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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고자행님 -상현이 -아이들 말 -학급 평화회의 -참나무야 대나무야 옻나무야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지각 -어른 노릇 -콘돔 사건 -특별 상담 -정수 -이제 지리 시간도 싫어질 것 같다 -백일장 2부 몸으로 붙잡은 말 - 시 쓰기 -어떤 시가 좋은 시일까? -몸으로 붙잡은 빛나는 말 -자연을 느끼는 감성 -선생님 관찰 기록 -가난한 이웃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불평 -미안한 마음 3부 니 이야기를 붙잡아라 - 자라온 이야기 쓰기 -아이들 글에는 아이들 삶이 담겨야 -자라온 이야기 쓰기 -손바닥소설 쓰기 -글을 쓰면서 마음이 자란다 -이야기하기 교육 후기 - 젊은 국어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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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행님
정철의 관동별곡을 공부하는데 기홍이가 시무룩하다. “기홍이 너 오늘 무슨 일 있나?” “샘, 오늘 기홍이 억수로 공깄는데요.” “그랬나, 어느 선생님한테 야단맞았노?” “날개 샘한테요.” “맞았나?” “맞지는 안 했는데 언어폭력 당했는데요.” “무슨 말 들었는데?” “니 물 나오나 이런 말도 듣고…….” “그래, 날개가 무슨 뜻인데?” “날마다 개지랄한다.” “내 궁금한 게 있는데, 내 별명은 머꼬?” “고자행님” 기홍이도 같이 웃었다. --- p. 9 영민이와 상훈이는 앞치마를 두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따고, 나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손에 닿는 감을 땄다. 부지런히 땄다. 애들도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에 신이 났다. “선생님.” “왜?” “특별 상담은 언제 해요?” “벌써 다했는데.” “언제요?” “아까 감 딸 때” “예에?” “그때 감이랑 특별 상담 한 거였는데.” 모두 웃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뒤에 앉은 상훈이랑 영민이는 떠들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 p.68 아이들 시가 참된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인지, 어른들 시를 흉내 내는 글쓰기 훈련에서 나온 글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글을 읽고 글 속에 담긴 아이의 진실이 무엇인가 읽어 줄 수 있어야 한다. --- p. 125 웃을 권리 야자 시간 10분 남겨 놓고 내 짝이 장난을 쳤다. 터져 나오는 웃음 “어이, 거기 애들 나온나.” 딱! 딱! 종아리에 빨간 줄만 남아 있다. 우리는 웃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다. --- p.205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들어 간다. 친구를 따돌리거나 따돌림당했던 이야기, 선배나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맞으면서 힘들게 지낸 이야기, 엄마가 집을 나가고 동생들 돌보며 지낸 이야기,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당한 억울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아이들 이야기 대부분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조심스레 꺼내 보인 글들이다. --- p.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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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국어 시간에 뭘 하고 있을까? 밑줄 긋고, 문제 풀고, 외우고를 끝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6년 동안 국어 공부를 했지만 자기소개글 하나 변변히 쓰지도 못하고, 온 국민이 ‘글쓰기’ 공포에 걸려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말은 배웠으나 말할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여기, 고등학생 아이들이 시를 쓰는 교실이 있다. 동무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자라온 이야기를 쓰는 국어 시간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교실이라야 살아 있는 글이 나온다. 말길이 트여야 글길도 열리는 법이다.” 구자행 선생의 글쓰기는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교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교실, 동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귀 기울여 들어 주고,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 준다. 지각하고 결석하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대신 함께 시골에 가서 감 따고 삼겹살 구워 먹으며 몸으로 만난다. 여름방학에는 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에도 간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면서 이제 지리 시간도 싫어질 것 같다고 하던 아이들이 또 언제 가냐고 조른다. 구 선생이 하루는 아이들과 같이 교실 청소하다 콘돔 하나를 줍는다. 구 선생이 누구 거냐고 묻자, 한 아이가 지갑에서 콘돔을 꺼내 들고는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했다고 대꾸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구자행 선생은 다음 해 스승의 날 선물로 콘돔을 선물받는다. 아이들도 교사도 거리낄 게 없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무가 된 것이다. 마음껏 웃을 수도 없는 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 답답하고 억울한 이야기를 구자행 샘 국어 시간에 풀어 놓기 시작한다. 공부에 지친 고단한 마음도, 힘든 집안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말문이 트이면 글은 쉽게 쓸 수 있다. 머리로 글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 목소리로 정직하게 쓰는 것, 이것이 구 선생이 말하는 글쓰기 철학이다.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제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키운다. 그리고 자기와 똑같이 귀한 동무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된다. 힘든 동무 이야기에 눈물 흘리고, 손뼉 쳐 주면서 함께 살아간다. 입시 공부로 경쟁만 하던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진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교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길 꿈꾸는 교사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