이다. 세월은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상 대부분의 자식이 부모가 곁을 떠난 뒤에서야 후회와 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 어머니의 책』은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이는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고, 너무 절절하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있어서라고 한다면 너무 평범한 이유일까.
1943년 <자유 프랑스지>에 연재되다가 10년 후쯤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인 알베르 코엔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한 잡지의 인터뷰에서 알베르 코엔은 자신의 약혼자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기 위해 책을 출판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구성되어 있지 않고 감정에 의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며, 어머니와 보냈던 시간을 추억해내는 일종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저자와 어머니를 특별하게 해주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들이 당시 박해의 대상이었던 유태인이라는 사실과, 당시의 프랑스는 안팎으로 경제위기, 인종차별 등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은 두 모자 사이를 더 긴밀하게 연결해주는 배경이 된다. 알베르 코엔이 부모와 자신이 태어났던 그리스를 떠나 프랑스에 정착한 것은 다섯 살 때였다. 낯선 나라에 와서 인간 관계에 대한 서투름으로 사회적으로 늘 외로웠던 어머니에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마저 자라 다른 도시로 가서 대학을 다니고 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와 보낼 시간이 점점 없어지게 된다. 여자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번번히 어머니를 기다리게 하는 등 어머니에게 잘못했던 일과 어머니의 변함없는 사랑에 대한 기억이 절절하게 쓰여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유태인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던 1943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아들을 그리다 세상을 떠났다. 마르세유에서 약 2000명의 유태인이 가스실에서 학살되기 2주 전이었다고 한다. 이때 저자는 영국 런던에 있었다. 세상 마지막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사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유일한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어머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그러나 “숭고한 사랑이란 이렇게나 시시하고 하찮은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저자의 진심어린 충고를 우리는 한 번쯤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직 어머니가 살아 있는 아들들이여. 당신들의 어머니도 어느 날 죽으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당신 중의 한 사람이라도 내 죽음의 노래를 읽고 나서, 나와 내 어머니로 인하여, 어느 날 저녁 자신의 어머니에게 좀더 다정하게 대한다면 이 글은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 당신의 어머니를 다정하게 대하라. 내가 내 어머니를 사랑한 것보다 더 당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라.” 알베르 코엔은 「영주의 연인」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이며 『내 어머니의 책』은 프랑스 대학입시 시험문제에 해마다 출제될 만큼 청소년들을 위한 필독서로 꼽히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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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요일에는 어머니와 나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옷차림에 모양을 냈는데, 지금 생각하면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그 옛날 순진한 우리 두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잘 차려 입었어도 아무도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고,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남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정성들인 옷차림을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어린 왕자 같은 복장에 계집애 같은 얼굴을 하고는, 남들이 놀리는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몹시 좋아했다. 그녀는 평민 여인의 옷을 입고 코르셋으로 바짝 몸을 조인 시바의 여왕이었는데, 그 호사스러움에 감격해서 약간 얼이 빠져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그녀의 길다란 검은 레이스 장갑, 여러 가지 주름장식으로 부풀린 벌집과 흡사한 모양의 블라우스, 모자에 드리워진 베일, 깃털로 장식한 모피 목도리, 손에 든 부채, 그리고 허리가 잘록한 긴 치마 등인데, 치마를 손으로 살짝 받쳐들면 그 밑자락으로 진주빛 단추들이 달려 있는 반장화가 드러나고, 장화의 가운데는 금속으로 만든 작고 동그란 고리가 붙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일요일 나들이 옷차림은 상류층 저택의 오후 공연에 출연할 통속 가수들과 다름없고, 다만 손에 악보뭉치를 들고 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마침내, 바다 바람의 습기로 낡아빠진 카지노 맞은 편 '해변' 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점잔을 빼면서, 설레이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녹색 테이블 앞의 철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오카스쿠르트'라는 조그만 스낵식당의 웨이터에게 소심한 표정으로 맥주 한 병과 접시와 포크를 갖다 달라고 부탁한 다음, 그의 호감을 사기 위해 푸른 올리브 몇개를 주문했다. 웨이터가 물러가자, 즉 곤란한 순간이 지나가자, 그녀와 나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만족한 미소를 교환했다. 그리고 그녀는 보자기에 싼 먹을 것을 꺼내 나에게 내밀면서 혹시 다른 손님들이 우리를 보고 있지는 않는지 약간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은 근동지방의 일품요리인 시금치를 곁들인 완자, 치즈파이, 어란젓, 코렝트 건포도 빵, 그리고 여러 가지 맛있는 것들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약간 빳빳하게 풀을 먹인 냅킨은 전날 밤 정성스럽게 다림질해서 준비해둔 것이었는데, 그녀가 "루치아 디 라메르무르"를 콧노래로 부르면서 다림질할 때 느꼈던 그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은 내일 아들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간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 pp 5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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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환자인 내 어머니는 항상 자동차를 무서워했고 자동차에 치일까 무서워서 (---중략---) 그녀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되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돌진하다시피 길을 건넜고, 몹시 겁을 내면서도 나의 지혜와 능력을 믿었고, 보호자인 아들만 있으면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 pp 75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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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있기만 한다면, 나는 온 세상 사람들과 떨어져서 살 수도 있었다. 그녀는 나를 판단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제는 책을 쓰지 못할 것이라거나, 혹은 늙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아들"이라고, 그녀는 마음속 가득한 믿음으로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서 받은 선함을 눈 속에 담고, 공간과 침묵을 넘어, 이 동일한 믿음의 증거를 당신에게 건네며 조용히 말한다. -엄마라고.
--- pp 123~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