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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프롤로그 - 실존과 변혁, 그 몽유한 세월에 대한 보고 1. 시베리아 늑대, 그 몽환의 만남 2. 회색의 잉태 3. 시대의 말단들 4. 사랑한다는 말은 민들레로 남고 5. 나는 슬픈 베아트리체 6. 맡겨버린 내 인생의 10퍼센트 7. 외로운 자들의 질긴 늪 8. 바람을 깨고 날아오르는 새 9. 삼류가 되어버린 사랑 10. 태초의 현기증 11. 마음의 불가항력 12. 환시의 지향점 13. 강남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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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숙이 말한 맹목이라는 그 한마디는 비극의 클라이맥스였다. 마치 그녀의 핵심적 사고방식 같은, 맹목이라는 말은 듣는 순간 그 단어가 내 가슴에 무겁고도 슬픈 범종 소리가 ‘둥’ 하고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안인숙 역시 맹목이라는 말을 하며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격렬한 아픔을 참아내려는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흐느꼈다. 그렇게 울어서라도 그 절망의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울음은 모든 혼신을 걸어도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버린 영혼의 비극적인 절규로 들려왔다. 그런 안인숙의 안타까운 슬픔의 반란을 연민으로 바라보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핏발이 서리도록 치열하게 살 수 있을까. 나약하고 섬세하기만 한 내 가슴에 안인숙의 말이 예리한 칼끝이 되어 마구 찔러대는 것 같았다. 울다가 지친 그녀는 잠의 나락으로 떨어져갔지만 그날 밤 나는 한순간도 잠들지 못했다. 괴로운 듯 몸을 뒤척이는 그녀 옆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도록 밤을 꼬박 새웠다. 그들이 나중에 늙어서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맹목적이었으므로 그들의 밀도된 사랑은 어쩌면 가장 완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내게 끝없는 비애로 다가왔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들의 깊이 있는, 그들만 누리는 그 기쁨의 정서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pp. 166~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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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연못 잔잔한 수면 위로부터 고개를 들어 김재문 선생이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 언제부턴가 태초의 현기증처럼 내 안에 가득하군요.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김재문 선생이 꿈처럼 나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냉정하고 침착한 그가 두터운 어둠이 주는 고요에 반쯤 넋이 나가 버린 것일까? 짙은 밤 안개가 깔리기 시작한 못가의 분위기는 세상의 그 어떤 말이라도 용서가 되고 남을 것 같았고 진지하고도 진솔한 모든 것이 그 속에 있는 듯했다. 거기다가 부드러운 공기의 감촉과 구름에 가리웠다 나타나곤 하는 신비로운 달의 모습. 아무리 큰 비극적인 현실이라도 뜨거운 심장의 영원한 사색을 막을 순 없으리라. 숲 속의 바람과 별들이 내려다보는 언어는 어떤 한 조각의 비밀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다. ---p.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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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생에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의 늑대였구나.”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구름 위로 한 떼의 비둘기가 날아가는 듯한 영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당신… 당신이라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당신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이 이인칭이 왜 이렇게 혼미하도록 감미롭게 들린단 말인가. 그리고 시베리아 늑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날 밤 나는 꿈 속에서 한 마리의 늑대를 보았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린 채 눈덮인 시베리아 벌판을 걷고 또 걷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 늑대는 바람처럼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 그러나 그 늑대는 내게 견딜 수 없는 큰 내적 고통의 근원이었다. 한편으로는 외로운 새 같은, 그 추운 늑대 한 마리를 가슴 속에 키우면서 나는 조금씩 내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나는 아무도 모르게 슬픈 폐 안에 한 마리의 나비를 키웠다’고 했듯 나도 어쩌면 도떼기시장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내 가슴 속에 그렇게 한 마리의 늑대를 키웠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차르트의 음표보다도 더 아프고 고왔던 내 청춘의 질긴 순정들, 가슴 속의 늑대는 바로 내 자신이었고 내 삶이었다. ---p.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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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생에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의 늑대였구나.”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구름 위로 한 떼의 비둘기가 날아가는 듯한 영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당신… 당신이라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당신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이 이인칭이 왜 이렇게 혼미하도록 감미롭게 들린단 말인가. 그리고 시베리아 늑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날 밤 나는 꿈 속에서 한 마리의 늑대를 보았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린 채 눈덮인 시베리아 벌판을 걷고 또 걷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 늑대는 바람처럼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 그러나 그 늑대는 내게 견딜 수 없는 큰 내적 고통의 근원이었다. 한편으로는 외로운 새 같은, 그 추운 늑대 한 마리를 가슴 속에 키우면서 나는 조금씩 내 자신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나는 아무도 모르게 슬픈 폐 안에 한 마리의 나비를 키웠다’고 했듯 나도 어쩌면 도떼기시장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내 가슴 속에 그렇게 한 마리의 늑대를 키웠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차르트의 음표보다도 더 아프고 고왔던 내 청춘의 질긴 순정들, 가슴 속의 늑대는 바로 내 자신이었고 내 삶이었다. ---p.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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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네티즌들이 홍보대사를 자청한 화제의 소설
하루비라는 ID를 가진 이 여성이 인터넷 세이클럽(www.sayclub.com)에 연재한 소설 『맹목사』는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화려한 문체, 허를 찌르는 스토리 전개, 치밀한 심리묘사 등 수많은 네티즌들을 커다란 충격 속에 빠뜨리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루비의 글과 천재적인 작가성을 아끼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하사모(하루비사랑모임club.SayClub.com/@harubi)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발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녀의 소설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자청해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80년대 중반 군사독재의 음울했던 시대상 속에서 한 간호대생과 반체제 운동권 젊은이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독재 권력의 무서운 음모와 공작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감성의 로망스를 하루비 그녀만이 쓸 수 있는 특유의 독특하고 신기어린 문장과 필체로 그렸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순간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강렬한 흡인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하루비는 이 소설에서 기존의 작가들과 달리 그녀만의 표현들을 거침없이 사용해 읽는 사람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맹목사는 어디인가.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지인 남자를 연하의 여인에게 빼앗기고 애타는 마음을 속으로만 삭이면서 늘 그 언저리를 맴돌았던 여자, 이제 그녀는 고문과 테러로 폐인이 된 남자를 데리고 맹목사로 떠난다. 두 사람이 떠나가는 그곳은 어디인가? 맹목적인 사랑의 종착역인가, 아니면 맹목적인 사랑으로 피를 흘리는 영혼들을 봉안하는 아름답고 슬픈 절의 이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