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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곳에 가서 구걸을 했다. 남편은 작은딸 진야를 안고, 나는 만쓰의 손을 잡고 다녔다. …… 우리 부부는 매일 이렇게 구걸을 했다. --- p.54
그자가 두 번째로 내다 팔았을 때 내 어린 딸은 네 살이었다. 그날 남편이 애 없이 돌아왔을 때 그자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곧 알아차렸다. 나는 목을 매어 자살하겠다고 했다. …… 너무도 괴롭고 노엽고 가슴이 찢어져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 p.66 이듬해 여름, 딸은 호열자에 걸려 죽었다. 딸의 양모, 즉 애초에 그애를 샀던 벼슬아치의 부인이 딸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써 보냈더군. …… 나는 그 편지를 끌어안고 며칠 밤낮을 울었다. 사람들이 없는 뒤뜰이나 변소에서 혼자 울었다. --- p.189 손녀가 하직을 고하러 왔다. …… 나는 손녀 때문에 두려웠다. 떠나는 걸 보고 싶지만 손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도 그애가 언제 떠나는지, 어디서 무얼 타고 가는지 알지 못했다. 눈물이 그애 얼굴에, 그애 어미 얼굴에, 내 얼굴에 흘러내렸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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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을 하며 살아도, 들판에 떨어진 벼이삭을 주워 먹고 살아도
삶은 이어가야 한다! -19C말~20C초 환란 많은 중국을 살아낸 평범한 여인 닝 라오의 인생과 노동에 관한 회고 -사회인류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다 프루잇이 닝 라오의 구술을 바탕으로 중국인의 삶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 19C말부터 20C초 중국 현대화의 급변기를 살았던 한 가난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 19세기 말 환란 많았던 중국 산둥 반도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닝 라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성공적으로 자식들을 길러내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가난과 온갖 고난의 역사가 소설에 담겨 있다.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들판에 떨어진 벼이삭을 주워 하루하루를 연명하는가 하면, 자신을 도와줄 가족까지 죽거나 떠나버려 세상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상황에서는 구걸까지 나서게 된다. 이후 자질구레한 품일은 물론이고 행상일이며 남의 집 하인 살이를 전전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남편은 아편을 피우기 위해 작은딸 진야까지 팔아넘긴 인간말종. 애써 고른 사위는 남편보다 한술 더 뜬 망나니이다. 그러나 삶의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정든 고향을 떠나면서까지 어떻게든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생명과 삶에 대한 경이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이 소설은 삶이 아무리 견딜 수 없을 만큼 버거울지라도 그 무게를 감당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감동으로 전해진다. 시궁창에서 허우적대는 인간들 이 소설에는 우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편을 피우기 위해 딸을 팔아넘긴 남편, 허구한 날 도둑질에 자기 마누라까지 팔려고 드는 사위, 딸을 생매장해야 했던 어느 아버지, 돈 몇 푼 때문에 딸을 늙은 놈 첩으로 팔아버린 한 부모, 아무하고나 정을 통하는 대갓집 처녀, 어린 여자애를 농락한 점쟁이, 시어머니의 재산을 빼앗아 달아난 여자,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본처를 항아리 속에 넣어 죽인 한 남자…… 이들의 모습은 시궁창을 보는 것처럼 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 추함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인간의 추한 면모들을 작가 특유의 유머로 여과 없이 호쾌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지함과 가벼움, 추함과 아름다움이 이 소설에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자질에 있다. 맛깔 나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중국의 환란 많은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중국이라고 말한다.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국에 대한 애정을 끝없이 보여줬던 아이다 프루잇. 그녀가 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인생에 관한 최고의 작품이다. |