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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산마애불
책바위
우울
빨래하는 맨드라미
청개구리와 민달팽이
안개더미
호숫가 수치심
설움
불안은 늘 불안해서
늑대
바퀴 달린 구두
바닥을 쳐야
환멸
진창길
터널 속에서
양파
불타는 나무


들뜬 밤, 파도와 함께
취한 배
지렁이, 슬픔
석유곤로
분노
고등어
둥근 슬픔
떡!
淸明前夜
만우절
내 안의 외뿔소
달리는 포탄
서광주, 1999년, 6월
당나귀
매화원에서
장산나무 이야기
접는 의자


돈은 처음 자신을 배춧잎으로 알았다
모처럼 가부좌를 틀고
달밤, 하늘
항복항복
항구
비굴에 대하여
착지에 대하여
진흙소
쌍화탕을 먹는 밤
야쿠르트병과 강아지
밤 빗소리
무량사 길
풋감
만월암
검은 짜증
두꺼비
바위책
개미들의 집


바윗덩어리라면
권태
바퀴론
혓바닥
싫증
공포에 대한 단장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절집 풍경
양심
망각의 자작나무
제석 사막에서
구역질
시와 비누
종이호랑이를 타고
해바라기 꽃판
終情記
진흙소 그늘
연탄재

■ 해설
이은봉의 흥취 | 황현산

저자 소개

저자 : 이은봉
1953년 충남 공주에서 출생. 숭실대 문학박사. 1983년 『삶의문학』 제5집을 통해 평론가로, 1984년에는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한성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계간 『불교문예』 주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시집 『좋은 세상』『봄 여름 가을 겨울』『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무엇이 너를 키우니』『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길은 당나귀를 타고』, 평론집 『실사구시의 시학』『시와 리얼리즘』『진실의 시학』『시와 생태적 상상력』, 연구서 및 시론집 『한국현대시와 현실인식』『화두 또는 호기심』 등을 출간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182g | 128*209*20mm
ISBN13
9788960210509

출판사 리뷰

이은봉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책바위』는 사물의 겉과 속, 존재와 본질 등 대상의 양면성을 밀도 있게 추적하고 있는 시집이다. “바위는 제 몸에 낡고 오래된 책을 숨기고 있다”고 밝힌 바와 같이 시인은 현상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어둑어둑한 진실을 조명한다.
사물을 눈여겨보고 헤아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취하는 태도는 ‘관조’와 ‘즐김’이다. 갖은 세파에도 그는 휩쓸리거나 주저앉지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달음질하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에게 보기 좋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초야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선비마냥 그 언사가 넉넉하고 흥겹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자기 흥에 겨워 휘적휘적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1983년 시인으로 등단한 이래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시인답게 한껏 목청을 높이다가도 ‘경계점’에 이르렀다 싶으면 재빨리 한 걸음 물러선다.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인이 견지하는 삶의 자세는 다양한 모양의 실패를 언급하는 부분들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처럼 가부좌를 틀고” 눈까지 감아보지만 “머리통이 자꾸 흔들”리고 반시간도 지나지 않아 “멀리 자동차소리” “조카애들 까불대는 소리” 등이 훼방을 놓는다. 마음먹은 대로 명상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화자는 성급하게 실패를 운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들어 “떡갈나무 작은 앞사귀들” “청설모 몇 마리”에 눈길을 쏟는다. 자칫 실패담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경험을 등 뒤에 감춰진 다른 측면에 주목함으로써 성공담으로 극복해내는 것이다. 이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적 상황을 천연덕스럽게 버무려놓은 시인의 탁월한 입담도 높이 살 만 하지만, 성패 여부를 따지지 않고 생의 미세한 기억들까지 너그럽게 끌어안으려는 그의 마음 또한 짚어볼 가치가 있다.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과정은 간과한 채 사력을 다해 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이은봉의 시들이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찬찬히 그가 펼쳐 보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날 함부로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를 것이다.

추천평

이은봉 시인은 위대한 시의 시대라고 불리는 저 1980년대를 헤쳐 나온 리얼리스트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정치적 야만의 시대에는 삶의 시를, 이념적 혼돈의 시대에는 자연생태의 시를, 초국적으로 횡행하는 자본의 시대에는 현대 문명에 의해 분열되어가는 자아의 시를 써왔다. 시로 슬픔, 분노, 환멸, 설움, 우울, 수치심을 말할 때조차도 역사주의에서 퇴행해 생활인이 되어버린 우리 세대의 파탄난 의식과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 몸 허옇게 태워 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진 산동네의 연탄재나, 세상 어디에도 제 자리가 없는 접는 의자 같은 하찮은 사물들의 곁에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균열을 견뎌내며, “자신의 꿈이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시와 예술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생명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자신의 일생에 대해 “시간의 불수레를 타고 종종대며 달려가다 보면 더러는 꽤 괜찮은 나를 만날 때도 있기는 했다”고, 시 「내 안의 외뿔소」에서 고백하고 있거니와, 그는 우리 세대의 시인들 대다수가 흘러간 시절의 자화상이나 패션쯤으로 여기고 있는 리얼리스트로서의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며 아직도 자신만의 시와 예술을 꿈꾸고 있다.
하종오 (시인)
이은봉 시인의 제 7시집 『책바위』에는 상당수 시편들이 의인관적 세계관에 기초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것이 사물들에게 뿐만 아니라 관념과 추상에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울, 수치심, 환멸, 슬픔, 분노’ 등 관념 및 추상을 의인화하여 그들에게 활동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의 관념 및 추상은 각 시편 속에서 행위의 주체이며 문장의 주어로서 인간 실존의 파란만장과 우여곡절과 희노애락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바, 이는 다름 아닌 기술과 파시즘 체제 속에서 유형무형의 억압과 폭력의 일상적 현실을 살아내며 고뇌하는 내적 자아의 표상이다. 다양한 관념의 감각적 변주가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시편을 통해 우리는, 후기 자본주의 현실을 가까스로 견인해내는 시인의 우울한 내면풍경을 저 자신의 현실적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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