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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강유한
질곡 같은 현대사를 겪은 40대!
겪은 시대의 의미를 고통스럽게 되돌아보면서 쓴 글이 <리턴1979>다.
이 글은 우리 민족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소태처럼 쓰고 메케한 최루탄 연기 같은 그런 담배 맛이 1979년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31g | 153*224*20mm
ISBN13
9788961220507

책 속으로

총성 한 번에 가슴이 철렁거리는 아픔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이윽고 총성이 멎고 또 한참이 흘렀다.
팀원들이 더욱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며 입술을 태우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정글 속이 흔들리며 1조원들이 속속 모습을 보였다.
얼굴 가득 피로감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눈만은 형형한 안광을 뿜어냈다. 팀원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리는 동안 안성민 팀장은 나타나는 조원의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여덟.”
숫자 세기는 거기서 멈추었다. 아무리 눈을 부라려도 더 이상 팀원이 보이질 않았다.
1조장 정원석이 다가와 말했다.
“반군의 공격이 격렬해 불가피하게 2명이 당했습니다. 1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다른 1명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거동이 불가능해 놓고 왔습니다.”
“업고라도 와야지.”
발악적으로 추궁하는 안성민 팀장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머뭇거리던 정원석이 힘겹게 대답했다.
“본인이 원했습니다. 어차피 살기 힘들 바엔 반군을 조금이라도 막겠다는 말을 전해 달랍니다. 그의 신념을 존중했습니다.”
“휴우!”
더 이상 추궁하지 못하는 안성민 팀장이었다. 자신이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비슷한 선택을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냉철해야 했다. 사소한 정에 휩싸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날엔 바로 팀원과 박영선 일가의 몰살이었다. 가슴이 아파도 차갑게 움직여야 하는 숙명이 지휘관이었다.
“이봐 김종무! 박영선 씨의 상태는 어때?”
“지금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놀랍다면 놀랍습니다. 저게 모정이겠지요. 아마 10분 정도 있으면 출발이 가능할 겁니다.”
김종무의 대답을 들은 안성민 팀장이 잔류하고 있는 염익선을 불렀다.
“나 안성민 팀장이다. 들리는가?”
“잘 들립니다.”
유쾌하게 대답하는 염익선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일어났다. 이를 악물고 지시를 내리는 안성민 팀장은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다. 죽음을 명령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하는 자신이 못 견디게 미웠다.
“최소한 10분을 버틸 수 있는가?”
“10분 아니라 한 시간도 버틸 수 있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좋다, 저승에서 보자.”
“저승에는 나중에 오십시오. 제 무덤에 담배 하나, 막걸리 한 사발 꼭 부탁합니다.”
반농담조의 말에 바로 대답하는 안성민 팀장이다.
“약속한다. 그리고…….”
목이 메어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던 안성민 팀장이 외치듯 소리쳤다.
“저승에서 보자. 이상!”
더 이상 목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던 안성민 팀장이 무전기를 끄고 고개를 숙였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온몸을 사정없이 눌렀다.
고개를 돌리자 팀원 대부분이 복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몸을 돌린 모습이 보였다. 밀림 위의 하늘은 여전히 무심했다.

투투투!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총구에 밤을 밝히는 화염이 선명하게 비쳤다. 좌측 풀숲에 정확히 날아간 총탄은 곧 비명 소리와 함께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를 만들었다.
“들켰다. 모두 피해라. 컥!”
“크악!”
요란한 비명 소리와 사람들 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지더니 금방 조용해졌다.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른다. 또한 몇 명이 도망갔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미 그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연발 사격을 마친 그는 고통스러움을 억지로 참으며 몸을 굴려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가 다른 엄폐물 뒤로 숨자마자 방금 전 그가 있던 자리에 총탄이 쏟아졌다. 땅과 풀이 들썩이며 깊이 패여 갔다.
저격병들이 발사한 복수의 총탄이었다.
“백날 쏴 봐라.”
피식 미소를 지은 염익선은 점점 힘들어져 가는 몸 상태가 아쉬웠다. 심한 출혈로 벌써부터 심한 현기증이 일었다.
시선이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아직은 쓰러질 시간이 아니다. 아직 퍼부어야 할 실탄이 너무 많았다.
염익선은 최소한 가진 실탄이 바닥날 때까진 버텨 볼 요량이었다. 그래야 눈을 감아도 후회가 없을 거 같은 강인한 의지가 밀려왔다. 죽고 사는 건 이미 잊었다. 오로지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졌다는 행복감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후로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발악적인 반군의 공격을 올곧이 홀로 M60 기관총 하나에 인생을 걸고 막아 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자신이 누군지도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기관총탄을 반군에게 퍼부었다.
철컥!
마지막 실탄을 쏜 M60 기관총은 공허한 소리를 내며 빈 탄창을 호소했다.
“다 쐈나.”
피식 웃음을 지은 염익선이다. 반군들도 무언가 눈치를 챈 듯이 빠르게 움직였다.
“저놈이 실탄이 없다. 돌격하라.”
에르네스토 토레스 반군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저리를 치던 반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염익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가 싶더니 슬며시 수류탄 두 개의 안전핀을 뽑았다.
“아직 하나가 남았거든. 후후!”
저승사자의 미소가 이러할까!
마지막 힘을 모아 수류탄을 연달아 던지곤 빠르게 현 위치에서 벗어낫다.
콰앙~ 쾅!
폭음과 비명이 거의 동시에 염익선의 귓전에 당도했다. 씩 웃음을 짓는 치아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저승길 친구를 많이 구했으니 이제 내가 갈 차례인가.”
쓸쓸한 독백을 늘어놓은 염익선은 격렬한 흡연 욕구를 느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감출 이유가 없었다.
염익선은 헐떡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마지막 소원이었던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물린 담배는 이미 피에 범벅이 되어 있었고 손도 이미 하얀 부분을 찾아볼 수 없게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꺼내 켰다. 환한 불빛이 비추더니만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피에 젖은 담배는 쉽사리 불이 붙지 않았다. 몇 번을 뻐끔거리려서야 겨우 담배 연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생애 마지막에 피는 담배는 너무도 구수하고 좋았다. 담배 연기를 내뿜는 순간 그가 가졌던 모든 고통과 좌절, 절망이 모두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두 모금째를 빠는 순간, 그의 후두부를 강타하는 총탄이 있었다.
퍽!
단 한 방에 그의 뇌수는 박살이 났고, 그는 의식을 잃은 후 바로 즉사했다. 그에게 허락된 담배는 딱 한 모금이었다. 저격병의 복수는 그 작은 행복도 순식간에 앗아 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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