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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씨의 경우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 초콜릿 친구 사랑에 지친 때 여 수(旅愁) 신과의 약속 행 복 광대 김선생 장 마 노파와 고양이 신화(神話)의 단애(斷崖)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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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인 한말숙이 2007년 등단 50주년을 맞아 정리한 자선 대표소설선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는 1957년의 등단작 「신화(神話)의 단애(斷崖)」부터 2005년 발표작 「이준씨의 경우」까지 50년 문단생활의 알찬 결실이라 할 총 11편의 대표작을 수록했다. 요즘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평이하면서도 격조있는 문장, 생활 속의 작은 소재를 드라마틱한 전개로 이끌어내는 남다른 소설적 솜씨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한말숙의 작품세계는 일찍이 1960년대부터 해외에 소개되어, 단편 「장마」는 1964년 뉴욕 밴텀 북스 출판사 간행 ‘세계단편명작선’(김동성 옮김)에 수록되고, 「행복」(백낙청 옮김)은 1968년 미국 씨애틀의 문화방송 KDAR에서 낭독되기도 했다. 이 책에 수록된 11작품을 저본으로 한 영어판 대표단편선집이 2008년말 출간될 예정이다.
1957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등단작 「신화의 단애」는 한국전쟁 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방황을 세련되게 그려낸 수작으로, 발표 당시 소설가 김동리와 문학평론가 이어령 간에 실존성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파괴된 전후의 막막한 상황에서 미술학도 진영이 댄스홀을 전전하며 하룻밤의 상대를 구해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화가에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 그 한켠에서 쫓고 쫓기는 병역기피자와 형사의 에피소드는 지금 읽어도 생생한 실감을 전해준다. 단벌 옷가지와 수저 두 벌로 시작한 신접살림을 침범한 폭우와 맨몸으로 맞서는 극적인 상황을 그린 「장마」는 자연주의적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이며, 중산층 가정의 일상에서 소외된 노파의 신경증을 그린 「노파와 고양이」는 존재의 조건과 인간성을 탐구하는 이 작가의 작품세계의 다양한 변주에 속한다. 세속의 욕망과 예술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들을 그린 작품들은 천부적 재능을 지녔으나 재래의 생활방식으로 변화하는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악인과 서양음악의 세례를 받은 부유한 음악도 사이의 애증을 그린 「광대 김선생」, 불행한 가정사를 상처로 안고서도 새로이 다가오는 사랑을 거부하며 ‘애욕 이상의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는 화가 정희의 모습을 그린 「여수(旅愁)」에서 미묘한 변주를 보여준다. 60년대말-70년대 이후 작가는 한국사회 중산층 생활의 세목에서 소재를 취한다. 조카의 국제결혼으로 일어난 집안의 분란과 성공한 사업가 여성 주인공의 자기성찰을 그린 「사랑에 지친 때」는 6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파격적일 만큼 신선하다. 대가족 집안의 조부상을 소재로 전통과 현대의 시각차를 세대차와 겹쳐 그린 「행복」에서 역시 60년대 중산층 가정의 분위기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식중독으로 위급해진 아이의 입원에서 퇴원까지를 그린 「신과의 약속」은 의술(인간)에 대한 믿음과 절대자에의 간구 사이에서 흔들리는 얄팍한 심리와 소설가-엄마의 역할을 병행하는 심리적 갈등뿐 아니라 당시 중산층 가정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주부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던 풋풋한 젊은이들이 전후의 고난에 찬 세월을 겪고 30여년 만에 만나 잃어버린 꿈을 회상하며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 「초콜릿 친구」와 2005년 9ㆍ11테러 직후의 미국 방문을 소재로 노년에 이른 부부와 자식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그린 표제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의 세계는 세월과 함께 변모하는 작품세계를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