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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레나의 하늘 스케치 43
황연숙 글,사진
부표 200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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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당신의 의견은 소중합니다/ 이현령비현령/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No exit!!!/ The bigger, the better/ 브리핑 공포증/ 내가 살아야 모두 산다/ 그녀보다 예쁜 그들

2장 내 인생의 모티브는 안전운항
안전, 깐깐해야 합니다!/ 친절, 미의 트레이드 마크/ 뉴요커의 자존심을 건드리다/ Magic words, 마술을 부른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다/ 우리도 같은 사람입니다/ 인생의 전성기는 바로 오늘/ 일반석 증후군/ 넘버 3/ 허영공화국/ Live and learn

부 록 - 레나의 기내에서 자신있는 영어 한마디

3장 서른일곱, 잔치는 계속된다
나를 가꾸면 행복하다 1 - 타고난 몸은 없다/ 나를 가꾸면 행복하다 2 - 두 시간의 비밀/ 내 아이를 망치는 최고의 방법/ 난 오늘도 평범을 소망한다/ 장보러 비행/ 파리지엔, 더 이상 꿈꾸지 않는다/ 하늘 길에서 낭만을 낚는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여우와 신포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서른일곱, 잔치는 계속된다

4장 하늘 높이 다시 한 번
9.11 이후, 대인 기피증에 걸리다/ 세계는 지금/ 블루오션을 꿈꾸며/ 살며 배우며 사랑하며/ 인생기어, 후진은 없다/ 제 사랑 제가 진다/ 함께 산다는 것은 함께 인내하는 것/ Bon appetit!/ 로스터 데이/ Shine like a star/ 인생의 주어진 의무는 행복뿐이다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황연숙 (Lena Hwang)
아주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2년 졸업과 동시에 세계적인 캐세이 퍼시픽 항공사 입사. 현재까지 15,000시간이 넘는 운항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일에서뿐만 아니라 세 아이의 엄마, 한국어 강의, 저서 활동 등 각 분야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도전을 아끼지 않는 무한한 열정을 가진 그녀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다. 저서로는 [캐세이 퍼시픽의 아름다운 프로 레나]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520g | 153*224*20mm
ISBN13
9788992824019

책 속으로

이륙 후, 14,000 피트를 지나며 “딩!”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 사인이 깜박인다. 일어나 일하라는 신호다. L1에 있는 사무장이 건너편에 있는 내게 손짓한다. 조금만 더 앉아 있어. Slowly.
SP가 메뉴 카드를 나눠주고 갤리로 올 때쯤 일어난다. 메인 코스가 들어있는 오븐을 작동시킨다. 건조오븐이라 MED 20분에 맞춘다. 빵은 12분. 칵테일 트롤리 위로 위스키, 진, 보드카 등의 알코올과 주스, 탄산음료, 믹서-소다워터나 토닉워터 같은- 등이 와인 글래스, 샴페인 플루트, 텀블러들과 함께 준비된다. 미리 데운 아몬드를 SUT에 잘 배열한 후 트롤리에 올려놓는다. 승객 이름 리스트를 앞에 붙이고, Are you ready? 하고 앞서가는 SP와 함께 캐빈으로 나가는 J1과 J2. 곧 J1은 돌아온다. 한 트롤리에 세 명이 매달려 있는 건 안 그래도 좀 우습지.
--- pp.50-51

수많은 항목으로 분류되는 공항 이용료 가운데 착륙료라는 게 있다. 항공기가 활주로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다. 100톤이나 되는 연료를 다 소비하고도 B747의 경우, 300톤이나 된다. 아무리 부드럽게 안착한다하더라도 그 무게의 동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활주로 면은 패이고 깎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무거운 점보일수록 착륙료가 비싸다. 사람들의 문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결과가 큰 문제일수록 수습하기에 벅찬 법이다. 작은 실수로 멀리 돌아가야 하는 두 사람. 결국 힘들게 값을 치러 안타깝지만 오늘,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 p.76

아시아 각국에 한류가 시작되기 전에도 수많은 연예인들과 만났다. 93년 초,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한 강수연 씨의 모습은 십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당시 주니어였던 나는 이코노미 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SP의 배려(?)로 일등석까지 가서 그녀의 잠든 모습을 넋 나간 듯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예뻤다. 너무 예뻤다. 다른 나라 크루들도 잠든 그녀의 얼굴이 조각 같다고 난리 법석을 떨었을 정도로. 그 비행엔 미스 필리핀 출신의 크루도 있었지만 강수연 씨의 얼굴을 보며 감탄을 했었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홍콩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소위 셀러브리티(Celebrity)라고 하는 스타들과의 랑데부가 잦다. 하늘 위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체류할 때 호텔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정치, 사회, 종교계의 유명인들도 마찬가지다. 외계인처럼 아름답고 멋있는 그들을 서브하는 것은 일탈과도 같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들을 대할 때의 감정이 일반 승객들과 똑같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그들이 내 앞에 앉아 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마는 예전처럼 황홀경에 빠지지는 않는다. 십여 년 전에 주윤발에게 사인을 너무 많이 받다가 보디가드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주윤발을 제외하곤 사인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pp.108~109

창밖으로 깜깜한 땅 위를 달리는 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 많은 차들이 공항으로 오는가 보다. 그리운 사람을 마중 나오는 길, 얼마나 설렐까? 출장에서 오는 아빠를,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친구를,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하는 자식을 반기러 오는 사람들이 하얀 불빛으로 달리고 있다.
지금 저들 중 누군가도 하강하는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양쪽 날개와 꼬리에 불빛을 단 하늘 새처럼 둥지를 향해 내려앉는 우리를 보며 상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저 비행기에 보고 싶은 아빠가, 친구가, 자식이 타고 있지는 않을까? 날개 끝의 적색 등, 녹색 등 그리고 항공기 동체 끝의 백색 등은 땅 위에서 올려다보면 빨간 별, 초록 별 그리고 하얀 별 같을 테다.
--- pp.179~180

쿵! 이이잉!
겨우 잠이든지 5분이나 됐을까? 순간 몸이 붕, 하고 떠오르다 안전벨트에 걸려 떨어진다. 10미터 높이의 낭떠러지에서 낙하하는 기분으로. 안전벨트를 조이고 누워 천만 다행이다. 잠이 깬 여덟 명 모두 숨죽이고 안전벨트를 바짝 조인다.
“Cabin crew, be seated right away.”
기장의 다급한 지시 후로도 기체가 무섭게 흔들린다. 클리어 에어 터뷸런스(Clear air turbulence; 청천 난기류). 옛날에는 에어 포켓(Air pocket)이라고 부르던 난기류다. 사력을 다하는 엔진 소리가 둔탁한 두려움이 되어 가슴을 쿵쿵 친다. 손톱자국이 진하게 파일 정도로 안전벨트를 부여잡는다.
캐빈은 지금 어떨까, 라는 생각은 한참 후에야 떠오른다. 청정 고도로 순항하다가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았을 캐빈의 동료들도 기체의 흔들림이 완전히 멎은 후에야 생각난다. 뇌신경을 장악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집에 두고 온, 지금쯤 깊은 잠에 들어있을 세 아이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에 실려 지나간다. 사랑해, 얘들아. 아주 많이.
--- p.232

“아니, 한두 가지가 아니라니까. 비행기 탈 때부터 자리를 묻는 데 쏼라 쏼라, 하면서 영어 못한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땅콩 좀 더 달라는 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하냐고요. 그리고 제일 기분 나쁜 건 기껏 밥 달라고 했더니 국수 밖에 없다면서 미안하다고도 안하고. 밀가루 음식 못 먹는다는 데 굳이 국수를 먹으라고 하고. 도저히 입맛이 안 맞아 빵 하나 더 달라는 데 갖다 주지도 않고, 쟤네들이 날 무시하잖아. 지들이 뭐 그리 잘났다고.”
밀가루 음식을 못 드신다는 분이 빵을 더 안 줘서 화가 나셨다는 것도 들어드려야 한다.
“아, 그러셨군요. 저희 크루들이 섭섭하게 해 드렸군요.”
이제 본격적인 신세 한탄이 시작될 거다. 분명히.

--- p.250

출판사 리뷰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내 이름은 레나, 캐세이 퍼시픽의 스튜어디스다. 지금은 베테랑이라 불리지만 나에게도 처음이란 게 있었다. 돌이켜보면 실수와 그에 대한 변명만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누군가가 내 미숙함을 참아주지 않았으면 지금의 내가 있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에 없다는 건 아직도 그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서툴고 느린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테지만 그 자신의 처음을 뒤돌아보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암담해하는 나를 잘 참아준 사람에게 감사한다. 그 사람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이 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주려 한다.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그들에게…….

내 인생의 모티브는 안전운항
항공용어 중에 오프로드는 게이트를 한번 떠난 비행기가 안전상의 이유로 이륙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한 번 오프로드가 되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착륙료를 제외한 공항 사용료 대부분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며, 이때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나간다.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가 마찬가지다. 큰 문제일수록 결과를 수습하기 벅찬 법이다. 힘들게 값을 치를지라도 더 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서른일곱, 잔치는 계속된다
한밤중에 조종석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상상이 되겠지만, 그곳은 정말 아늑하다. 계기반과 제어반에는 은은한 조명등이 들어오고 커다란 유리창 너머에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다. 멀리 등대가 반짝이는 모습이 별과 겹쳐질 때면 오페라를 듣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이런 나의 일을 사랑한다. 기내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지금부터 만나게 될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같이 일하는 모든 동료들을 사랑하며, 이런 나를 지금껏 지켜준 가족들을 사랑한다. 나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킬 것이며 이 일로 인해 만나게 되는 모든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늘 높이 다시 한 번
하늘로 떠나는 일은 여전히 신비스럽다. 하늘은 늘 한 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참으로 멋진 공간이다. 때로는 어설프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찾아가도 늘 만족스러운 방점을 선물해 주는 진정한 프로다. 지난 15년간 한결같고 정직한 이 하늘로 떠나며 행복해했다. 그 행복은 잠시 가족들을 떠나는 미안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헤르만 헤세가 남긴 “인생의 주어진 의무는 행복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의무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이웃에게 그 행복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인생의 끝이 올 때까지 내 행복을 나누어 주는 자리에서 태만하지 않기를 함께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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