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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려한 날개
2. 석양에서 여명까지 3. 낮에 뜨는 달 4. 미움의 계절 5. 기우는 섬 6. 소용돌이 7. 내일은 비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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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어둠 속으로 집들의 창문에서, 가로등에서 한 집, 두 집 불빛이 떠올랐다. 지영은 천천히 걸어서 한길 쪽으로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의 그 이상한 침입자는 성철한이가 보내었을 법했다. 나는 그를 용서했는데, 진심으로 용서했는데, 차라리 내가 용서를 빌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그는 후회 말라던 경고를 실천할 생각이었을까. 내가 능욕당하는 현장을 성철수에게 보여 주도록 일을 꾸민 것일까.
내가 짐짓 꾸민 거짓말을 곧이듣고 우리의 결합을 결정적으로 방해할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그런 야비한 방법으로 내게 복수할 참이었을까. 지영의 눈에서 어느덧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위대한 악한에게 대항할 힘이, 또 대항해선 안 된다는 허탈감이 그녀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밤길을 걸었다. 술에 취한 여자처럼 비틀거리며 걸었다. 우주의 공간 속으로 불어오는 외줄기 바람에 그녀의 머리칼이 흩날렸다. ---p. 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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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김병총 작가의 대표작
한 작가가 문학적으로 일가를 이루었다고 해서 반드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는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는 작가들이 존재에의 진지한 탐구심을 외면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실망을 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김병총 작가는 존재의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물음을 당시대의 대중이 바라는 감성적 코드와 정확하게 연결시켜 보기 드물게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었다. 특히 <내일은 비>는 1978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인기와 반향을 일으키면서 연애소설의 고전으로 일찌감치 그 명성을 확보하였다.
한 시대와 한 나라와 한 민족을 전형화시키고 상징하는 작품들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적과 흑>이나 <러브 스토리> 같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한 시대를 상징하고 예언하는 전형적인 인물과 이야기 구조에 매료된다. <내일은 비>는 바로 이러한 고전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작가는 지영과 지선이라는 여인의 대립, 지영과 철한의 대립이라는 이야기 구도를 통해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의 영혼과 정신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질과 사랑의 대립을 여러 가지 사랑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문제의 화제작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함께 성숙해져야 한다. 여기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정신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내일은 비>에서 이들은 갈등과 분노를 배우고 용서하며 사랑을 배운다. 생의 단 한번뿐인 사랑을 위해 변화하고 허물을 벗는 일련의 과정이 대립과 용서라는 스펙트럼으로 모여진다. 그리고 독자들은 작가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잡고 '내일의 비'를 기다리는 초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선 <내일은 비>는 지영과 지선이라는 두 여성의 대립 구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영이 날개를 달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뒤트고 마는 생명력이 충만한 영혼이라면, 지선은 저항을 두려워하며 안정을 찾으려는 퇴락한 여성문화의 영혼이다. 또한 작가는 철한을 통해 남성중심의 문화 그리고 물질주의 시대사조를 상징하고 있다. 철한은 지영의 아버지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 물질의 검은 욕망을 냉혹하게 부풀려 나간다. 그리고 그에 대립하는 반대축의 인물로 지영이 있다. 지영은 철한으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와 운명의 덫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저항한다. 그녀는 높디높은 벽에 온몸으로 부서지면서 비로소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그러한 용서의 끝은 오랜 가뭄의 끝이며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인형의 집을 뛰쳐나와 세상을 품에 안은,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여인 지영의 탄생 "그는 연약하고 불쌍한 그녀한테 아무것도 이긴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에의 연민이 얼마나 보잘 것이 없나를 깨달았다. 커녕, 그녀를 그 어떤 힘으로도 이제는 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녀는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강하게 위장된 불멸의 갑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말로 그녀를 진정코 데려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 "세상의 불행들과 싸울 때 그토록 강인해질 수 있다던 증오심이 배신의 회오리바람을 한없이 맞아 가는 동안 그것이 저항하기에는 덧없는 활력소임을 알았다. 이제 지영이한테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주고 난 뒤의 그녀는 먼지로서조차 유지될 수 없는 육신을 남긴 채 이제 그득한 영혼만 우주의 어디로 실어가고 싶어하였다." 무절제하게 성장만 강조하는 물량위주의 사회에서 지영은 가부장제에 저항하고 부조리에 저항하고 비진실성에 저항한다. 숭고함이나 정의감조차 무디어진 사회에 지영은 별을 보며 절망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복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권력과 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부수는 복수에 집착했던 것조차 어리석은 우주의 한점 티끌의 날림이었음을 작가는 지영의 몰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철한과 지영이 다시금 마음의 독을 버리고 깨끗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비를 기다리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집착을 버리고 사랑을 해야 하는가 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가물었던 세상을 말끔히 씻어주는 단비가 내리듯 두 주인공을 따르는 그림자가 더욱 짙어져 행복이 이어질 거라고 작가는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