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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과 함께 걷다
눈 없는 겨울 / 나무 농사 / 감나무 마을 / 뜸부기 / 초보 할아버지 / 나무의 법칙 / 청와대 독탕 / 인사동 골목에서 나무의 키를 재다 물 위의 나무 / 논길 / 용문사 / 은행나무 / 라일락이 피면 / 어머니의 당부 / 봉창 / 나무살이 / 오누이 나무 / 독수리 바위 / 마음에 달렸더라 / 고속도로와 자작나무 구름과 입을 맞추다 손님 / 뜬구름 / 갯벌에서 / 만고풍상의 흔적 / 송홧가루 / 니콘 FM2 / 아버지의 재방송 / 이름 없는 꽃인들 / 여름 공포 / 가을 노을 / 주남 저수지 / 제주의 깊고 푸른 밤 / 허공을 찍다 바람의 손을 잡다 아, 그날 / 빈손 / 난 아직 어리다 / 검정 고무신 / 올무의 추억 / 벙거지 / 비보이를 사랑한 버드나무 / 봄눈 / 덕적도 가던 날 / 까는 날 / 홍송 / 해인사 가는 길 / 사진은 만들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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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이 없다면 나무도 없다. 나무가 허공을 침범한다기보다 허공이 나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무 없다면 온전한 허공 또한 어딘지 모르게 섭섭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나무에 어리어 있는 빛 알갱이를 만지다 생각한다. 잎사귀는 빛나고 줄기는 그늘을 만든다. 가지 끝은 하늘 구름과 내통 중이다. --- 본문 중에서 “생기 있고 빛나는 기운이 눈에 보이는 세상이 되고 넋이 돌아다녀 변화를 일으킨다 精氣爲物 遊魂爲變”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 만물은 모이고 흩어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주자는 이 말을 새기며 “음인 정精과 양인 기氣가 모여 물物이 되는 것은 신神의 펴짐이고, 혼魂이 돌아다니고 백魄이 내려가서 흩어지는 것은 귀鬼가 돌아감이다”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따지려들면 어려운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 없이 나무가 있을 수 없고 바람과 비 없이 나무는 자랄 수 없다. 나무는 어느 날 문득 그 자리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나무가 자라기 전에 준비되는 것들이 있으며, 나무가 씨를 내려 싹을 틔우고 지금의 그 굵기까지 자라는 동안 태양과 구름과 땅과 들짐승들의 도움이 있었다. 시련도 있고 풍요도 있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면 봄에서 가을까지 일직선으로 한살이를 하고 다시 비로소 나이테 하나를 늘인다. 그동안 그 그늘에서 누군가 쉬어가고, 누군가는 그 가지에서 열매를 얻어간다. 이 모든 것이 저 나무의 성장과정에 배어 있는 것이다.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이 없다. 나는 지금, 나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나무의 속맘까지 찍을 수 없다면 애석한 일이다. 좋은 나무 사진은 나의 혼과 나무의 혼이 만날 때 순간 반짝인다. 그건 참 큰 기쁨이다. --- 본문 중에서 훈장이 걷어들면 회초리다. 깎아 세우면 대들보일 터이고, 누군가는 한 토막 다듬어 베고 자기도 한다. 배를 만들어 고기를 잡기도 하고, 뾰족하게 깎으면 이쑤시개가 된다. 야구방망이나 빨래방망이, 육모방망이, 홍두깨는 야무지고 단단한 놈이어야 한다. 술상에서 부러져나가기 일쑤인 젓가락 팔자도 있으려니와 어떤 것은 늠름한 활이 되어 우세를 떨기도 한다. 절에 가면 목탁이 되고, 예배당에 가면 십자가가 된다. 어떤 건 이름 석 자 새겨진 도장이 되어 불명확한 인간사에 꾹꾹 참견하곤 한다. 이파리에서 잔뿌리까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는 ‘나무’. 생겨나면서부터 산비탈을 잡아주거니와 빗물을 받아먹고 정수로 되돌려준다. 오가는 사람들한테 맑은 산소도 뿜어주고, 쉬어가도록 그늘도 만들어준다. 향기 나는 꽃으로 벌 나비들을 다 먹여 살리고 나면 실한 열매로 이번엔 동물들을 거둔다. 제법 쓸 만한 몸뚱이로 자라면 아들네 집 기둥이 되거나 시집가는 딸내미의 장롱이 되어주기도 한다. 하다못해 호미자루 괭이자루가 돼 농사꾼과 모진 신역을 함께 나눈다. 나무는 언제나 의연하다. 줄 것 다 주고 늦가을 너른 벌판에 팔 벌린 채 섰을 땐 참으로 고독해 보이는 존재다. 허나 냉수 한 그릇 떠놓고 소원을 비는 할머니에겐 곧 부처님이기도 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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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에서 프로 사진작가로 새롭게 출발한 이상벽!
그가 사진으로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혹은 인생 이야기 이 책은 평범한 에세이가 아니다. 국민 MC 이상벽의 사진 예술에 대한 열정과 40년 방송인의 인생 내공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인 ‘특별한 수상록’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카메라 토크쇼 어느 날 홀연히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찾아 길을 떠난 방송쟁이 이상벽. 그가 구식 수동 카메라 하나 들고 3년 동안 우리 국토 곳곳을 순례하고 돌아와 우리 앞에 한 권의 책을 내놨다. 그가 사진을 통해 관조하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선 미처 찾지 못했던 인생의 오묘함이, 그것을 감싼 살가운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은 그래서 행복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시작할 때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정상에서 내려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시작은 결코 늦는 법이 없다!” 3년 전 홀연 방송을 접고 사진 여행을 떠났던 그가, 자신을 버리고 끌어안은 허공으로부터 받아 적은 진솔한 이야기들이, 열정과 땀으로 빚어낸 52컷의 사진 속에 담겨 있다. 무엇보다 단일한 주제인 ‘나무’를 통해 작업해온 그 예술적 성취가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무와 빛, 허공 그리고 사람이 만나 그려내는 훈훈하고 가슴 뭉클한 에세이다. 52컷 사진 하나하나마다 이상벽의 내면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때문에 누구나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무의 살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푸른 대지 위를 걸을 수 있다. 국민 MC 이상벽, 사진작가로 다시 태어나다 국민 MC 이상벽 씨가 프로 사진가로 변신하여 선언적 의미의 에세이집을 내놨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2007년 6월 서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그리고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초대전을 가졌을 때 내 걸었던 테마 그대로다. 당시 나무 사진 52점이 고스란히 수록돼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의 글도 실려 있다. 몰아 쓴 게 아닌, 평소 무엇이든 써야 직성이 풀리는 오랜 습관 탓에 알게 모르게 쌓여 온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방송가 사람들 사이에 워낙 ‘바지런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듯, 바쁜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그때그때의 편편 상을 마치 생방송 일지처럼 적어놨다. 가령 갯벌 한켠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일 년 넘게 매달리다 하마터면 수렁에 묻힐 뻔 했던 일, 눈 사진을 찍으러 새벽 대관령 산꼭대기를 혼자 오르던 일, 한여름 산모기 떼 공습을 받고 혼비백산했던 일, 그런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 목욕탕에서 알몸 인터뷰를 했던 일 등등 색다른 뒷얘기들이 흥미롭다. 이상벽이 사진 세계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05년 초, 마침 방송생활 40년이 되면서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사진가의 길을 위해 방송을 잠시 접고 3년가량을 꼬박 촬영에만 몰두했다. 워낙 홍익대학교 디자인학과 출신이기도 한 그는 학창시절부터 유독 사진에 호기심을 느꼈고, 경향신문 취재기자 시절에도 카메라만은 늘 챙겨 다녔을 만큼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방송생활 초기엔 주위 후배 연예인들과 함께 ‘예사랑’이라는 사진 동우회를 만들어 한동안 흑백 사진에 몰두하기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카메라 역시 그때 즐겨 쓰던 FM2 수동카메라. 아직은 필름작업이 좋다는 것이며, 노트리밍, 노휠터, 노후드를 고집하고 있을 만큼 전형적인 아날로그 마니아다. 따라서 이상벽의 사진엔 언제나 자잘한 이야기들이 배어 있다. 비록 나무들 세상이지만 우리네 사람들처럼 그들만의 숨겨진 삶이 소박하면서도 다채롭게 새겨져 있다. 어느새 프로 아닌 프로 사진가로 자리매김한 이상벽은 올 들어서도 전시 스케줄이 빼곡하다. 4월 4일부터 충남 예산 ‘갤러리?인’ 개관 초대전, 6월 15일부터 뉴욕에서 첫 해외전이 있고 9월에는 ‘코리아아트페어’에 참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