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도둑의 아들 어머니의 말 비장한 결심 싸움을 한 죄 첫솜씨 도둑이 되어 의리를 위하여 산중 수도 일휴 대사의 가르침 고행 5년 운명의 길 부모의 유언 서울로 가는 길 비운은 산골짜기에도 또 하나의 일지매 당시의 서울 형편 무력한 홍 대감 급거 귀향 정비석 작품 연보 |
|
이미 제호가 말해 주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지매’라는 이름의 의적인 것이다. (중략) 항간에 떠돌고 있는 그에 대한 일화가 매우 구체적인 것을 보면, 어쩌면 ‘일지매’가 실제 인물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일지매는 그림을 잘 그리되, 그중에서도 특히 매화를 잘 그렸다고 한다. 그러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잣집에서 재물을 훔쳐 올 때면 그 대가로 매화 그림을 한 가지씩 그려 놓았다고 한다. ‘일지매’라는 이름은 거기서 나온 것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일지매는 의협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용기와 지혜가 대단해서 남의 물건을 훔쳐 내는 방법이 매우 모험적이었던 모양으로, 나는 그런 점을 참고해 가면서 재미있게 꾸며 보려고 노력했다. --- ‘작가의 글’ 중에서 이제 알고 보니, 남의 물건을 훔쳐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무 죄 없이 농터를 빼앗겨서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해먹는 것이 나쁘다면, 피와 땀을 흘려 모은 남의 집 농터를 호령호령 해가면서 빼앗아 먹는 사또나 아전이나 포교 같은 벼슬아치들은 얼마나 무서운 날도둑놈이더란 말인가. ‘음?그런 놈을 등쳐먹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 놈들의 재물을 빼앗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면, 오히려 그것은 세상을 바로잡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 아닐까?' 일지매는 그런 영리한 생각에서 스스로 도둑놈이 될 것을 선언하였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도둑놈이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도둑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날강도 같은 벼슬아치들의 재물을 빼앗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겠다는 의적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의 도둑질이라면 일지매는 부앙천지에 조금도 부끄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
|
정의로운 ‘소년’ 일지매가 약한 자를 돕는 ‘도둑’이 되기까지
오늘밤도 넌 매화 한 가지만 그리고 있었구나. 오늘부터 너를 일지매라고 불러야겠다. 그러나 소년은 어머니의 말에는 대꾸도 아니 하고, 그림 그리던 붓을 천천히 놓고 어머니의 얼굴을 멀거니 올려다보다가, 아버지는 도둑질 가셨지?, 하고 씹어 뱉듯이 중얼거린다. ―일지매 본문 중에서 일지매는 도둑질하는 아버지가 창피해서 동무들이 ‘도둑놈의 아들’이라고 놀려도 묵묵히 참아낸다. 그렇게 쌓였던 울분들은, 부모와 할아버지가 탐관오리들에게 억울하게 농터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당당함으로 돌변해 앞길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그 뒤 우연히 만난 일휴 대사에게 좀도둑이 아니라 세상을 응징하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운다. 대사를 만나기 전에 벌써 양반들을 골려주는 재미를 알고, 또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소년 일지매는 이 만남을 계기로 7년간 일휴 대사 밑에서 수양을 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큰 사람으로 성장한다. 일휴 대사의 가르침은 단순하다. 교만하지 말고 참을성을 기르는 것. 이 가르침 덕분에 일지매는 백성들의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일지매를 사칭하는 가짜 일지매와 일지매를 잡기 위해 키가 6척만 넘으면 모두 잡아들인 포도대장 장유식 등 이외에도 교훈적이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문장의 흐름을 배우고 싶다면 필사할 만한 책 글이 쉽다. 수월하게 읽힌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글이 참 쉽게 읽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쉽게 쓰인 글 같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글이라고 해고 쉽게 쓴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문장이 좋다고 해서 좋은 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고임 없이 흐르는 문장의 얼개가 탁월한 작품을 만든다. 『의적 일지매』를 읽다보면 왜 정비석에게 ‘글을 그리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독자는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