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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꿈 : 마음을 여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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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꿈의 선물

1. 꿈 기억해 내기, 이해하기
꿈 기억해 내기 / 꿈 일기 쓰기 / 제의와 제의 용품 / 꿈 그리기 / 꿈으로 시 쓰기 / 시각화의 사용 / 심리 상담 기술 / 꿈과 일상의 연결

2.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꿈 연구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역할 연기 / 움직이고 춤추기 / 분노의 처리 / 부끄러움 극복하기 / 전문적 훈련 없이도 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을까? / 꿈 연구 모임으로 삶이 변화될까?

3. 다시 육체를 기억하기
육체의 회복 / 금기와의 대결: 수치에서 자부심으로 / 성 딜레마 / 몸의 변화 / 폭력에서 살아 남기 / 몸의 상징 해석하기 / 꿈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4. 잃어버린 부분을 찾아서
잃어버린 '남성성' / 백인의 꿈에 나오는 흑인 / 아기와 영화 배우에 대한 꿈 / 잃어버린 힘과 창의성을 찾아서

5. 인간 관계를 이해하자
남자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 과거가 현재 관계에 개입될 때 / 이성애의 전형을 넘어 / 아이들과의 관계 / 다루기 힘든 감정들은 어디서 오나?

6. 과거와의 화해
억압과 라이히 / 가족에 대한 프로이트의 견해 / 있는 그대로 본 유년기 / 남성 이론들, 우리의 꿈, 우리의 어머니 / 우리 자신, 우리의 꿈, 우리의 어머니

7. 사회를 이해하자: 문제 해결, 일, 정치
꿈과 문제 해결 / 일에 관한 꿈 / 사회 비판으로의 꿈 / 꿈과 정치적 행동주의 / 남녀 불평등에 관한 꿈

8. 난관, 결정, 과도기
경고 / 공포 / 불편하게 살기 / 삶의 방향 설정 / 삶의 변화에 대한 준비: 임신 / 꿈의 여행 / 의사 결정

9. 신화, 괴물, '영령'과 사귀자
신화를 이용하자 / 꿈에 나타나는 마녀와 악령 / 괴물과 악몽 / 영령들과 말한다?

10. 미지의 탐색
텔레파시 / 예언적인 꿈 / 에너지체 / '육체와 별개 차원'의 존재들 / 생생한 꿈꾸기

11. 삶과 죽음의 목적
'영혼'을 본다? / 학습 과정으로서의 삶 / 죽음은 자유로 가는 길? / 우리가 죽을 때를 정하나?

12. 에너지, 통합, 자기 치유
에너지와 꿈 / 환생 /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통합 / 신, 상징, 그리고 에너지

13. 밤과 낮을 잇자
해석의 도구: 도대체 누구의 꿈인가? / 어린이들의 꿈 / 꿈을 행동으로 / 꿈을 실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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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루시 구디슨
런던의 여성 상담소 Women's Therapy Center에서 15년 넘도록 꿈 워크숍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고대 크레타 문명의 여성에 대한 종교적 상징체계를 다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우리 손으로 In our own hands」(Sheila Ernst와 공저, 1981), 「움직이는 하늘과 대지 Moving heaven and earth」(1990)등이 있다. 현재 프리랜서로 런던에 살면서 잡지와 신문에 정신 건강과 학습 장애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역자 : 김인성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했고, 동 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에딘버러 대학에서 연수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현재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에 방문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그대 날 떠나려나 이렇게』, 『그대가 꿈꾸는 영국, 우리가 사는 영국』, 『시인의 자리가 있는 곳』, 『셰익스피어를 만나러 가는 길』 등이, 옮긴 책으로 『내 그대 얼마나 사랑하는지』,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짐머만의 전보』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0쪽 | 400g | 148*210*30mm
ISBN13
9788985635264

책 속으로

꿈의 선물

매는 강도를 뜻한다. 아르테미도루스 Artemidorus가 옛날 해몽서에서 한 말이다. 과연 그럴까?

꿈은 포장지에 싸인 선물처럼 매일 밤 우리에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풀지 않고 내버려 두기 일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에 사로잡혀 있고, 꿈을 신기해하고,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꿈의 상징을 손쉽게 풀어 보기 위해 해몽서 dream dictionaries를 참고할 수도 있다. 잡지와 텔레비전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고, 권위자들의 말을 찾기도 한다. 심리 상담가에게 간다든지, 꿈이 들어맞는 의미의 틀 moulds of meaning을 찾기 위해서 프로이트 Freud나 융 Jung, 또는 다른 꿈 이론가들의 책을 읽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한 우리는 꿈이 우리 자신의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외부의 권위에 맡기게 되면, 우리 삶의 모든 면 ― 친구, 연인, 가족, 성, 노동, 정치, 삶의 기술, 질병, 결정, 죽은 이들에 대한 느낌, 삶의 목적 등에 조명을 줄 수 있는 밤의 이 '선물'에 대한 통찰력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나는 20년 이상 내 꿈으로 연구해 왔고, 16년 동안 꿈 워크숍을 운영하고, 9년간 스스로 하는 꿈 연구 모임 self-help dream group에 참여해 왔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는, 꿈이란 너무나 풍부하고 특이해서 기존의 '해몽서'로 풀이될 수 없고,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태까지 제기된 어떤 일반 이론에도 완전히 들어맞을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매나 늑대는 강도를 뜻한다고 아르테미도루스는 말한다. 꿈은 무의식에서 보내는 뒤틀린 메시지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꿈은 영원한 원형 archetype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융은 말한다. 후기 융 학파인 제임스 힐만 James Hillman은 꿈을 지하 세계에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프리츠 펄스 Fritz Perls는 꿈에 나오는 모든 것은 바로 너라고 한다. 이런 이론들은 '모든' 꿈을 설명하려 하고, 모든 문화, 모든 성, 모든 인종의 꿈 경험을 다루려 한다. 현장에서 꿈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가끔 '브랜드에 대한 맹종' brand loyalties으로 한 가지 이론, 한 주인, 한 기관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는 무모한 짓이다. 인간의 신심 bodymind은 아주 초보 단계에 있다. 어떤 분야의 초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 하나의 이론이나 상담 방법이 결정적인 해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남성 '전문가'들이 대부분 이 이론들을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여성은 특히 곤란을 겪고 있다. 프로이트는, 꿈이 억압된 욕망, 예를 들어 남근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융은 여성의 꿈을 형성하는 여성적 '원형'은 직관적이고, '부정적'이고, 세속적이며, 수용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논리들은 모든 여성이 다 똑같다고 보며, 여성 자신을 긍정적으로 그려 내지 못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받는다면 안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우리 자신보다 우리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책은 여성의 관점에서 꿈에 접근해 간다. 남자들과 여자들의 경험이 ―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 다르기 때문에, 남성 이론가들이 여자들의 꿈을 정당하게 다룰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꿈은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문제, 예를 들어 임신과 양육의 경험, 어머니와 딸의 관계, 여자들 사이의 우정과 성애, 질투, 그리고 여성 혐오적인 사회에서 우리 몸의 모습, 크기, 외모에 대한 느낌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떤 꿈들은 ―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 남자들이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여자들의 해결책이 기존의 남성 규범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욕구는 노동, 인간 관계, 정신적 문제 등에서 남성의 욕구와 다를 수 있다. 여성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를 내리려 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이 바로 여성의 욕구다. 기존의 여성 '본질 essence'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정되었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 가는 것이다. 남녀간의 권력 차이와 이해 갈등이 있다고 한다면, 남자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서 생기는 모순된 느낌 ― 환희에서부터 분노, 공포에 이르기까지 ― 같은 주제들은 남자들이 인정하기에 너무나 위협적일 것이다. 남성 전문가가 아무리 예민하고 공평무사해도, 여자들이 꿈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끄집어내고 이를 공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 책에서 나는, 내 이론으로 다른 이론을 대치하려고 하진 않겠다. 부분적인 이론들이 나름대로 많은 꿈에 도움이 되고 적용할 만하다고 해서, 너무나 자주 만능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나는 우리 문화에서 '정상'이라 생각되는 개념, 낮과 밤을 연속체가 아니라 완전 별개의 것으로 보는 개념을 의심하려 한다. 거기에서는 자는 것과 깨어나는 것을 정반대의 극에 있다고 보면서, 모든 잠의 경험을 한데 쓸어 모아, 단 하나의 한결같은 설명으로 뜻을 찾으려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명료하게 볼 수 없고, 꿈의 모든 영역과 다양성을 무시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상상력이 낮에처럼 밤에도 같은 영역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지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자들이 말하길, 어떤 꿈들은 본래 신체적이고, 어떤 꿈은 감정적이며, 어떤 것들은 영적이거나 심지어 성스럽기까지 하다고 한다. 꿈에 대한 지각도,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운 것에서부터 성스러운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낮에처럼 밤에도 상상력은 여러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것 같다. 어리석은 공상에 빠져 들고, 공포와 두려움에 잠기고, 소원이 성취되는 그림을 그리고, 편집증에 걸리고, 일어났던 사건을 돌이켜 되씹고, 계획을 세우거나, 현실의 문제를 풀고, 인간 관계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하고, 지적인 문제들과 씨름하고, 다른 이들의 경험에 비추어 보고, 직관력과 때로는 번득이는 지혜도 갖게 되고, 대단히 인상적인 영감을 경험해 보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고,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뜻밖의 사실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모든 꿈에 다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떤 꿈은 해석될 필요가 있고, 어떤 것은 무시되고, 어떤 것은 심사숙고되며, 어떤 것은 실제로 행해지고, 어떤 것은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어떤 것은 꿈의 세계 속에 빠져 들도록 그대로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 모든 연구 방법은 다 그때마다 쓰임새가 있다.

이 놀라운 다양성은 책의 기둥을 이루는 꿈 설명들에서 두드러진다. 꿈 설명은 모두 여자들이 썼고, 내가 보낸 공개 편지에 대한 회답이었다. 이 책은 표본 조사는 아니지만, 책에 도움을 준 여자들은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인종, 그리고 다양한 성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고향도 중동에서부터 카리브 연안, 유럽에서부터 호주,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여자들은 자신의 꿈을 익명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고, 몇몇 경우에는 익명성을 보장하느라 이름과 자잘한 내용들을 바꾸었다. 꿈이 주는 선물을 거두기 위해서 여자들이 사용한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창의적 방법들을 보며, 독자들도 나처럼 감명받기 바란다.

어떤 독자들은 꿈에 대해 이들 기고자들과 같은 접근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꿈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꿈을 기억하고 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도구를 제공하고 가능성을 내보이면서, 개인으로든 친구와 함께든 자기 스스로 탐색에 나서라고 격려한다.

나는 어떤 체계를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 방법들의 장점과 단점을 보여 주며, 다양한 이론들이 상충하기보다 공존할 수 있는 어떤 틀을 제안한다. 기존 이론들은 각각 나뉘어져, 감정적인 것, 지적인 것,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을 따로 강조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총체적인 한 인간과 전 인생이라는 커다란 화면 안에 존재하고, 꿈은 이들 모두, 또는 어떤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입장이다. 여자들의 꿈이 숨 쉴 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가설에 도전하며, 여자들의 삶으로부터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탐구 정신이다. 그리고 기존 이론과 본질주의를 뛰어넘어 우리 자신의 경험을 믿으라는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1995년 런던의 The Women's Press에서 출간한 루시 구디슨 Lucy Goodison의 The Dreams of Women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 구디슨은 셰일라 에른스트 Sheila Ernst와 함께 여자들의 꿈 연구서로 유명한 『우리 손으로 In Our Own Hands』(1981)를 출판해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구디슨은 BBC에서 활동하다 지역 관련 정치 일을 했다. 신체 마사지 교육을 받았고, 15년 동안 런던 여성 상담소 Women's Therapy Centre in London에서 신체 활동, 무용, 꿈에 대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고대 크레타 문명에서 여성에 대한 종교적 상징 체계를 다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구 내용은 대표작인 『움직이는 하늘과 대지 Moving Heaven and Earth』(1990)로 출판되었다. 현재 프리랜서로 잡지와 신문에 정신 건강과 학습 장애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서양 여자들의 자잘한 꿈 이야기까지 번역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별로 내키지 않았다. 번역을 마친 지금, 사랑이란 인식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책을 끝까지 몇 차례 읽고, 책에 대해 알게 될수록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어찌 뢺면 남들 사는 자잘한 이야기 같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현실감 있는 태도와 여성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볼 수 있다.

책은 꿈의 해석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프로이트나 융이 대변하는 정통 정신 분석학이나 심리 상담 이론의 남성 중심적인 태도를 반박하는 이 책의 입장 때문에 매력을 느꼈었다. 유명한 도라의 사례에서 '환자가 상담가의 의견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수록 사실은 더욱 그런 것'이라는 프로이트의 강압적인 태도에 맞서고, 심리 상담 현장에 팽배해 있는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 즉 해석을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매달리는 여자 환자들과, 흰 가운을 입고 의사나 전문가라는 권위에 쌓여 그들에게 어떤 처방을 강요하는 남자 상담가라는 그림에 도전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 역시 책 속의 수많은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면서, 서양 여자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꿈 이야기들이 보기 좋았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남편의 죽음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는 담대한 분석도 너무나 담담히 적고, 친구의 장례를 직접 치르면서 겪었던 슬픔과 화해를 상세하게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 꿈을 꾸면서 가족간의 문제와 애증을 정직하게 서술하고, 어린 시절 겪었던 분노나 형제간의 증오도 꾸밈없이 쓰고 있다.

부끄럽고 금기시하는 것들을 천천히 정직하게 표현하는 힘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개 무엇에 반대하게 되면 분노가 앞서고, 과거의 증오와 고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또 자기 인생에 대해 말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있는 그대로보다는 원하는 모양대로 말하게 되기 쉽다. 나의 인생에 대해 말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가장 내밀하다고 생각되는 꿈 이야기를 하면서도 극화하지 않은 글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나 이외의 권위에 맹종하면서 내 꿈을 해석해 달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힘이 들지만 어른스럽게 자기 문제를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도 감동적이다. 사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느냐가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것일 게다. 내 꿈의 의미, 내 삶의 목표를 남이 아니라 내가 정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물론 이 책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자료를 다루다 보니, 그 자료들 사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독자들이 마음에 들어 할 수 없는 해석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나 융과 같은, 아직까지 상징이 건재한 남성 전유물의 여성 심리 상담 현장에서, 이만한 꿈 해석 사례집이 나왔다는 것은 상당한 발전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 같은 자기 치유 활동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더불어 젊고 늙은 남자 정신과 의사, 남자 교육학과 교수, 남자 산부인과 의사, 무슨 남자 전문가, 무슨 남자 학자들이 여자들의 삶을 재단하고 처방하듯, 많은 여성 정신과 의사, 여성 정치학과 교수, 여성 비뇨기과 의사, 무슨무슨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이 남자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처방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해석할 꿈을 두고 프로이트와 도라가 불균형한 싸움을 벌였지만, 언젠가 내담자 역시 해석 행위를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여성 심리학자가, 남자들의 꿈을 이해하고 그 상징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남자라고 해서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닐 테니까. 옮긴이의 후기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나 역시 왜 이렇게 책이 늦어졌는지, 왜 이렇게 졸역이 되었는지 변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책을 받은 것은 96년 3월경이었던 것 같다. 분주하게 한 학기가 지나는 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도 못하고 지분거리기만 하다가 방학 동안에 어느 정도 초역을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마무리해서 주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학이 끝날 무렵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셨다. 이 바쁜 중에 왜 엄마가 아픈 거냐는 생각을 했다면 놀랄 일이지만, 한편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머니는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우리 가족은 한 달 이상을 울고, 화내고, 전화하고, 만나고, 울지 말라고 싸우고, 어쩔까 망설이면서 보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아픈 엄마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이 번역에 매달려 있는 내가 밉기도 하고, 내 사정도 안 보고 아픈 엄마에게 왜 그러느냐고 따져 보고 싶다는 기막힌 생각도 한다.

책을 마치고 며칠 후면 영국으로 가야 한다. 돌아올 때까지 엄마가 살아 계실까. 다시 엄마와 함께 가을을 보낼 수 있을까.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 자식을 낳지 말아야지, 이런 식으로 헤어져야 하는 걸 왜 인연을 맺고 있는 거냐, 별별 생각을 다 한다. 아마 별별 꿈을 다 꾸는 것도 그 때문인가 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처럼 그뢷게 부지런히 내 꿈을 기록하고 이해하는 일을 시도해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번역을 하면서 나는 나와 비슷한 갈등과 위험을 느끼는 서양 여자들의 사례와 그들의 태도를 보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내 감정에 정직하게 직면하고, 둘러대지 말고, 효도나 의무라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면의 욕구에 따라 건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당신의 건강보다 내 초라한 번역을 걱정해 준 엄마를 왜 완전하게 사랑하기가 그리 어려운지도 배웠다.

좋은 글이 좋은 대접받기를 바란다.

---역자 후기

출판사 리뷰

꿈은 포장지에 싸인 선물처럼 매일 밤 우리에게 주어진다. 종종 우리는 그것을 풀지 않고 내버려두기도 한다. 우리는 꿈의 상징을 손쉽게 풀어 보려고 해몽서를 뒤지기도 하고 전문 해몽가의 말을 듣기도 하고 정신 분석학의 권위를 빌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우리의 꿈을 해석할 방법은 없을까?

20년 이상 꿈을 연구해 온 루시 구디슨은 『『여자들의 꿈』』에서 꿈꾸는 사람 누구나 꿈의 주인으로 꿈을 적극적으로 풀어 나갈 힘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꿈이란 너무나 풍부하고 특이해서 기존의 ‘해몽서’로 풀이될 수도 없고,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태까지 제기된 어떠한 일반 이론에 완전히 들어맞을 수도 없다. 남자들과 여자들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이트나 융 등 남성 이론가들이 세워 놓은 꿈 해석 체계로는 여자들의 꿈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꿈은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문제, 예를 들어 임신과 양육의 경험, 어머니와 딸의 관계, 여자들간의 우정과 성애, 질투,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우리 신체의 모습, 크기, 외모에 대한 느낌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꿈 해석에도 여성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흔히 ‘정상’으로 다루고 있는 개념, 낮과 밤을 연속체가 아니라 별개의 것이라고 보는 개념을 의심한다. 우리의 통념은 수면과 기상이 정반대의 극에 있다고 보면서, 모든 수면 경험을 함께 쓸어 모아 단 하나의 통일된 설명으로 그 뜻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우리 경험을 명로하게 볼 수 없고, 꿈의 전 영역과 다양성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상상력을 반쪽 세계에 펼쳐 보면, 낮에처럼 밤에도 상상력은 여러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것 같다. 어리석은 공상에 빠져 들고, 공포와 두려움에 잠기게도 된다. 소망이 성취되는 그림을 그리고, 편집증에 걸려들고, 일어났던 사건을 다시 되돌려 되씹고, 계획을 세우거나, 현실의 문제를 풀어 낸다. 인간 관계에 대해 통찰력을 발휘하고, 지적인 문제들과 씨름하고, 다른 이들의 경험에 맞추어 보기도 한다. 직관력을 얻어 가끔 번뜩이는 지혜를 알게 되고, 대단히 인상적인 영감을 경험해 보고, 우리 주위 세상 사람들과 대화하고,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계시를 보게 되기도 한다.

일상 생활에서처럼 꿈에 대해서도 저마다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석될 필요가 있는 꿈이 있는가 하면, 무시해도 좋을 꿈도 있다. 심사 숙고할 것이 있는가 하면 실지로 행해 볼 것이 있다. 실생활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꿈의 세계 속에 빠져들도록 그대로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 모든 연구 방법은 다 그때마다 쓰임새가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꿈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뿐만 아니라 이 책의 근본을 이루는 꿈 설명들에서 놀라운 다양성을 보게 된다. 꿈 설명은 지은이가 보낸 공개 편지에 대한 회답으로 일반 여자들이 썼다. 그들은 다양한 연력과 인종, 여러 성적 관심을 가지고 있고, 출신 지역도 중동에서부터 카리브 연안, 유럽, 호주,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들이 꿈의 선물을 거두기 위해 사용한 방법도 다양하고 매우 창의적이다.

꿈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꿈을 기억하고 꿈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담고 있는 이 책은 도구를 제공하고, 가능성을 보이고, 개인적으로든 친구와 함께든 스스로 탐색해 보라고 격려한다. 이제 우리의 꿈을 풀어 보자. 서로의 꿈을 나누면서, 낮과 밤을 하나로 이으면서 마음을 여는 긴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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