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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아주 작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Part 1 개와 꽃, 사람을 위한 집을 짓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곳 참 멀리 돌아온 길 어쩌면 고향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흙에 대한 꿈 새로운 삶을 담을 집 아주 작고 낮은 문 버려야 할 것들, 버릴 수 없는 것들 공간에 길들기 Part 2 식물들의 집, 텃밭 비록 지붕은 없더라도 봄이 오는 소리 정직한 땅 기다림 뒤에 오는 것 절기를 따라야 잡초가 약초 어제보다 더 감사한 오늘 텃밭에서 식탁으로 내 몸에 귀 기울이기 수확의 기쁨 Part 3 정원, 계절이 자라는 곳 정원을 가진다는 것 하얀 정원 보라색 정원 어느새 사는 곳을 닮아가고 있다 쌓인 눈 속에서도 봄은 움트고 계절을 바구니에 담아서 Part 4 모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리의 선물 백설이와 슬기 이야기 살아 숨 쉬기 위해 강둑의 바람을 견디던 윈디 가축이기 이전에 생명 [Epilogue] 내 안의 풍경 |
姜恩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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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보통의 집들과는 다르게 동물들을 배려한 문이나 창들이 있다. 현관문에는 문 아래쪽으로 또 하나의 문이 달려 있는데, 이건우리 개 가족들이 다니는 소위 개구멍이다. 개들이 머리나 몸으로 밀면 앞뒤로 쉽게 열리도록 설계한, 개들의 키와 눈높이에 맞춘 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층 화장실과 계단에는 엉뚱한 위치에 낮은 창문이 있다. 이것 또한 개들의 습성과 눈높이에 맞춘 것으로 시야가 확트인 높은 곳에서 온 동네를 내려다보도록 녀석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누룽지에게는 4개월령의 아기 때 우리에게로 와서 열세 살의 할머니개가 되어 죽는 날까지, 이높은 이층 계단 창 앞에 엎드려 동네를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일상 중의 하나였다. 40쪽
텃밭과 정원은 처음 내가 이 집을 계획할 때부터 ‘반드시 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으로서의 식물들이 살게 될 집’으로 생각했던 공간이다. 그래서 집을 짓고 남은 터에 되는 대로 농사를 짓는 여분의 땅이 아니라, 처음부터 식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계획한 공간이었다. 내겐 그렇게 중요한 공간이었지만, 축선을 강조하는 건축가의 의견 또한 존중하면서 밭을 계획해야만 했다. (…)나는 대지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생각했고 단지 지붕이 있는 공간과 지붕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으로 나누었을 뿐이다. 넓지 않은 터였지만 내게는 이 땅 전체가 온 가족의 집이었다. 56쪽 벚꽃은 피어서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꽃잎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때부터는 아침 커피 한잔을 시작으로 저녁이 될 때까지 내내 정원의 식탁에서 보낸다. 5월은 손님을 초대하거나 아이들이 찾아오는 주말로 바베큐파티의 계절이 된다. 나의 두 손녀와 손자인 여섯 살 지유와 네 살 지환이는 주말이면 할머니 농사일을 돕겠다고 텃밭에서 고추도 따고 토마토도 따온다. 작은 손이지만 일손은 언제나 환영인 내 텃밭에서 큰 일꾼이 되어준다. 이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닭장에 들어가서 알을 꺼내오는 일과 방울토마토를 따오는 일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일부러 지유와 지환이를 위한 일거리들을 남겨둔다. 이 일거리들은 저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바쁘게 씨 뿌리고 가꾸었던 시간들은 오늘의 이 식탁을 위한 준비였다. 내게는 일상인 이런 일들이 도시에 사는 가족들이나 나를 방문하는 친지들에겐 특별한 날이기에 그들의 기쁨을 보는 나의 기쁨도 그들 못지않다. --- p.97 이젠 더 이상 하얀 정원도 보라색 정원도 아니다. 이미 내 화단은 뒷산의 생태계를 닮아가고 있다. 나의 화단에 여름이면 무성하게 피는 원추리며 창포, 은방울, 꿀풀, 산나리, 벌개미취, 둥굴레, 맥문동이며 조팝들은 모두 뒷산에서 온 것들이다. (…)장마가 올 때쯤이면 원추리가 한창이고 가을엔 맨드라미와 해바라기가 짙은 가을빛을 뽐낸다. 이 모든 꽃들은 이제 각자의 향기와 자태를 지닌 내 정원의 주인공들이다. --- p.125 그날부터 나의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났다. 태어날 아기들마저 먼저 팔려 간 아기들과 같은 운명이 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할 건지 절박한 문제로 다가왔다. 그때 마침 우연하게도 텔레비전에서 도살 직전 쇠줄이 목에 감긴 채 탈출하여 피고름이 흐르는 채 돌아다니는 누렁이를 구출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이때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구나, 개를 잡아먹거나 팔아먹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고 구출하느라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가 1998년이었다. 이렇게 해서 동물보호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들도 이제 막 출발한 단계여서 회원도 몇 사람 되지 않았다. 단체라기보다는 동물사랑 마음 하나만으로 뭉친 사람들의 동아리 같은 모임이었다. 이름은 거창하게 ‘누렁이 살리기 운동본부’였고, 이때부터 나도 이들의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 --- p.158 어쩌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동물들보다 더욱 응집된 정신세계와 영성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씨앗 하나가 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수십 수백 년을 살아온 과정에 어떻게 이야기가 없을 수 있을까? 어느 식물학자의 책에서 식물에게 기억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식물에게도 동물처럼 신경조직이 있어 정신적인 감응을 나타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음악에 반응하고, 그에게 이로웠던 사람과 해로웠던 사람을 구별하는 기억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단편적인 발견들은 인간과의 교감이나 소통에 아주 미미한 단서나 통로를 제공할 뿐, 나는 이런 것을 뛰어넘는 그 어떤 다른 힘이 있음을 믿는다. --- p.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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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말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진정한 킨포크 라이프가 펼쳐지는 한국식 ‘타샤의 정원’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꼭 닮은 집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식사를 하는 것.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킨포크 라이프’의 모습이다. 킨포크 라이프의 모토가 된 잡지 [킨포크]는, 미국 포틀랜드에서 작가와 화가, 농부와 사진작가 등으로 구성된 이웃들이 함께 모여 텃밭에서 식재료를 가꾸고 요리를 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별다른 텍스트도 없이 한가로운 집, 평온한 정원, 웃고 있는 사람들과 정성스런 음식 사진들을 담은 이 잡지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과 위로를 제공한다. 《개와 꽃과 친구가 있는 날》(위즈덤하우스 刊)은 강아지 엄마이자 한국의 1세대 시티파머로 불리는 조각가 강은엽의 집을 담은 에세이다. 그간 많은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 저자의 텃밭과 정원은, 단순히 채소를 키우고 예쁜 꽃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꽃과 채소에게도 삶이 있다고 생각한 저자는, 그 삶이 펼쳐지는 ‘집’으로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었다. 책은 텃밭의 작물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로 탈바꿈되는 과정, 정원의 꽃과 식물이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더없는 기쁨이 되는 ‘킨포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동물과 식물, 사람이 분리되었던 공간을 허물고 함께 어울리게 되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깊이 있는 안목과 섬세한 감성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오랜 기간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계절에 따라 인위적으로 흰색과 보라색으로 피어나게 했던 정원을 점차 사는 곳의 습성과 환경에 맞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스무 해 동안 점차 뒷산 청계산의 모습을 닮아가는 텃밭과 정원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러움’과 ‘조화’의 가치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킨포크 라이프가 완성된 것이다. 가볍고 단편적인 감상으로 도색된 에세이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개와 꽃과 친구가 있는 날》을 통해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들을 곰곰이 곱씹어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와 닭, 꽃과 채소들이 사람과 토닥이며 사는 이토록 다정한 동거! 조각가이자 ‘카라’의 명예회장 강은엽이 모두와 포옹하며 사는 이야기 “정기용 선생에게 설계를 맡긴 뒤 우리는 매일 만나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함께 살아갈 집을 고심했다. 이것은 집을 설계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일이었다.”(본문 중에서) 책은 저자가 이십 년 전, 부상당한 채 버려진 대형견 누룽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날로부터 시작한다. 평온한 삶을 살았던 저자는 누룽지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를 받자 누룽지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건축가 정기용과 함께 개와 식물,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집을 짓는다. 책은 개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을 만들고, 텃밭과 정원의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사는 곳을 닮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과정을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효리와 송혜교 등 여성 연예인들의 참여로도 유명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저자는, 동물과 식물을 단순히 유희와 심미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에서 한 걸음 들어가 ‘함께 사는 구성원’으로서 개와 꽃의 삶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각가인 저자는, 흙과 자연에 대해 오랜 기간 공부하고 성찰한 작가답게 텃밭과 정원의 사계절이 지니는 의미와 모양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 모든 공간에서 마치 주인처럼 여유롭고 낙낙하게 자유를 누리고 있는 느긋한 개들의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좁은 공간에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가둬놓고 키울 수밖에 없는 반려가족이라면, 동물을 키우며 느끼는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깊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저자의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은, 살아있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인지를 곱씹게 한다. 책은 공동체 안에서의 위로와 보살핌을 느끼고픈 이들에게 깊은 안도감과 행복감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